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난긴팔원숭이의 수컷은 검은색 털을 가졌고, 암컷은 황금빛 털을 가졌다. 성적이형성의 대표적인 사례다. 홍콩 카도리에농식물원 제공
원숭이 암수가 단순히 짝을 이뤘다는 소식이 뉴스가 될 수 있을까? 하이난긴팔원숭이라면 그럴 수 있다. 수컷은 칠흑색, 암컷은 황금색인 이 종의 신비로운 모습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적은 개체 수로 멸종이 임박한 영장류이기 때문이다.
3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인 하이난긴팔원숭이(학명
Nomascus hainanus)가 중국 남부 하이난 섬에서 다섯 번째로 짝을 이뤄, 멸종 위기에 빠진 이 종에 희망을 던져주었다고
영국 매체 ‘BBC’가 2일 보도했다. ‘하이난검은볏긴팔원숭이’라고도 불리는 이 종은 현존하는 영장류 가운데 가장 개체 수가 적다.
하이난긴팔원숭이는 원래 중국 대륙에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의 서식지는 중국 남부 하이난 섬 바왕링 자연보호구역 16㎢의 작은 숲에 고립되어 있다. 이 종은 다른 긴팔원숭이처럼 밀림의 상층부(수관)에서 나무를 타고 다니며, 크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어 자신의 영역을 구분한다. 특히 이른 새벽 암수가 함께 부르는 노래가 아름답다. 이런 모습은 사람 눈에도 잘 띄는데, 암컷과 수컷의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는 성적 이형성(sexual dimorphism) 때문이다. 이 원숭이 수컷은 짙은 검은빛 털을 가졌고, 암컷은 화려한 황금빛 털을 지녔다.
수컷 한 마리와 암컷 두 마리 그리고 새끼들로 구성되는 하이난긴팔원숭이 가족. 새벽에 암수가 함께 부르는 노래는 자신들의 영역을 알리고 유대를 강화한다. 반면, 수컷 혼자 부르는 노래는 암컷의 관심을 끄는 행위다. 홍콩 카도리에농식물원 제공
40~50명의 조사 요원들이 하이난긴팔원숭이를 모니터링 한다. 원숭이 서식지에서 캠핑을 하며 노랫소리를 듣고 개체를 식별하는 조사는 통상 4~5일이 소요된다고 홍콩 카카도리에농식물원은 밝혔다.
홍콩 카도리에농식물원은 최근 커플 탄생 소식을 알리며 낸 보도자료에서, 하이난긴팔원숭이의 개체 수가 미미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1950년대에 2000마리였으나, 벌목과 플랜테이션, 식용 포획 등으로 1970년대 10마리까지 떨어졌다. 2003년에는 두 무리, 13마리가 보고되며 멸종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지자, 카도리에농식물원 등이 주도하는 ‘하이난긴팔원숭이 보전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원숭이들에게 먹이를 공급하고 모니터링을 하는 한편 수천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지난 1월 공개된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원숭이는 5개 무리, 30여 마리로 살짝 늘었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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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긴팔원숭이 한 무리(가족)는 수컷 한 마리, 암컷 두 마리 그리고 새끼들로 구성된다. 이러한 일부이처제는 개체 수가 희소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수컷은 암컷의 출산 직후 번식이 안 되는 기간에 다른 암컷과 번식을 시도함으로써 개체 수를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견된 개체들은 다섯 번째 커플이다. 지난해 10월 주민들이 한 원숭이 커플의 노랫소리를 들었다고 했고, 올해 1월 초 조사 요원들은 해발 850m 산정에서 두 개체가 짝을 이뤄 노래 부르는 것을 확인했다. 하이난긴팔원숭이 프로젝트의 필립 로 보전담당관은 ‘비비시’에 이번 소식은 이 원숭이가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 천천히 회복할 거라는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