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야생동물

9일째 계속되고 있는 범고래들의 장례식

등록 2018-08-02 16:08수정 2018-08-03 10:11

[애니멀피플] 세일리시해 J-무리의 ‘애도 행동’
범고래 어미 J-35가 죽은 새끼를 주둥이로 들어 올리며 이동하고 있다. 범고래의 장례식이 9일째 이어지고 있다. 고래연구센터(CWR) 제공
범고래 어미 J-35가 죽은 새끼를 주둥이로 들어 올리며 이동하고 있다. 범고래의 장례식이 9일째 이어지고 있다. 고래연구센터(CWR) 제공
자식을 잃고 떠나보내지 못하는 범고래 어미 J35가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새끼가 죽은 지 9일, 새끼의 주검은 썩기 시작했지만, 어미는 새끼를 하늘나라로 보내지 않고 있다.

미국 시애틀 지역매체 ‘큐13 폭스채널' 등 주요 매체는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범고래 J-35의 애도 행동이 1일(현지시간)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J35는 미국 시애틀에서 캐나다 밴쿠버 사이의 세일리시해에 머물러 사는 남부 정주형 범고래(SRKW) 제이(J)무리 75마리 중 하나다. 지난달 24일 새끼를 낳았으나 곧바로 죽었고, 그 뒤부터 죽은 새끼를 수면 위로 들어 올리며 헤엄치고 있다. (관련기사 ‘출산하다 죽은 새끼…범고래 엄마는 슬프다’)

연구팀은 지난달 30~31일에는 J35의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1일 오후 2시45분께 J35가 여전히 죽은 새끼를 데리고 헤엄치는 걸 발견했다. 죽은 새끼의 사체는 이미 부패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폭스채널은 전했다.

J35의 행동은 죽은 개체를 슬퍼하는 ‘애도 행동'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돌고래를 비롯해 페커리 등 일부 종에서 애도 행동이 발견된 바 있다. (관련기사 ‘멧돼지도 죽은 동료 슬퍼할까?’)

문제는 J35가 이러한 행동을 하면서는 먹이 사냥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죽은 새끼가 가라앉지 않도록 주둥이로 계속 무거운 사체를 들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대 보존생물학연구센터의 데보라 자일즈는 ‘시애틀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어미 범고래가 새끼 범고래를 물에 띄우기 위해 6~7번의 긴 호흡을 한 후 깊게 잠수한다”며 어미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제니 앳킨슨 고래박물관 대표는 “아마도 J35의 친척 범고래들이 먹이를 구해주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건강한 범고래한테도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하는 일인 데다 스트레스가 클 것이기 때문에 걱정된다”고 말했다.

죽은 새끼를 데리고 무리가 며칠째 이동하는 행동을 일종의 ‘장례식’이라고 보는 해석도 있다. 현재 J35는 J 무리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가까운 친척들은 J35를 둘러싸며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니 앳킨슨은 2일 ‘시비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J35의 가족이 번갈아 죽은 새끼를 맡고 있는 거로 볼 수 있다. 아직 (J35가 아닌 다른 가족이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J35가 새끼 없이 헤엄치는 장면이 자주 관찰됐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다른 고래가 대신 데리고 다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 마크 베코프도 1일 ‘사이콜로지 투데이’ 블로그에서 “J35는 확실히 새끼를 잃은 것에 대해 슬퍼하고 있다. 다른 동료들도 이 추도식에 번갈아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연구를 통해 비인간동물의 인지와 감정에 대한 놀라운 사실들이 많이 밝혀지고 있다. 이번 사례에서도 많은 가능성의 문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안예은 교육연수생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1.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2.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3.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4.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5.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