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가 아니다. 큰살파는 오히려 척추동물에 가까운 동물이다. 투명한 젤라틴 몸을 지녔으며 제트류로 이동한다.
오는 25일은 민간단체인 독도수호대가 고종이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정하는 칙령을 제정한 날을 기념해 만든 ‘독도의 날’이다. 독도에 관해 몇 가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소개한다.
독도는 우산도(512년), 삼종도(1471년), 가지도(1794년), 석도(1900년), 독도(1906년)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동·서·남·북 주변 50~60㎞ 이내에 거칠 것 하나 없는 망망대해에 솟아오른 바위산이어서 늘 거센 파도에 시달린다.
이 때문에 1년에 약 60일 정도만 배를 선착장에 안전하게 댈 수 있다. 울릉도에서 세 시간여 만에 도착한 여객선이 접안을 못 하고 그냥 돌아가는 일이 흔하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 두 개의 큰 섬과 89개의 부속 섬으로 이루어졌다.
섬 주변 가까이는 수심 5~50m 정도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수천 길 낭떠러지 심해다. 바람 길목이라 바람이 드세다. 연중 파도가 드높고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메마른 곳이다.
독도의 풍요로운 바닷속을 큰살파가 헤엄치고 있다.
그러나 바닷속은 전혀 다르다. 난류와 한류가 만나고, 깊은 바다의 영양분 많은 찬물이 독도와 부닥쳐 표면으로 솟아올라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 동도와 서도 주변 사방 1㎢ 바닷속에 550여종의 해양생물이 득실거린다.
독도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생물 가운데 큰살파가 있다. 큰살파(학명
Thetys vagina)는 독도 연안 수심 5~15m에서 발견된다. 살파류 중에서 대형 종이다. 살파란 생물은 투명하고 관 모양인 젤라틴 몸체인 데다 플랑크톤과 비슷한 행동을 해 해파리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오히려 척추동물에 가까운 동물이다. 물을 빨아들여 거른 뒤 내보내는 제트 추진으로 움직인다. 먹이인 식물플랑크톤이 많으면 싹을 내는 무성생식으로 재빨리 번식한다. 때로는 여럿이 이어져 기차 모양을 이루기도 한다.
큰살파는 살파류 가운데 가장 커 몸통의 길이가 15㎝에 이른다. 몸통 뒷부분에 꼬리 모양으로 생긴 돌기가 한 쌍 있다. 몸 가운데 흰색으로 보이는 것이 소화관이며, 바로 앞에 심장이 있다. 몸 전체에 걸쳐 보이는 횡 모양 줄은 체벽근이며, 이빨 모양으로 생긴 아가미도 가지고 있다.
동도 부채바위 해변가에 떠밀려온 큰살파는 이제 살 길이 없다.
제트류를 뿜어 이동하지만 움직임은 둔하다. 해안에 떠밀려온 살파는 자신의 힘으로 바다로 가지 못하고 조간대에 갇힌다. 맨살을 햇볕에 쪼이는 순간 큰살파의 삶은 끝난다.
김지현 군산대 독도해양생물생태연구실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