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서 촬영한 문어. 덩치가 커 다이버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대부분의 해양생물은 물속에서 인간을 만나면 도망치기 바쁘다. 그들의 눈에 압축 공기통을 메고 공기 방울을 내뱉으면서 오리발 차기로 수중을 헤집고 다니는 다이버는 외계인이다.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해양생물이 작심하고 죽기 살기로 덤벼든다면 인간의 힘으로 이길 수 없는 종이 여럿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대형 문어다. 사람 키보다 크고, 강한 빨판이 줄지어 있는 다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달려들면 속수무책이다.
문어(Octopus dofleini)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문어류 5∼6종 가운데 가장 커 최대 3m까지 자란다. 흔히 보는 왜문어와 달리 아한대성으로 찬물이 흐르는 먼바다에 산다. 영어 이름은 ‘북태평양 대왕 문어’(North Pacific giant octopus)이다.
대형 문어도 대개 사람을 보면 피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독도에서 만난 이 문어는 달랐다. 지나가는 나한테 굵고 긴 다리 하나를 뻗어 왼쪽 손의 카메라 하우징 렌즈 포트 유리 부분에 빨판을 붙였다. 이어 다른 다리들도 카메라에 차례로 붙이더니 자기 구멍 쪽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양손에 카메라를 든 상태여서 잠시 당황했다. 문어도 노리개치고는 너무 컸다고 생각했는지 곧 놓아 주었다. 한 순간, 바다는 인간의 세상이 아니라는 섬뜩한 느낌이 스쳤다.
문어는 독도 연안 수심 10~31m 사이 암반 조하대에서 볼 수 있다. 다리를 포함한 몸통 길이가 보통 250㎝에 이를 정도로 대형 문어류이다. 겨울철 1~3월 사이에 특히 눈에 많이 띄다. 울릉도와 독도, 왕돌초 등지에서는 비교적 쉽게 발견되지만, 그 외의 해역에서는 드물게 나타난다. 몸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다이버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김지현 국립 군산대학교 독도해양생물생태연구실·수산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