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울산 울주군 범서읍 한 농가 주변에서 무게 70㎏ 정도의 사육곰이 포획됐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부처님 오신 날’ 울산 한 농가 주변에 나타난 반달가슴곰은 불법 증식된 사육곰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반달곰은 경기도 용인시 한 불법농가에서 태어나 울산으로 불법 임대된 개체로 정부의 관리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일 오전 11시경 울주군 범서읍에 나타난 반달가슴곰은 농장 주변을 돌아다니다 5시간 만에 포획됐다. 3~4살 정도로 추정되는 암컷 곰은 그동안 민가에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고, 인근을 배회하며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취재진에게 가까이 다가가거나 119구조대원들이 던져준 과일을 받아먹는 등 온순한 모습을 보이다가 오후 4시쯤 국립공원생물종보존원 관계자가 쏜 마취총을 맞고 포획됐다.
반달곰의 탈출은 공휴일에 일어난 단순한 해프닝처럼 보도됐으나, 시민단체는 반복되는 사육곰 탈출 사고가 인명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일 녹색연합은 ‘불법임대 반달가슴곰 탈출, 부실한 관리감독의 결과’라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육곰 탈출 사고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농가 주변을 배회하던 곰은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않고 포획됐다. 취재진에게 가까이 다가가거나 119구조대원들이 던져준 과일을 받아먹는 등 온순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녹색연합은 “이번 곰 탈출 사고는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다. 온갖 불법과 부실한 관리감독이 빚어낸 결과”라며 “인명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실제로 2012년 농장을 탈출했던 사육곰이 등산객을 물고 달아난 사고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녹색연합 자료에 따르면 사육곰 탈출 사건은 2010년 이후 보고된 건만 19건으로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인명 피해가 난 것도 문제지만, 탈출한 곰들의 절반 가량이 사살된 것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사육곰 탈출 사례. 녹색연합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녹색연합과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탈출한 곰은 경기도 용인시 곰 사육 농장에서 불법 증식으로 태어난 반달가슴곰이다. 용인의 농가는 앞서
수차례 불법 증식과 곰 취식·웅담 채취 등 불법을 저질러 온 곳이다. 용인과 여주 등에 농장을 운영하면서 현재까지 약 100여 마리의 곰을 사육하고 있다. 탈출 곰 또한 이 농장주가 울주군의 한 개인에게 불법 임대한 곰으로 드러났다.
반달가슴곰은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으로 개체 증식이나 불법 거래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이 농가 또한 지난해 멸종위기종 사육시설 미등록으로 고발 조치 됐고, 벌금형을 받았으나 불법 행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야생생물법)이 개정돼 불법 증식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긴 했지만, 시설 점검이나 불법 임대에 대한 처벌, 대책 마련은 없는 형편이다.
탈출했던 곰은 현재 울주군 농장으로 돌아갔다. 녹색연합은 “탈출한 곰이 다시 불법 임대한 농장으로 돌아갔다는 점은 지난해 7월 곰 탈출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작년 여주시 사육곰 농장에서
탈출한 새끼 곰은 끔찍한 철장으로 돌아가 결국 폐사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은 그 자체로 보호받아 마땅하지만 환경부의 태도는 모순 그 자체”라며 “한쪽에서는 지리산 반달가슴곰 종복원을 하면서 6년 째 불법 증식된 36마리에 대해서는 방치 중”이라고 비판했다. 또 “웅담채취용 곰 사육이 이뤄지는 사태를 방치한다면 멸종위기종을 활용한 암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9년 7월 경기도 여주 한 농가에서 탈출해 농수로에 빠졌던 불법증식 새끼 반달곰이 구조되고 있다. 이 새끼곰은 농장으로 돌아가 결국 폐사했다. 사진 여주소방서 제공
환경부 낙동강유역청 관계자는 “탈출곰을 사육중인 울주군 농장주는 이미 지난해 10월에 고발 조치를 해 벌금 300만원을 부과받은 상태다. 환경부의 ‘탈출 사육곰 포획 및 처리 지침안’에 따라 부득이하게 현재는 원주인에 인도한 상태”라고 말했다. 낙동강유역청은 울주군 농장주를 다시 사육시설 미등록 부분을 고발하고, 현장 점검에 응하지 않을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력 조치할 방침이다.
한편 환경부는 반복되는 사육곰 문제 해결을 위해 전남 구례에
불법증식 개체를 몰수 할 수 있는 보호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