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밑으로 지나가는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꼬리지느러미가 모두 잘렸고 등지느러미는 부분적으로만 남았다. 김녕 요트투어 제공.
“와, 돌고래다!”
“어, 근데 왜 꼬리가 없어?”
17일 제주 구좌읍 김녕 앞바다에서 돌고래를 관찰하던 관광객들 사이에서 이런 대화가 오갔습니다. 돌고래 한 마리가 배를 따라 유영했는데, 꼬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관광객을 태운 요트는 항구로 돌아왔고, 돌고래는 어디론가 이동했습니다. 다 자란 돌고래라고 하기엔 몸집이 작았지만, 젖먹이라고 할 만큼 어린 개체는 아니었습니다. 이 돌고래는 왜 꼬리도 없이 홀로 돌아다니고 있는 걸까요?
꼬리가 어구에 걸려 거의 잘린 상태로 헤엄치는 모습이 발견된 어린 제주 남방큰돌고래. 2016년 목격됐다. 이정준, 드림 채널 제공.
제주도에서 야생 돌고래를 오래 관찰하다 보면 어딘지 움직임이 이상한 개체들을 가끔 목격합니다. 기록을 위해 사진을 찍고 행동을 관찰하다 보면, 이런 돌고래는 대부분 몸 어딘가에 어구나 낚싯줄 등이 걸린 상태입니다.
2015년 돌고래 새끼 한 마리가 꼬리부터 등지느러미까지 어구에 감겨 몸을 채 펴지도 못한 채 어색하게 어미를 따라 헤엄치던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안쪽으로 그물의 줄이 깊게 파고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어구가 심하게 감겨 구부정한 자세로밖에 헤엄치지 못하던 어린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모습. 2015년 목격됐다. 장수진 제공.
이 모습을 본 한 고래류 구조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등지느러미가 빠르게 탈락한다면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꼬리지느러미를 잃게 된다면, 이 개체는 거의 확실하게 죽고 말 것이다”.
2016년에도 비슷한 사례가 두 건 더 발견했습니다. 꼬리 쪽에 어구가 감겨 있어 중간중간 이상한 각도로 몸을 틀어야만 유영이 가능했던 어린 새끼들이었습니다.
꼬리에 어구가 감겨 이상한 모습으로 몸을 비틀어 간신히 헤엄치던 제주 남방큰돌고래 새끼. 2016년 사례이다. 이정준, 드림 채널 제공.
오스트레일리아 전문가들이 2017년 샤크 베이에서 치명적이지 않은 어구에 걸린 어린 남방큰돌고래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를 보면, 어구에 얽힌 돌고래는 먹이를 먹는 시간이 줄어들고, 무리와 함께 있지 못하고 홀로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또 갑작스럽게 뛰어오르거나 유영 중 방향과 속도를 급하게 변경하는 등 불규칙한 행동이 자주 관찰됩니다.
그러나 어구가 제거하면 다른 돌고래와 같은 행동 패턴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다시 말해, 그물에 걸리면 무리 생활을 유지하며 사회적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워지고, 에너지를 섭취하기보다는 소모하는 행동이 주로 나타납니다.
만일 몸에 얽혀있던 어구가 제거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부정적 행동이 지속하는 것 이상의 심각한 문제로 이어집니다. 바로 꼬리지느러미 등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입니다. 특히 꼬리지느러미의 손상은 치명적입니다.
■ 제주 김녕 꼬리 잘린 남방큰돌고래 유튜브 동영상
영화 ‘돌핀 테일’의 포스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돌고래의 꼬리는 생존에 가장 중요한 부위 중 하나입니다. 등지느러미나 가슴지느러미가 몸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면 꼬리지느러미는 위·아래로 내려치는 힘을 이용하여 유영하는데 필요한 추진력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돌고래의 꼬리에는 뼈가 없는 대신, 힘줄을 비롯한 강한 결합조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등에서부터 연결된 근육과 힘줄을 이용하여 꼬리를 위·아래로 내려치는 힘을 얻어 유영하고, 먹이를 쫓고, 다른 개체와 교류합니다. 꼬리를 잃은 돌고래는 무리와 함께 이동하지 못하고 홀로 떨어지는 것은 물론 생존에 필요한 먹이를 잡는 것도 불가능해지는 순간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2005년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는 게를 잡기 위해 설치한 어구에 걸려 꼬리가 잘려나간 채 발견된 어린 돌고래가 있었습니다. 이 돌고래는 운이 좋게도 구조돼 수족관에서 사육되었고, 6년 후 실리콘을 이용한 인공 꼬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2011년 미국에서 나온 영화 ‘돌핀 테일’로도 각색되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실은 이렇게 아름답게 끝나지 않습니다. 2015년과 2016년에 발견된 개체들은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더는 바다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돌고래 또한 아마도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리라 추정됩니다.
바다에는 온갖 쓰레기가 흘러들어오고 낚싯줄이나 폐어구가 버려집니다. 자신이, 자신의 부모가, 그리고 그 조상이 오래도록 익숙하게 사용하던 바다에서 나타난 낯선 물체들에 뒤얽힌 생물들은 결국 여기서 헤어나지 못하고 몸의 일부가 잘려나가거나 목숨을 잃고 맙니다. 이렇게 희생당하는 대부분의 돌고래와 해양 생물들은 구조는커녕 발견되지도 못한 채 바닷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장수진·김미연/ 해양동물생태보전 연구소(MAR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