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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판다를 ‘보호할 가치’는 얼마일까

등록 2020-07-09 13:15수정 2020-07-09 13:51

[애니멀피플] 장노아의 사라지는 동물들
대왕판다와 시틱 플라자, 종이에 수채, 76x57cm, 2015
대왕판다와 시틱 플라자, 종이에 수채, 76x57cm, 2015

대왕판다: 멸종 취약 단계
시틱 플라자: 390.2m, 광저우, 중국

만약 우리가 자연 세계와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지구가 그 작동을 멈춘다면 결국 우리는 어디로 간단 말인가? 달인가? 달의 모습을 보니 언젠가 그곳에서도 우리가 살았던 모양이다. -마이클 J. 코헨

보고 있자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독특하고 귀여운 외모의 판다는 대왕판다, 자이언트 판다, 왕판다로 불린다.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이자 국보로 여겨지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마스코트 징징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주로 중국에 서식하는 판다의 존재는 사냥꾼에게 가죽을 받은 프랑스 선교사에 의해 1869년 서양에 처음 알려졌다. 1930년대에는 시카고 동물원과 런던에 반입되었다. 1961년 창립한 세계야생동물기금은 런던 동물원 판다 치치로부터 영감을 얻어 로고를 제작했다.

판다는 큰 머리에 강한 턱 근육을 가졌다. 어금니도 평평하고 넓다. 가끔 육류를 섭취하지만 99% 대나무가 주식이다. 튀어나온 앞발의 발목뼈 하나를 엄지처럼 사용해 대나무를 붙잡는다. 대나무 10~18kg을 먹는다. 나무를 물어뜯은 자국이 지문처럼 각기 달라서 개체 수 파악에 활용된다.

몸길이는 150~190cm, 몸무게는 수컷이 85~125kg, 암컷이 70~100kg 정도다. 육중한 몸집이지만 나무를 굉장히 잘 탄다. 번식기를 제외하면 거의 단독생활을 하고 동면은 없다. 대신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피해 낮은 고도로 이동한다.

대왕판다, 종이에 연필, 2015
대왕판다, 종이에 연필, 2015

보통 한 마리의 새끼를 낳지만 쌍둥이가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어미가 강한 새끼에게 젖을 물리기 때문에 약한 새끼는 죽는다. 갓 태어난 새끼는 어미 크기의 900분의 1에 불과하다. 3개월이 지나야 겨우 걸을 만큼 연약한 유아기를 거친다. 대략 5~6년 지나면 성숙한 판다가 되고 수명은 야생에서 14~30년 정도다.

과거 중국 남부와 동부, 베트남과 미얀마 북부 지역에 널리 분포했던 판다는 현재 중국의 쓰촨, 산시, 간쑤 지방의 대나무 숲에 제한적으로 서식한다. 서식지가 있는 지역 사회는 막대한 생태 관광 수입을 얻는다. 세상의 큰 관심과 사랑에도 불구하고 판다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인구 증가와 산림 파괴로 인한 서식지 감소가 가장 큰 위협 요인이다.

낮은 번식률과 사냥도 문제다. 판다 밀렵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다른 동물을 사냥하던 사냥꾼이 뜻하지 않게 판다를 죽이는 불상사가 끊이지 않는다. 1970년대 후반 야생 판다 개체 수는 1000여 마리에 불과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보호 정책으로 2014년 1864마리로 증가했고 현재 2000여 마리가 남아 있다.

<우리 문명의 마지막 시간들>의 저자 톰 하트만은 어떤 사람과 환경문제에 관해 토론한 일화를 들려준다. 그 사람은 점박이 올빼미나 게으름뱅이 가마우지 같은 게 왜 필요하냐고 물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직업과 경제 안정, 깨끗한 도로와 안전한 도시며 동식물의 가치는 인간의 필요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대로 인간의 필요가 동물의 생명보다 소중할까. 자연의 가치를 경제적 관점에서 환산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막대한 보존 비용이 드는 판다의 경우, 과연 그 비용을 치러야 할 만큼 판다가 가치 있느냐는 한 영국 학자의 문제 제기가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다른 야생 동물에 비해 판다는 그나마 처지가 나은 편이다. 사랑스러운 외모가 아니었다면 멸종위기 동물의 상징적 존재가 될 수도 제대로 보호받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우주 프로젝트에는 천문학적인 자금과 지원이 필요하다. 판다 보존 비용과 달리 가치 논란도 없다. 인류가 이룬 과학적 성과는 놀랍고 자랑스럽지만 한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지구는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 별이다. 지구의 환경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수많은 생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기아와 질병의 고통 속에 죽어간다.

우주 비행도 가능한 첨단기술의 시대에 우리는 왜 자연과 생명을 지키지 못할까? 지키려 하지 않는 건 아닐까? 지구의 자원과 인간의 기술이 모든 생명체를 위해 사용되길, 멸종을 향해 한 계단씩 내려오고 있는 판다가 더는 낮은 곳으로 향하지 않길 바란다.

장노아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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