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의 건조하고 온난한 초원지대에 서식했던 콰가얼룩말은 평야 얼룩말의 아종으로 몸의 앞부분에만 줄무늬가 있었다. 19세기에 ‘사냥꾼의 천국’으로 유명했던 남아프리카에서는 스포츠 사냥과 가죽 무역이 성행해 콰가를 비롯해 많은 동물이 남획되었다.
남아프리카에 정착한 네덜란드인은 빈약하고 메마른 목초지에 양과 소를 방목했고 가축과 먹이 경쟁을 벌이는 콰가를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했다. 순식간에 사라진 서식지만큼 콰가의 개체 수도 급격히 감소했다.
종이에 연필, 2014
야생의 마지막 개체군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프리스테이트에 살고 있었으나 1878년경에 자취를 감췄다. 암스테르담 아르티스 마기스트라 동물원에서 사육하던 마지막 한 마리가 1883년 8월 12일에 죽음으로써 특이한 줄무늬를 가진 콰가얼룩말은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19세기에는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나선 유럽인에 의해 여러 지역에서 무자비한 동물 남획이 이루어졌다. 멸종 동물의 수난사는 판박이처럼 똑같다. 인간은 탐욕스럽게 땅을 차지했고 거기 살고 있던 몇몇 동물 종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죽임을 당했다.
사라진 동물의 목록보다 중요한 것은 ‘왜 사라졌는가’를 제대로 아는 것이다. 과거 우리가 어떤 과오를 저질렀는지 반성하지 않고서는 현재를 바로잡을 수 없고 미래를 기대할 수도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직 충분히 반성하지 않은 것 같다. 지금 자연과 환경은 콰가가 멸종한 19세기보다 더욱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문제가 너무 뿌리 깊고 복잡해서 해답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폭력과 야만의 역사가 아니라 사랑과 공존의 역사로 나아갈 시간이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다고 믿고 싶다.
장노아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