‘콜럼버스 곰’이라고 별명이 붙은 반달곰 KM-53.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지리산국립공원을 떠나 경북 김천 수도산 등지에서 활동했던 반달곰 ‘케이엠(KM)-53’(오삼이)이 경부고속도로를 건너 충북 보은까지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케이엠-53이 약 50일간 가야산, 덕유산, 민주지산 지역에 머물다가 지난달 27일부터 기존 활동 지역을 벗어나 새롭게 북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 4월5일 가야산에서 겨울잠을 깬 케이엠-53은 이 일대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었다.
케이엠-53은 2017년 6월 서식지인 지리산에서 100㎞ 이상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돼 놀라움을 줬다. 국립공원공단은 이 반달곰을 ‘회수’해 지리산에 방사했으나, 곰은 다시 수도산으로 향하는 등 서식지를 개척하면서 반달곰계의 콜럼버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공단은 이 곰을 포획한 뒤 다시 지리산에 방사했지만, 곰은 또 다시 수도산으로 가다 통영대전고속도로에서 버스에 치여 복합골절을 입은 바 있다. 결국, 공단은 2018년 8월 이 곰을 수도산에 방사해 그의 넓은 서식권역을 인정한 바 있다. 김천시는 이 곰을 ‘오삼이’로 부르면서, 지역 대표 캐릭터로 삼기도 했다.
현재 이 곰은 백두대간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며 천천히 서식지를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에는 경북 상주 백화산에서 등산로 정비 공사를 하던 인부들에게 발견되기도 했다. 백화산에서 발견된 것은 이 곰이 왕복 6차선의 경부고속도로를 건넜다는 얘기다. 양두하 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장은 “고속도로 다리 밑 하천 풀밭을 이용해 고속도로를 건넜다”며 “빨리 이동할 때는 7∼8부 능선을 타고 가다가, 도로를 건너기 전에는 산에서 내려와 주시하면서 아래위로 왔다갔다 한다”고 말했다. 도로 등 지형지물에 익숙한 케이엠-53은 생태통로나 하천 등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을 잘 찾아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달곰 KM-53의 이동 경로. KM-53이 평소 활동권역을 벗어나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현장대응팀을 구성해 뒤를 쫓고 있다. 환경부 제공
현재 이 반달곰은 해발 933m의 백화산을 넘어 서산영덕고속도로 부근까지 다가갔다. 양두하 센터장은 “케이엠-53이 먼저 사람에게 접근한 경우는 아직 관찰되지 않았다”며 “오디와 버찌 등 열매를 먹으면서 일대에서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공단은 현장대응팀을 꾸려 이 곰을 쫓아가면서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이 곰 목과 귀에는 위치추적장치가 부착되어 있다.
케이엠-53의 큰 활동성과 ‘개척 성향’은 먹이 탐색과 번식 본능 그리고 개체가 가진 특유의 호기심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국립공원공단은 이 곰을 계속 추적하며 관찰할 예정이다. 만약 필요한 경우가 생기면 전문가와 논의해 ‘포획 뒤 방사’ 등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확산 경로 인근의 마을 이장과 주민을 대상으로 주의사항을 전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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