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독자 최나실씨 찾아온 맹금류
천연기념물 야행성 조류, 이소 연습하다 떨어진 듯
사람도 새도 어리둥절…“무사히 숲으로 돌아가렴”
천연기념물 야행성 조류, 이소 연습하다 떨어진 듯
사람도 새도 어리둥절…“무사히 숲으로 돌아가렴”
지난 4일 밤 10시께 충남 아산에 사는 최나실(22)씨는 외출을 하려고 집을 나서던 중이었다. 앞마당 한쪽에서 '뽀드득'하는 소리가 났다. 어둠이 내리깔린 마당에서 수풀을 헤쳐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희미한 덩어리가 있는 듯해서 일단 손으로 잡았다. 손에 들려 나온 것은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뜬 아기 소쩍새였다.
푸드덕대지도 않고 얼음처럼 굳은 소쩍새처럼, 최나실씨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얘 누구지? 어디서 나타난거지?”
집 안에 있던 부모님을 불렀다. 천연기념물 324호인 소쩍새는 발견 즉시 야생동물보호센터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가족들은 이 새가 소쩍새인지, 올빼미인지, 부엉이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귀한 동물이 찾아온 사실에 무척 기뻐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부리 쪽에 피가 묻어 있었다. 소독약을 가져와 닦아줬다. 집 근처 숲에서 이소(새의 새끼가 자라 둥지를 떠나는 일) 연습을 하다 길을 잃은 것 같다고 판단했다. 부리에 묻은 약간의 피 말고는 외관상 상처는 보이지 않아 날려주기로 했다. 아기 소쩍새는 최나실씨의 집에 10분 정도 머물다 날아갔다.
최나실씨는 이후 도감을 찾아보며 앞마당에 찾아온 작은 새가 소쩍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애니메이션 <슈렉>에 나오는 고양이 같은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올빼밋과에 속하는 맹금류다. 한국에서는 여름 철새로 다 자랐을 때 몸길이는 20㎝ 정도 된다. 주로 나방이나 벌레를 잡아먹고, 때때로 쥐나 파충류 같은 작은 동물을 잡아먹기도 한다. 야행성 조류여서 사람들의 눈에 자주 띄지 않는다. 국내에 얼마나 번식해 있는지 정확한 개체 수도 산정돼 있지 않다. 숲에서 발견된 기록보다 로드킬·구조 사례, 전국 각지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 등으로 개체 수가 아주 적지는 않다는 것만 추정된다.
평소에도 동물을 좋아하는 최나실씨는 동물관리학과를 졸업하고 특수 동물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싶어 준비하고 있다. 최나실씨는 이날 만난 소쩍새와의 순간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영상 최나실 제공 글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9월4일 충남 아산의 한 주택 마당에 떨어진 새끼 소쩍새. 둥지 떠나는 연습을 하다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부리 쪽에 약간의 상처가 있다. 최나실 제공
소쩍새는 놀란 듯 큰 눈을 끔벅이며 꼼짝하지 않고 있다가 숲으로 다시 날아갔다. 최나실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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