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큰돌고래 떼가 제주 앞바다를 헤엄치고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연안 1㎞ 안쪽에서 활동한다. 고래연구센터 제공
우리가 보통 돌고래라고 부르는 ‘큰돌고래’와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엄연히 다른 종이다. 일반인이 한눈에 구분하기 힘든 수준이긴 하지만, 큰돌고래는 통통하고 남방큰돌고래는 날렵하다. 가장 큰 차이는 서식지다. 큰돌고래는 연안은 물론 먼바다에서도 발견되지만, 남방큰돌고래는 연안 1~2㎞ 안쪽에 바짝 붙어산다. 그렇다면 두 종은 수만년 전부터 어떤 생활사를 가졌을까?
남방큰돌고래의 유전체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해독됐다고 해양수산부가 26일 밝혔다. 또한 집단유전체학을 활용하여 남방큰돌고래와 큰돌고래를 비교한 결과, 마지막 빙하기가 두 돌고래의 운명을 가른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의 의뢰로 이번 연구를 진행한 박중기 이화여대 교수(에코과학부) 연구팀은 남방큰돌고래 유전체가 총 25억개의 염기쌍과 약 2만3000개의 유전자로 구성된 사실을 밝혀냈다. 국내 고래류의 유전체를 해독한 것은 2013년 밍크고래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연구에서는 남방큰돌고래와 큰돌고래의 개체군 크기 변화도 분석했는데, 흥미로운 점이 발견됐다. 약 1만5000년 전 끝난 마지막 빙하기에 남방큰돌고래의 개체수는 감소한 반면 큰돌고래의 개체수는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연구팀은 그 이유를 두 돌고래의 서식지 특성에서 찾았다. 주로 연안에 바짝 붙어사는 남방큰돌고래는 빙하가 확장되면서 연안 서식지가 줄었고 이어 개체수가 감소했을 거라고 추정했다. 반면 큰돌고래는 빙하 확장으로 먹이망이 연쇄 붕괴했고, 뒤이어 범고래와 상어 등 포식자가 급감하면서 개체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지금은 바다로 돌아간 서울대공원 돌고래들. 2012년 서울대공원 해양관 내실에서 찍은 사진으로, 아래가 제돌이이고 위 두 마리가 금등이와 대포다. 과천/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남방큰돌고래는 인도양과 서태평양 열대 및 온대 바다의 연안에 분포한다. 국내에서는 제주도 연안에서 100여마리가 서식하며, 2012년 보호대상해양생물로 지정됐다. 2013년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벌이던 ‘제돌이’를 시작으로, 모두 7마리가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간 바 있다. 큰돌고래는 북극과 남극 바다를 제외한 세계 모든 해역의 연안과 먼바다에서 관찰되며, 남방큰돌고래와 함께 돌고래쇼에 많이 동원되는 종이다.
유은원 해양수산부 해양수산생명자원과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남방큰돌고래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을 분석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향후 제주 바다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 보전 대책 수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기 교수는 “돌고래 유전자의 변이 양상을 비교하면, 기후변화와 개체군의 변화 등 과거에 어떤 현상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다양한 생물 연구에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안예은 정민석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