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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단독] ‘우울증’ 쇼돌고래 복순이, 바다 돌아가 엄마 됐어요

등록 2018-08-24 05:00수정 2018-08-24 19:49

[애니멀피플] 남방큰돌고래 새끼 출산
불법포획 뒤 퍼시픽랜드에서 쇼 했던 복순이
새끼와 유영 관찰돼…“7월말~8월초 출산 추정”
지난 10일 제주 대정읍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복순이가 갓 낳은 새끼를 데리고 헤엄치고 있다. 복순이는 2009년 제주 앞바다에서 포획되어 돌고래 쇼에 동원되었다가 2015년 방사됐다.  제주대 돌고래연구팀 제공
지난 10일 제주 대정읍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복순이가 갓 낳은 새끼를 데리고 헤엄치고 있다. 복순이는 2009년 제주 앞바다에서 포획되어 돌고래 쇼에 동원되었다가 2015년 방사됐다. 제주대 돌고래연구팀 제공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돼 돌고래쇼에 동원되면서 우울증 성향을 보였던 남방큰돌고래가 고향에 돌아가 새끼를 낳았다. 수족관에서 쇼를 하던 돌고래가 야생에 나가 새끼를 낳은 것은 춘삼이, 삼팔이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제주대학교 돌고래연구팀은 23일 “남방큰돌고래 복순이가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지속적으로 관찰됐다”며 “돌고래 어미가 새끼를 몸통에 붙이고 다니는 전형적인 ‘어미-새끼 유영자세’(mother-calf position)를 하고 있어, 복순이의 새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주대 돌고래연구팀은 지난 20일 제주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복순이가 새끼와 함께 있는 장면을 맨눈으로 목격했다. 그 뒤 모니터링 때 촬영한 사진 자료를 분석해보니, 8월 7, 8, 9, 10일에도 같은 행동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새끼의 몸통에는 ‘배냇 주름’(fetal folds)이 선명해 갓 태어난 것이 분명했다. 배냇 주름은 갓 난 돌고래의 몸통에 나타나는 줄무늬 형태의 자국이다.

돌고래연구팀을 이끄는 김병엽 제주대 교수(해양과학)는 “복순이가 새끼 없이 관찰된 마지막 날은 7월28일로,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 출산한 것으로 보인다”며 “100여마리밖에 남지 않아 지역적 절멸 위기에 처한 남방큰돌고래 복원에 야생방사가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순이의 새끼는 7월말~8월초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대 돌고래연구팀 제공
복순이의 새끼는 7월말~8월초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대 돌고래연구팀 제공
2013년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던 제돌이 등 3마리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쇼돌고래 7마리가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갔다. 이 가운데 5마리는 기존 무리에 합류해 야생에 성공적으로 적응했고, 2016년에는 삼팔이와 춘삼이가 새끼 출산 소식을 알렸다. 수족관에 살던 돌고래를 정부와 시민단체가 함께 야생으로 돌려보내고, 이 돌고래들이 새끼를 낳은 사례는 한국이 유일하다.

복순이는 우여곡절이 많은 돌고래다. 복순이는 2009년 제주도 신풍리 앞바다에서 제돌이와 함께 그물에 걸려 서귀포 퍼시픽랜드에서 수족관 생활을 시작했다. 주둥이가 비뚤어진 기형인 데다 먹이를 거부하고 무기력에 빠지곤 해 돌고래쇼에는 자주 나가지 않았다.

2013년 대법원이 불법포획된 돌고래의 몰수형을 선고하면서, 복순이에게도 희망의 서광이 비친 듯했다. 하지만 제돌이를 따라 고향 바다로 돌아간 삼팔이, 춘삼이와 달리 복순이는 우울증 성향과 주둥이 기형으로 서울대공원으로 이송돼 임시 보호됐다. 동물단체인 동물자유연대와 핫핑크돌핀스 등은 당시 야생방사에서 배제된 복순이와 태산이의 야생방사를 요구했고, 결국 2015년 7월 해양수산부는 둘을 바다로 돌려보내게 된다.

김병엽 교수는 “당시 야생방사 직전 제주 바다 가두리에서 복순이가 새끼를 낳았지만 곧바로 죽었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복순이의 출산 소식은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당시 복순이는 죽은 새끼가 가라앉지 않게 하기 위해 주둥이로 새끼를 절박하게 물 위로 띄우는 행동을 계속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2012년 6월 퍼시픽랜드에서 돌고래쇼를 할 때도 복순이는 새끼 한 마리를 낳은 적이 있지만, 출산 당일 새끼가 죽은 바 있다. 복순이에게는 이번이 세 번째 출산이자, 야생에서는 첫 출산인 셈이다. 제주대 돌고래연구팀 관계자는 “현재까지 새끼는 건강하게 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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