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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북극곰 230마리의 ‘행운의 만찬’

등록 2017-10-09 08:00수정 2017-10-09 15:08

애니멀피플]
러시아 브란겔랴섬, 고래 사체 냄새에
‘북극에서 가장 외로운 동물’이 모였다
해안가에 떠밀려 온 북극고래(왼쪽 검은 물체) 주변으로 북극곰들이 몰려 있다.  알렉산더 그루즈데프/브란겔랴 섬 자연보호구역 제공
해안가에 떠밀려 온 북극고래(왼쪽 검은 물체) 주변으로 북극곰들이 몰려 있다. 알렉산더 그루즈데프/브란겔랴 섬 자연보호구역 제공
북극곰은 기본적으로 ‘단독 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짝짓기를 하거나 어미가 새끼를 기르는 2~3년 말고는 북극곰은 얼음 바다를 홀로 떠돈다.

러시아 북극해의 브란겔랴 섬에서 북극곰 230마리가 떼로 몰려 있는 희귀한 장면이 지난달 중순 관찰됐다. 에스키모(이누이트) 마을에서 사냥한 고래를 해체할 때, 남은 살점을 뜯어먹기 위해 수십 마리가 몰려드는 장면이 종종 관찰됐지만, 이렇게 많은 북극곰이 관찰된 건 처음이다.

지난달 탐험 전문 여행사 ‘헤리티지 익스페디션'은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을 데리고 아카데믹 쇼칼스키호를 타고 러시아 무르만스크에서 아나디르까지 북극항로를 횡단하고 있었다. 북극항로 횡단 여행의 막바지인 19일 배가 추크치해(베링해 서쪽의 북극 바다)의 입구에 자리 잡은 브란겔랴 섬에 다다랐을 때, 탑승객들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거대한 규모의 북극곰 떼가 있는 것을 목격했다.

해안가에는 북극고래 사체 한 마리가 있었다. 질병 등의 이유로 해안가에 좌초해 죽은 것으로 보였다. 북극곰은 고래고기 냄새를 맡고 몰려든 게 분명했다. 북극고래는 길이 10~20m, 100t 안팎의 대형고래로, 북극곰과 마찬가지로 북극의 얼음바다에서만 산다. 북극곰은 보통 바다얼음 조각 위에 올라온 물범을 사냥해 먹고 사는데, 최장 32㎞ 떨어진 물범 냄새도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안가를 걷고 있는 북극곰들.  수백마리의 북극곰들이 몰려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알렉산더 그루즈데프/브란겔랴 섬 자연보호구역 제공
해안가를 걷고 있는 북극곰들. 수백마리의 북극곰들이 몰려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알렉산더 그루즈데프/브란겔랴 섬 자연보호구역 제공
고무보트에서 북극곰을 관찰하고 있는 모습.  알렉산더 그루즈데프/브란겔랴 섬 자연보호구역 제공
고무보트에서 북극곰을 관찰하고 있는 모습. 알렉산더 그루즈데프/브란겔랴 섬 자연보호구역 제공

북극곰 200여 마리가 ‘행운의 식사'를 하는 이 장면은 아카데믹 쇼칼스키호에 탑승한 여행자들과 브란겔랴 섬 자연보호구역 직원들에 의해 기록돼 전해졌다.

헤리티지 익스페디션을 운영하는 로드니 러스는 9월19일 블로그에서 “죽은 북극고래 한 마리가 있었고, 주변에 있는 북극곰을 세어본 것만 150마리"라며 "모두 고래를 먹었거나 먹고 있는 북극곰이었다”고 전했다. 브란겔랴 섬 자연보호구역은 홈페이지에서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최소 230마리 북극곰이 목격됐으며, 암컷과 새끼를 동반한 어미, 독립한 수컷 등 다양했다. 새끼 4마리를 데리고 다니는 어미 북극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극곰은 무리 생활을 하지 않는다. 사자처럼 협동 사냥을 하지도 않는다. 새끼를 양육하거나 짝짓기를 할 때 말고는 지속해서 함께 다니는 경우는 드물다. 이번처럼 수백 마리의 북극곰이 한데 모여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알래스카의 에스키모 마을 카크토비크에서 북극곰이 북극고래의 사체 위에 올라가 있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알래스카의 에스키모 마을 카크토비크에서 북극곰이 북극고래의 사체 위에 올라가 있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일반적으로 해안가에 좌초해 죽은 고래는 북극곰이 아주 운이 좋을 때 만날 수 있는 먹이다. 북극권 알래스카 이누이트 마을 카크토비크에서는 매년 늦여름 고래사냥을 벌이는데, 이때 해체하고 남은 고래고기 더미를 먹으러 수십 마리의 북극곰이 방문한다. (관련 기사 ‘고래는 나의 운명’)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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