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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산에서 1년, 사육장에서 11년…마지막 한국표범

등록 2020-08-08 10:47수정 2020-08-09 15:58

[애니멀피플] 장노아의 사라지는 동물들
아무르표범과 광저우 국제금융센터, 종이에 수채, 76x57cm, 2014
아무르표범과 광저우 국제금융센터, 종이에 수채, 76x57cm, 2014

아무르표범: 멸종 위급
광저우 국제금융센터: 438.6m, 광저우, 중국

아무르표범은 한국표범, 만주표범, 극동표범으로도 불리며 고산지대의 산림에서 주로 발견된다. 머리가 크고 둥근 편이며 여름에는 털 색깔이 적황색이었다가 겨울에 밝게 변한다.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 털 길이가 여름에 2.5cm 정도였다가 겨울에는 7cm 정도로 길어진다. 높이 쌓인 눈 위를 걷기 수월하게 다리도 긴 편이다.

수컷의 몸무게는 32kg~48kg이고 특별히 큰 개체는 75kg에 달한다. 몸길이는 대략 156cm~190cm, 꼬리 길이는 60cm~83cm 정도다. 단독 생활하지만 교미 후에 암수가 함께 지내며 새끼를 돌보는 경우도 있다. 3개월 무렵 젖을 떼는 새끼는 1년 반에서 2년이면 성숙해져서 어미 곁을 떠난다. 수명은 야생에서 10년~15년, 사육 상태에서는 20년도 산다.

아무르표범은 과거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 러시아 연해주 남부에 널리 분포했다. 현재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 160여 마리가 살고 있고 인접한 중국 지역과 북한에 극소수가 남아 있다. 2000년 국제자연보존연맹은 아무르표범을 멸종 위급 단계로 분류했다. 서식지 상실과 먹잇감 감소가 가장 큰 위협이다. 먹이를 구하러 인근 농장에 내려왔다가 농장주에게 사살되거나 모피와 약재를 위한 밀렵에 희생되기도 한다.

근친교배로 인해 생활력과 생식능력이 떨어지는 근교약세도 문제다. 2012년 러시아 정부가 연해주에 ‘표범의 땅 국립공원’을 설립했다. 중국은 2017년부터 ‘동북 호랑이와 표범을 위한 국가공원’을 대규모로 조성하고 있다.

전 세계에 30여 마리만 남아 멸종 직전에 처했던 아무르표범은 적극적인 보전 활동과 보호구역 확대로 개체 수가 크게 증가했다. 1995년 1240㎢였던 러시아 보호구역은 2017년에는 중국을 포함해 5541㎢로 확대됐다. 북한 과학원이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아 2002년 발간한 공식자료 ‘우리나라 위기 및 희귀 동물’에 따르면, 함경도, 평안도, 강원도 고산지대 일부에 아무르표범이 생존해 있다. 남한에서는 1970년대에 자취를 감췄다.

마지막 한국표범에 대한 책을 낸 사람은 일본의 동물 문학 작가 엔도 키미오다. 1975년 창경궁에 방문한 그는 한국에 표범을 연구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혼란한 정세 탓에 동물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1985년 엔도 키미오는 다시 한국에 왔고 지인의 도움을 받아 표범이 잡힌 한국의 산골 마을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기록했다.

그의 책에 따르면, 1962년 경상남도 합천군 오도산에서 생포된 한 마리와 1963년 경상남도 거창군 가야산 인근 마을에서 포획된 한 마리가 마지막 한국표범이었다. 1~2살 정도의 어린 표범들이고 소백산맥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혈연관계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무르표범, 종이에 연필, 2014
아무르표범, 종이에 연필, 2014

가야산 표범은 진돗개 한 마리를 잡아먹은 후, 개 주인과 개에게 쫓기다 잡혀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했다. 노루 덫에 걸린 오도산 표범은 당시 64세였던 사냥꾼 황홍갑씨가 발견했다. 그는 전 국민에게 표범을 보여 주고자 죽이지 않고 주민들과 함께 생포했다. 그 과정에서 황홍갑씨의 동생이 표범 발톱에 상처를 입었다. 어린 표범이 아니었다면 생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황홍갑씨는 소정의 사례금을 받고 표범을 드럼통에 넣어 창경궁에 기증했다. 오도산 표범은 창경궁에 있는 동안 암컷 인도표범과 교미해 새끼 두 마리를 낳았다. 모두 암컷이었지만 이후 수컷 인도표범과 교미하려 들지 않아서 번식에 실패했다. 오도산 표범은 1973년 8월11일, 순환기 장애로 쓰러졌다. 구더기가 끓었지만 위험해서 아무도 접근할 수 없었다. 여드레 후인 8월19일 4시 30분, 마지막 한국표범은 죽음을 맞았다.

다른 기록들도 있다. 오도산 표범이 포획된 지 2~3년 후에 전라북도 익산에서 한 교회의 목사가 암컷 표범을 팔겠다고 창경궁에 연락해 왔다. 가격을 너무 비싸게 부른 데다 호랑이 덫에 걸려 앞다리가 떨어져 나간 표범이라 사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1963년 11월13일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경상남도 합천군 오도산 중턱에서 길이 2m, 무게 56kg의 암컷 표범이 발견됐다. 표범은 철사로 된 올가미에 걸려 10여 시간 몸부림치다 죽었다. 1970년 3월6일자 경향신문에는 경남 함안에서 포수의 총에 맞아 죽은 수컷 표범에 대한 기사가 실려 있다. 나이 18살, 몸길이 160cm, 무게 51.5kg으로 기록된 표범의 가격은 70만원이었다.

창경궁에 살았던 마지막 한국표범의 사진을 보았다. 한 장은 창경궁으로 옮겨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찍힌 것으로 마른 몸에 비스듬히 반쯤 누워 있다. 다른 한 장은 우리 안 창살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고 나머지 하나는 햇볕을 쬐는지 창살 밖에 앉아 있는 사진이다. 창경궁에서만 지낸 지 오래라 살이 많이 찐 상태다.

죽지 않고 살아 기록을 남겨준 것이 우리에게는 환영할 일이지만 표범은 어땠을까. 굶주림 탓에 인가 근처까지 내려왔다가 덫에 걸린 어린 표범이 산에서 보낸 시간은 1~2년 남짓이고 사육장에서 보낸 시간은 11년 5개월이었다. 배불리 먹고 편히 지낼 수 있어서 좋았을까? 아니면 매일 밤 산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었을까?

오도카니 앉아 있는 살찐 한국표범의 모습이 떠올라 내내 마음이 아프다. 동물의 마음에는 창살도 국경도 없다. 세상의 어느 산에서든 표범이 자유롭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장노아 화가

Amur Leopard and Guangzhou International Finance Center

Amur Leopard: Critically Endangered
Guangzhou International Finance Center: 438.6m, Guangzhou, China

Also known as the Far East leopard, Manchurian leopard, and Korean leopard, the Amur leopard is mostly found in alpine forests. The leopard was once widely distributed to the Korean Peninsula, northeastern China, and far eastern Russia. It is estimated that some 60 individuals survive in Primorskij, Russia and that seven to twelve individuals are scattered in adjacent regions in northeastern China. A few individuals survive in alpine regions in North Korea, but the Amur leopard has already died out in South Korea. Being an apex predator, the leopard is able to adapt to a changing environment as long as it has adequate access to prey. However, because of loss of habitat and decline in prey, the leopard is now endangered. A leopard is occasionally shot on a farm in search of prey. It is poached for its fur and body parts to be used for ingredients in medic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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