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지리산 반달곰 관리 정책을 서식지 중심으로 바꾸어, 반달곰이 지리산을 빠져나가더라도 강제 회수를 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경북 김천 수도산으로 가고 있는 KM-53도 회수하지 않을 방침이다. 지리산에 서식하는 한 반달곰. 환경부 제공
경북 김천 수도산 방향으로 가다가 버스에 치인 지리산 반달곰 ‘KM-53’이 왼쪽 앞다리를 불편하게 걷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11일 보도자료를 내어 “국립공원관리공단 수의사가 KM-53 앞 20미터 거리까지 접근해 맨눈으로 확인한 결과, 왼쪽 앞다리가 다소 불편해 보이는 보행 자세를 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상·혈흔 등은 외관상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달곰 KM-53은 지난 5일 새벽 4시 경남 산청군 통영~대전고속도로 함양분기점 생초 나들목 방향으로 운행하던 고속버스에 치었다. 그 뒤 생초 나들목 주변에서 하루 1㎞ 안팎 이동하고 있다. 해당 운전기사는 이날 오후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신고했고, 공단이 고속버스에 묻은 털과 배설물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KM-53의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KM-53은 지난해 두 차례나 지리산을 빠져나가 김천 수도산까지 갔다가 잡혀 온 야생 반달곰이다.
환경부는 “KM-53은 지리산에서 20㎞ 이상 떨어진 경남 함양군과 산청군 경계의 태봉산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이동이 계속될 경우 지난해와 같이 거창을 지나 김천 방면으로의 이동이 조심스럽게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반달곰 K-53의 모습.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지난해 7월 도로에 찍힌 반달곰 K-53의 발자국.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하지만 교통사고 뒤 내상이나 골절 등 정확한 부상 상태를 확인할 수 없어, 현재로선 KM-53의 건강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이 곰은 지난해 수도산에서 두 차례 포획틀에 잡힌 경험이 있어, 포획틀과 사람의 접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KM-53의 골절 여부 등 건강 상태를 점검해 이상이 있을 경우 현장에서 치료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KM-53을 지리산으로 회수하는 등 인위적 개입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정기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은 “사고지점 등 곰의 도로 횡단이 예상되는 지역부터 당장 안내 표지판 설치를 추진하겠다”며 “이번 KM-53의 사고를 교훈 삼아 야생동물들이 안전하게 오가며 살아갈 수 있도록 생태통로 연결 등 단절된 생태계의 회복과 생태축 복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