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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산악고릴라는 아직 살아 남았다…그의 헌신 덕에

등록 2020-12-03 10:00수정 2020-12-03 11:15

[애니멀피플] 장노아의 사라지는 동물들
산악고릴라와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앤드 타워, 102x65cm, 종이에수채, 2014
산악고릴라와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앤드 타워, 102x65cm, 종이에수채, 2014

산악고릴라: 멸종 위기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앤드 타워: 423.2m, 시카고, 미국

치명적인 다섯 개의 상처를 입었던 그날, 디지트는 여섯 명의 밀렵꾼과 사냥개가 자신의 가족인 심바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그들의 새끼에게 가려는 걸 지연시키고 그들을 안전한 비소케의 경사지대로 도망치게 했다. 디지트의 마지막 전투는 외로웠고 용감했다. - 다이앤 포시, 안개 속의 고릴라 중에서

해발고도 2500~4000m의 산악지대에 서식하는 산악고릴라는 르완다와 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의 국경을 이루는 비룽가 산맥 화산지대와 우간다 남서부에 위치한 브윈디천연국립공원에 1000여 마리 남아 있다. 나무껍질과 뿌리, 과일, 셀러리 등이 주식이고 평균 신장 150~180cm, 체중은 90~180kg 정도다. 사람의 지문처럼 각기 다른 콧구멍 모양과 코주름을 활용해 개체 수를 파악한다.

임신 기간은 9개월이고 새끼 한 마리를 낳으며 3살 무렵 젖을 뗀다. 수컷은 성적으로 성숙해지면 등과 허벅지에 은빛 털이 나기 때문에 은색등(Silver-back)이라 불린다. 무리가 이동할 때는 은색등이 맨 앞에 서고 젊은 수컷인 검은등이 맨 뒤에서 따르며 암컷과 새끼들을 보호한다.

산악고릴라, 종이에 연필, 2014
산악고릴라, 종이에 연필, 2014

산악고릴라는 발견된 지 100년도 되지 않아 멸종위기에 놓였다. 흑마술을 신봉하던 토착민과 밀렵꾼들이 고릴라처럼 강한 힘을 얻기 위해 수컷 산악고릴라의 귀와 혀, 생식기, 손가락을 절단해 끓여 마셨다. 두개골과 손은 관광객에게 팔렸다.

밀렵꾼들은 새끼를 잡아서 외국의 동물원에 넘겼는데 가족애가 강해서 새끼를 포획하려면 저항하는 어른 고릴라 여러 마리를 죽여야 했다. 고릴라 사망 원인 3분의 2가 밀렵이었고 다른 동물을 잡기 위한 덫에 희생되는 일도 많았다. 2008년에는 남은 개체 수가 680여 마리에 불과했다.

20세기를 넘기지 못하고 멸종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이 있었지만 국제적인 보존 노력과 지역 사회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현재 1000여 마리로 증가했다. 2018년 국제자연보전연맹은 산악고릴라의 멸종위기 상황이 위급에서 위기 단계로 상향되었다고 발표했다.

밀렵과 서식지 파괴를 비롯해 인간 접촉에 의한 호흡기 질환과 에볼라 바이러스 등도 생존을 위협한다. 최근 산악고릴라 보호지역의 국립공원들은 코로나 19가 영장류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세계보건기구와 전문가들의 경고와 보호조치 권고에 따라 관광객과 민간인 출입을 금지했다.

평생 고릴라 연구와 보호에 헌신했던 다이앤 포시의 책 ‘안개 속의 고릴라’에는 야생 산악고릴라와 함께 보낸 15년의 삶과 연구 기록이 담겨 있다. 침팬지를 연구한 제인 구달처럼 루이스 리키 박사와 레이턴 윌키에게 지원을 받게 된 다이앤 포시는 1967년, 짙은 안개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는 3000m 높이의 비소케 산에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산악고릴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폐기종에 시달리면서도 장화가 다 헤질 정도로 비룽가 산맥의 우림을 돌아다니며 고릴라를 관찰했다. 밀렵꾼이 설치한 덫을 제거하고 서식지를 보존하는 일도 그녀의 몫이었다.

몇 년간 관찰만 하면서 고릴라 무리 주위를 맴돌던 어느 날, 호기심 많은 어린 수컷 고릴라 한 마리가 다가와 다이앤 포시의 손을 만졌다. 피너츠라고 이름 붙인 고릴라였다. 그때부터 경계심 강한 고릴라들이 다이앤 포시를 무리 안으로 받아들였고 더 친밀한 관계 속에서 연구할 수 있었다.

1977년 다이앤 포시가 무척 사랑한 고릴라 디지트가 머리와 손발이 절단된 사체로 발견되었다. 가족처럼 여기던 고릴라들이 계속 도살당하자 다이앤 포시는 밀렵꾼의 활동을 방해하는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응징에 나섰다. 실제로 목격된 사례는 많지 않았으나 밀렵꾼들을 붙잡아 때리고 소유물을 불태우는 등 가혹 행위를 일삼는다는 소문과 악평이 퍼졌다.

다이앤 포시는 전 세계의 비난과 지원 단체들의 압박으로 1980년 르완다를 떠나야 했다. 5년 후에야 연구센터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도착 2주 후인 1985년 12월26일, 숙소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되었다. 범인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다이앤 포시의 사랑과 헌신이 없었다면, 당시 242마리에 불과했던 산악고릴라는 세상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밀렵꾼들과 외롭게 싸우다 떠난 그녀를 대신해 이제 수많은 파수꾼이 산악고릴라를 지키고 있다. 사랑하는 디지트의 무덤 옆에 묻힌 그녀는 평화로운 천국에서 디지트를 꼭 끌어안고 활짝 웃고 있을 것이다.

장노아 화가

Mountain Gorilla and Trump International Hotel and Tower

Mountain Gorilla: Endangered
Trump International Hotel and Tower: 423.2m, Chicago, United States

There are only about 1000 mountain gorillas left in world: about 380 individuals live on Virunga Massif straddling the borders of Rwanda, Uganda, and the Democratic Republic of the Congo, and about 300 individuals live in Bwindi Impenetrable National Park in southwest Uganda. Poachers account for two-thirds of gorilla deaths. In ancient times, indigenous people and poachers boiled the ears, tong, genitals, and fingers of the male mountain gorilla and drank the liquid in the belief that they would become as strong as the gorilla. Poachers hunted baby gorillas and sold them to zoos overseas. Gorillas have strong family ties, and adult gorillas will fight to the death to protect their young, with the result that the poachers of the baby gorillas would have to kill several adult gorillas to capture them. The skulls and hands of gorillas were popular among tourists. Thanks to ongoing efforts to protect the mountain gorilla, the population has been gradually increasing. Even so, the mountain gorilla remains endangered because rampant poaching persists and habitats are decli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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