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수호를 주장하며 호주 상원의원 선거에 나선 동물정의당 소속 엠마 허스트가 뉴사우스웨일즈 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 엠마 허스트 인스타그램 갈무리
“동물들에게 약속합니다. 서커스의 암사자, 스톨 속의 돼지, 의학 실험실의 쥐, 트롤선 그물 속에 갇힌 물고기를 저는 보았습니다. 동물들의 고통을 압니다. 절대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동물 대신 목소리를 내려고 의회로 갑니다. 동물을 위해 정책과 법률을 변경하고, 동물에 해를 입히는 법안을 막아 모든 종이 존중받길 바랍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즈 상원의원으로 동물권을 맨 앞에 내세우는 정치인이 당선됐다. 호주 동물정의당의 엠마 허스트는 당선이 유력했던 기독민주당의 폴 그린 후보자를 8천 표 차이로 누르고 동물의 목소리를 대변하게 됐다.
비건이자 채식주의 보디빌더, 16년 간 동물권 운동을 해온 엠마 허스트는 현 정부가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동물을 잔혹하게 대우하는 데 반발해 출마했다. 공약으로 △동물 복지 관련 독립 기구 설립 △살아 있는 동물 수출 폐지 등을 내세웠다.
지난 15일 엠마 허스트는 자신의 SNS 계정에 당선 소감을 쓰며 “변화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나는 껍데기뿐인 공약으로 가득 찬 정치인이 아닌 동물을 위한 변화, 그러니까 수백만 마리의 암탉, 다친 코알라, 죽어가는 동물을 위해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동물권단체인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는 “정치인이 동물을 대변한다는 것은 다양한 상징성을 가진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한국의 경우 약자, 소수자를 배려하는 정치가 부족한 데다 동물을 대변하는 정치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데, 이처럼 동물권을 주장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배출되면 개도살 금지나 동물원 규제 폐지 등이 더 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엠마 허스트 외에도 비건 정치인으로 알 고어 전 미국 부통령,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등이 유명하다. 최근 다음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제2의 오바마’ 코리 부커 민주당 상원의원도 비건으로 알려졌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반려묘와 함께 포즈를 취한 엠마 허스트. 인스타그램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