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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코뿔소를 죽이고 인간이 얻은 것들

등록 2020-04-09 09:57수정 2020-04-14 14:32

[애니멀피플] 장노아의 사라지는 동물들
서부검은코뿔소와 상하이세계금융센터, 종이에 수채, 76x57cm, 2014
서부검은코뿔소와 상하이세계금융센터, 종이에 수채, 76x57cm, 2014

서부검은코뿔소: 절멸 2006년

상하이세계금융센터: 492m, 상하이, 중국

코뿔소는 밀렵과 밀거래로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코뿔소의 뿔은 해열과 해독, 최음제로도 쓰이고 전통의식을 위한 칼자루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암을 비롯해 크고 작은 온갖 질병을 낫게 한다는 잘못된 믿음도 널리 퍼져 있다.

밀렵으로 죽는 것을 막기 위해 뿔을 미리 잘라내는 프로젝트가 시행되기도 했지만 코뿔소의 무기인 뿔을 제거하면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되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1960년,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검은코뿔소는 대략 7만여 마리였으나 현재는 4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1970년과 1992년 사이에 검은코뿔소의 96%가 밀렵으로 죽었으며 극소수만 겨우 생존한 지금도 밀렵이 계속되고 있다.

서부검은코뿔소, 종이에 연필, 2014
서부검은코뿔소, 종이에 연필, 2014

검은코뿔소는 콩고 분지와 서아프리카의 적도 산림 지역을 제외하고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에 널리 분포한다. 어깨높이는 1.4~1.8m, 몸길이는 3~3.75m이고 무게가 800~1400kg에 달하는 거대한 초식동물이다. 검은코뿔소의 아종인 서부검은코뿔소는 1980년에는 135마리가 생존했지만 1991년에는 50마리, 다음 해에는 35마리, 1997년에는 10여 마리만이 살아남았다. 남은 개체들은 드넓은 카메룬 북부지역에 외따로 흩어져 있어 번식이 불가능했다.

서부검은코뿔소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2006년이었다. 이후 민간단체나 정부 차원에서 여러 차례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지만 서부검은코뿔소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제대로 된 길도 없는 데다 교통수단은 너무 비싸고 무장강도가 수시로 출몰해 안전하지 않았다. 밀렵꾼들은 동물이 마시는 물웅덩이에 독을 풀었고 곳곳에 올가미를 설치했다.

코뿔소의 흔적을 찾던 조사팀은 덫에 걸리거나 상처 입은 동물들을 수차례 발견했지만 서부검은코뿔소의 생존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2011년 국제자연보전연맹은 서부검은코뿔소의 멸종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다른 코뿔소들의 운명도 다르지 않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대형동물로 여겨지는 인도네시아자바코뿔소는 인도네시아 자바 섬 국립공원에 약 40~50마리가 생존해 있다. 베트남자바코뿔소는 2011년 멸종했고 인도자바코뿔소는 이미 1990년대 초반에 사라졌다. 흰코뿔소의 아종인 북부흰코뿔소는 번식이 불가능해 곧 멸종될 것으로 보인다.

야생에 남은 수마트라코뿔소는 약 100여 마리에 불과하다. 40여 마리를 사육하며 30년간 번식을 위해 노력했지만 겨우 4마리의 새끼만을 얻었다. 그마저도 인공수정 등 각종 방법을 총동원해 겨우 성공한 것이었다. 코뿔소의 멸종을 막으려는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러 종의 코뿔소들이 차례차례 세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코뿔소의 뿔을 갈아 만든 분말이 최고급 파티나 동남아시아 클럽에서 마약으로 이용된다고 한다. 고작 환각제 따위로 이용하려고 선사시대부터 지구에 살아온 동물을 멸종으로 몰아간다는 말인가. 마지막 서부검은코뿔소가 죽어갈 때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자문해 본다. 야생 동물의 죽음이 보이지 않는 먼 곳에서 벌어지기 때문일까, 어차피 막을 수 없는 일이라며 포기한 걸까.

어떤 사람들은 세상에 남은 마지막 코뿔소를 죽여서라도 돈을 위해, 보신을 위해, 찰나의 쾌락을 위해 뿔을 잘라낼 것이다. 이러한 폭력은 동물만을 향하지 않는다. 힘없고 연약한 존재를 학대하고 착취하는 사람보다, 그것을 지켜보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우리가 더 나쁘다.

장노아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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