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사람들은 귀엽다지만, ‘미쳐가는’ 카페 라쿤들

등록 2017-11-07 13:02수정 2017-11-09 16:38

[애니멀피플] 어웨어, 서울시 야생동물 카페 조사
동물들 황폐한 환경서 이상행동 보이고
예방접종 실시 현황 1곳만 공지
인수공통전염병 퍼질 가능성도 제기돼
서울의 한 야생동물카페에서 손님들이 자고 있는 알비노 라쿤의 발을 만지고 사진 찍고 있다.
서울의 한 야생동물카페에서 손님들이 자고 있는 알비노 라쿤의 발을 만지고 사진 찍고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서울 시내 야생동물카페를 조사한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어웨어는 ‘야생동물카페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전국 35개 야생동물카페 운영 현황을 파악하고 서울 지역 야생동물카페 9개 업체를 직접 방문해 △위생 상태 △사육공간 △동물접촉 시간 △은신처 △먹이주기체험 실시 여부 △동물의 외상 및 비정상적 행동 등을 관찰한 결과를 보고했다. 조사 결과, 별도의 관리 규정이 없는 야생동물카페는 동물들에게 적절한 사육 환경을 제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공중보건위해 가능성도 큰 것으로 판단됐다. 조사된 동물카페 가운데 1곳을 제외하고는 예방접종 현황이 공지되어 있지 않아 인수공통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보유한 동물들의 관리 미비도 지적됐다.

야생동물카페에서 사육되는 고양이가 식음료 준비 공간을 자유롭게 오가고 있다.
야생동물카페에서 사육되는 고양이가 식음료 준비 공간을 자유롭게 오가고 있다.
실내에서 운영되는 야생동물카페는 야외에서 살아왔던 동물들에게 적절한 사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특히 9개 야생동물카페 가운데 7개 업체에서 사육하는 라쿤의 경우, 기본적인 라쿤 사육 기준에 절대적으로 미비했다.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Association for Zoo and Aquariums)에 따르면, 나무에 오르기 좋아하는 라쿤의 습성을 충족하기 위한 다양한 높낮이의 구조물이 설치되고, 바닥에는 휴식과 수면을 위한 통나무나 관목이 놓여야 한다. 하지만 방문객과의 접촉을 목적으로 하는 이곳 카페들은 방문객이 과도하게 접촉을 시도할 경우에 숨을 은신처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동물들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등 자신을 자극할 때 벽을 긁거나 숨을 곳을 찾으며 극도로 불안한 행태를 보였다.

3곳의 카페에서는 일부 라쿤을 일어설 수조차 없는 좁은 철제 케이지에 격리해 사육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케이지 내부의 동물들은 외부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거나, 지속해서 벽을 긁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36조에 따르면 영업장은 식품접객업의 영업허가를 받거나 영업신고를 한 업종 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시설과 분리·구획 또는 구분되어야 한다. 그러나 조사된 동물카페에서는 식음료를 조리·섭취하는 공간에 동물들이 머물고, 배변판도 비치되어 있었다. 방문객들이 음료를 마시는 테이블에서 라쿤이 교미 행동을 하는 것도 방치됐다.

이들 동물카페는 영업신고를 할 때 영업장에서 동물을 전시 혹은 동반 가능한지 신고할 의무가 없고, 설령 미리 신고해 동물 사육이 수반되는 영업을 분리된 사육장에서 할지라도 예방접종 및 건강관리에 대한 규정 아래 놓이지 않는다. 조사된 동물카페 가운데에서도 1곳만 광견병 예방접종 현황이 공지되어 있고, 나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반려동물종인 개와 야생동물종인 라쿤이 분리사육되지 않고 있다. 조사대상 9개 야생동물카페 가운데 8곳에서 동물 2종 이상을 같은 공간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합사가 부적절한 동물들을 한 공간에 사육하면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비롯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려동물종인 개와 야생동물종인 라쿤이 분리사육되지 않고 있다. 조사대상 9개 야생동물카페 가운데 8곳에서 동물 2종 이상을 같은 공간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합사가 부적절한 동물들을 한 공간에 사육하면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비롯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동물카페에서는 대부분 방문객과 동물의 접촉이 빈번하게 이뤄진다. 배변판과 방치된 배설물이 있는 곳에서 식음료 섭취가 가능한 환경은 라쿤회충 등 인수공통전염병 감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라쿤회충은 완전히 건조되어도 공기 중에 분진 형태로 떠돌아다닐 수 있고 일정량의 알이 섭취되면 체내에서 부화해 뇌를 손상하는 병으로 치료법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이항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인수공통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에게 있어 라쿤, 사막여우, 미어캣, 프레리독 등 야생동물은 일종의 창고나 저장고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동물카페가 이런 병원체와 사람이 직접 접촉하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사람·동물·생태계의 질병을 따로 보지 않고 각 분야의 건강과 질병을 통합 관리하는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사람과 야생동물 간의 불필요한 접촉을 최대한 감소시키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월~10월 서울 시내 야생동물카페 실태 조사를 한 녹색당에서도, 서울 시내 야생동물카페 10개 업체 전수 조사 현황을 발표할 계획이다.

글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사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1.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2.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3.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4.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5.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