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제주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방사 이후 25일째 위성추적신호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10월16일 방사 당일 비봉이의 모습. 해양수산부 제공
지난달 제주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방사 후 25일째 생사 확인이 안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비봉이방류협의체는 9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지난 10월16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 야생적응장(가두리)에서 나간 뒤 등지느러미에 부착된 위성추적장치로부터 단 한 차례도 신호가 수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육안, 카메라, 선박을 이용한 모니터링에서도 비봉이의 모습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2013년부터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태산, 복순이 등이 방사 이후 5~9일 사이에 최초 관찰된 것에 비해 적응 확인 기간이 길어지고 있어 우려가 나온다.
애니멀피플 취재를 종합하면 비봉이의 위성추적장치 신호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은 방사 하루 전인 15일 새벽이다. 해양수산부, 제주대, 핫핑크돌핀스, 호반호텔앤리조트, 제주도 등으로 구성된 비봉이방류협의체는 지난달 13일과 14일 연달아 협의체 회의를 열고, 15일을 비봉이 방사날로 정했다. 그러나 15일 야생적응장(가두리) 인근 해상에 돌고래 관광 선박이 운영 중이라 야생 돌고래 무리가 접근하지 않자, 16일 오전 야생적응장을 돌고래들이 접근하는 경로로 이동시켜 무리가 목격될 때 방사했다.
비봉이는 지난 8월4일 제주시 대정읍에 마련된 야생적응장(가두리)로 이동해 약 47일간 머물다 지난 10월16일 야생 방사됐다. 해양수산부
당시 드론으로 비봉이를 촬영한 핫핑크돌핀스는
8일 영상을 공개하며 “비봉이는 방류 당일 제주 연안을 따라 북쪽으로 약 6km 정도 매우 천천히 이동하였고 육로를 따라 비봉이의 움직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이후 해양수산부가 육상 모니터링 2~3팀과 선박 등으로 상시 조사를 벌이고 있음에도 비봉이의 모습과 위치신호 등은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위성 신호가 끊긴 것을 두고 협의체 내부에선 두세 가지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비봉이의 활동성이 좋기 때문이란 의견이다. 방류기술위원회 위원장 김병엽 제주대 교수는 “비봉이가 물 안에 있을 때는 발신기 신호가 위성에 수신이 안된다. 수면에 일정 시간 머물러야 신호가 잡히는데 움직임이 활발하다면 신호를 주고 받는 타이밍이 안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봉이의 지느러미에 부착된 위성추적장치는
‘아르고스 위성시스템’이다. 야생으로 방사되는 고래, 거북, 독수리 등 동물 몸에 발신기를 달면 지구 상공에 떠있는 아르고스 위성이 그 신호를 수신해 위치를 추정하는 식이다.
핫핑크돌핀스는 지난 9월27일 야생방사장 재이동 당시 발신기의 모습(위)과 방사 당일(아래) 발신기를 비교하며 녹조가 발신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협의체는 비봉이에게 부착된 아르고스 위성시스템 발신기의 신호 빈도를 10분에 1회로 설정됐다고 전했다. 이재영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 과장은 “발신기는 시간당 6회씩 하루 144회 신호를 위성에 쏘게 되는데 약 70일 간의 야생적응훈련 당시 평균 수신 횟수는 하루 2회 정도였다”고 말했다. 지피에스 위성이 다수인 것에 비해, 아르고스 위성은 3대뿐이라 수신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영 과장은 신호 수신율은 비봉이의 컨디션에 따라 편차가 컸다면서 수면에 자주 머무를 때는 하루에 11회가 수신됐지만, 활발히 움직일 땐 최장 5일간 아무런 신호가 확인되지 않은 날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추정은 발신기의 배터리 성능이 다했거나 비봉이의 몸에서 떨어졌을 가능성이다. 발신기 안테나에 녹조가 끼어 수신이 불량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편 해양생물에 아르고스 위성시스템을 활용해본 연구자들은 열흘 이상 신호가 없는 것은 부정적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범고래 ‘케이코’ 방사에 참가했던 캐나다 고래 생크추어리 프로젝트(The Whale Sanctuary Project) 찰스 비닉 이사는 “위성 태그에 대한 제 경험상 동물이 활발히 움직여서 신호가 수신되지 않는다는 건 개연성이 낮은 설명이다. 오히려 발신기가 오작동 하거나 돌고래로부터 분리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그는 “비봉이가 아직까지 관찰되지 않는다면 오랜 사육 경험으로 해안으로 다가와 사람과의 접촉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해안선 모니터링에 집중해볼 것을 제안했다.
10월16일 방사 당시 비봉이의 모습. 야생적응장 재이동 당시 몸무게는 당초 몸무게보다 20㎏가량 줄어든 상태였다. 해양수산부 제공
국내 한 해양생물 전문가는 “위성추적장치의 발신 빈도는 개체의 행동 특성을 따라 설정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잘 이루어졌는지 궁금하다”면서 “보통 아르고스 시스템이 20일 이상 수신이 안된다면 앞으로도 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해양생물 수의사 이영란 오산대 교수는 방사 당시 비봉이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수의사는 “방사 당시 영상, 사진 자료를 보면 비봉이의 몸무게가 상당히 줄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생존에 긍정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생존해 있더라도 무리 합류가 늦어지는 것도 걱정스런 부분이다. 앞서 제돌이(2013년)는 방사 5일 뒤 처음 혼자 있는 모습이 관찰됐고, 17일 만에 야생 무리와 함께 있는 것이 확인됐다. 태산, 복순이(2015년)는 방사 직후 위성추적장치 신호는 확인이 되지 않았으나 방사 9일 만에 무리에 합류한 모습이 발견됐다.
비봉이의 야생 방사를 두고는 초반부터 우려가 컸던만큼 방사 과정이 적절했는지 살피고 추후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봉이는 17년 간의 긴 수족관 생활, 단독 방사, 어린 시절 포획된 점 등에서
야생 방사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비봉이가 야생적응훈련에 들어간지 일주일이 된 시점인 지난 8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비봉이방류협의체와 해양생물 전문가들이 국회 토론회를 열고 있다. 위성곤 의원실 제공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비봉이가 생존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상황에서 그저 잘 지내고 있을 거라는 기대나 바람만 가져선 안될 것이다. 보다 객관적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나와야 하고, 방류기술위원회 이외에도 더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해양수산부가 비봉이 방사 시점에서 제시하기로 한 야생 부적응시 재포획 기준이나 방법, 방류적합성 평가 기준 등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