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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생존 실험…주거·문화 ‘압축도시’ 만들고 일자리 마련

등록 2021-10-18 05:00수정 2021-10-18 08:41

살길 모색하는 ‘소멸고위험’ 지역
읍내에 미니 복합타운 조성중
2024년까지 3300여명 주거단지
공원·체육센터·도서관 등도 계획

학교·시장 있는 원도심과도 가까워
5㎞ 안 산업단지로 농공병진 추진

충북도 저강도 압축도시 ‘농시’ 정책
8곳 농촌거점 정해 생활인프라 집적
괴산군이 2024년께 조성할 압축형 도시 괴산 미니복합타운. 주거 공간 왼쪽에 주민이 이용할 체육관, 도서관, 어린이집 등 문화·복지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괴산군 제공
괴산군이 2024년께 조성할 압축형 도시 괴산 미니복합타운. 주거 공간 왼쪽에 주민이 이용할 체육관, 도서관, 어린이집 등 문화·복지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괴산군 제공

인구 3만6880명(9월 말 기준)인 충북 괴산군은 한달 신생아가 10명 미만이다. 반면에 65살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의 36%를 차지하는, 소멸위험지수 0.16인 소멸고위험 지역 가운데 한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괴산군은 ‘압축형 도시’ 실험을 시작했다. 읍내에 주거·복지·문화·교육생활이 가능하도록 거점을 마련하는 압축도시(콤팩트시티)는 일본 북부 아오모리, 중부 도야마 등에서 도입된 바 있다. 미국에선 디트로이트가 ‘디트로이트 워크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압축도시와 비슷한 적정 규모 전략을 추진했다.

괴산이 추진하는 압축형 도시 ‘괴산 미니복합타운’도 주거단지와 문화·복지 공간을 압축하는 게 핵심이다. 일단 2024년까지 괴산읍(대사리) 20만3392㎡에 임대 350가구, 분양 1431가구, 단독주택 35가구 등 1816가구 3377명을 수용하는 주거단지를 조성한다.

괴산군이 2024년께 조성할 압축형 도시 괴산 미니복합타운. 군은 주거단지와 함께 체육관(왼쪽 아래)과 도서관(오른쪽 아래) 등 복합 문화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괴산군 제공
괴산군이 2024년께 조성할 압축형 도시 괴산 미니복합타운. 군은 주거단지와 함께 체육관(왼쪽 아래)과 도서관(오른쪽 아래) 등 복합 문화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괴산군 제공

주거단지 앞쪽엔 29억원을 들여 국공립 어린이집(960㎡)을, 뒤쪽 하천에는 수변공원(4만㎡)을 만들 참이다. 인근에는 연면적 3450㎡, 3층 규모 도서관도 들어선다. 100억원을 들여 일반 열람실뿐 아니라 영유아실, 청소년 특화 공간과 북카페 등을 포함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꾸밀 참이다. 예산 110억원을 투입해 수영장·헬스장·다목적공간·놀이터·쉼터 등이 포함된 반다비 국민체육센터(4530㎡)도 조성한다.

도서관·체육센터·공원 모두 주거단지 바로 옆에 둬 충북 평균(9.3㎞)은 물론 접근성이 좋은 서울(1.59㎞)에 견줘도 접근에 손색이 없도록 했다. 이들 시설 신축 예산 절반 이상은 국비·도비로 충당된다.

애초 입지 선정도 편의시설과의 거리를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 주변 1㎞ 남짓한 거리에 전통시장, 버스터미널, 병원 등이 들어선 원도심이 형성돼 있으며, 반경 500~1000m 안에 초·중·고교가 있다. <지방도시 살생부―‘압축도시’만이 살길이다>라는 책에서 압축도시를 소개한 바 있는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괴산이 추진하는 복합타운은 원도심을 중심으로 개발 전략을 펴는 전형적인 압축도시라기보다 압축과 복합을 융합한 형태다. 도시 기능을 거점 공간에 집적화해 인구를 모으고, 생활을 효율화하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괴산군이 이런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소멸위기 때문이다. 한때 16만명(1967년)에 이르던 인구는 1988년 10만명 아래로 떨어지더니, 2003년 증평과 분리되면서 그마저도 반토막 났다. 최근 3~4년 동안 해마다 400여명의 인구가 자연감소(사망-출생)해 3만9천명 선이 무너졌는데, 올해 출생한 신생아는 9월 말까지 71명으로 한달 10명이 채 안 된다. 이차영 괴산군수는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생활환경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 산업단지·기업 유치 및 종사자 정주 여건 개선 등 다양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복합타운 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충북 괴산고등학교에서 바라본 괴산 미니복합타운 조성 예정인 괴산읍(대사리). 괴산군은 2024년까지 도로 오른쪽 산 아래에 압축형 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괴산군 제공
충북 괴산고등학교에서 바라본 괴산 미니복합타운 조성 예정인 괴산읍(대사리). 괴산군은 2024년까지 도로 오른쪽 산 아래에 압축형 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괴산군 제공

괴산은 복합타운 조성을 통한 생활여건 개선과 더불어 일자리 마련을 위한 원도심 재생, 산업단지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복합타운과 1㎞ 남짓 떨어진 곳에 대제산업단지, 5㎞ 남짓한 곳에 청안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등 농업과 산업이 공존하는 ‘농공병진’ 정책을 펴고 있다. 이 군수는 “전통 농업, 관광 등만으로는 지방의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없는 현실이다. 기업 유치로 외부에서 유입하고, 내부 여건을 좋게 해 기존 인구를 지키는 전략을 함께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북도에서도 ‘저강도 압축도시’인 ‘농시’ 정책을 펴고 있다. 농촌 거점에 작은도서관, 돌봄·가족센터, 문화체험·생활체육시설, 문화소극장, 건강관리실, 청소년어울림센터 등을 확충하는 사업으 로 , 2019년 영동군 황간면, 증평읍, 괴산읍, 단양군 매포읍에 이어 지난해 청주시 내수읍, 옥천읍, 진천읍, 음성군 삼성면 등 8곳을 ‘농시’로 지정해 생활 인프라 압축을 지원하고 있다. 이정운 충북도 농촌개발팀 주무관은 “‘농시’는 거점 읍·면에 도시 기능을 집적화한 일종의 압축도시다. 농시가 지방 소멸을 막고, 지방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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