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학살 희생자 유해 안치식에서 스님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춤을 추고 있다.
“쪼개지고 부서지고 총알 구멍이 뚫린 유해가 나올 때마다 유족들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2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발굴 유해 안치식’에서 추도사를 읽어내려가는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 유족회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의 말에는 ‘대전 산내학살 희생자 유해발굴’ 현장에서 “쪼그려 앉은 채 묻힌 수십구의 유해를 바라보며” 느낀 비통함이 담겼다. 이어 진혼(죽은 사람의 넋을 달래 고이 잠들게 함) 의식이 시작됐다. 제사상 뒤로 수습된 학살 희생자 유해가 담긴 상자들이 놓였다. 그 너머로 산내 학살 희생자의 넋을 달래는 스님의 독경과 북소리가 울렸다.
이날 안치식에는 전 회장을 비롯해 박선주 골령골 유해발굴단 책임연구원(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 황인호 대전동구청장, 박민자 동구의회 의장,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박규용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상임대표 등이 참석했다.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28일∼7월17일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와 대전·충남 지역에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들이 집단 학살돼 묻힌 곳이다. 이들이 묻힌 30∼80m 구덩이 8곳을 연결하면 길이가 1㎞에 달해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리기도 한다.
2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학살 희생자 유해 안치식에서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 유족회장이 추도사를 읽고 있다.
매장지에 대한 첫 조사는 2007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진행해 34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시민사회단체·유족회·전문가 등으로 꾸려진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희생 발굴 공동조사단’도 2015년 20구의 유해를 수습했다. 행정안전부와 대전 동구청 주관으로 진행된 지난해 발굴에서는 234구의 유해가 발굴됐고, 올해 6월7일부터 10월15일까지 발굴에서는 962구의 유해가 수습됐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총 1250구의 희생자 유해가 발굴됐다.
올해 발굴된 962구의 유해는 안치식이 끝난 뒤 세종시 전동면 ‘추모의 집’으로 옮겨져 봉안(죽은 사람의 위패나 주검 따위를 모시어 둠)됐다. 이 유해는 2024년 골령골에 평화위령공원인 ‘진실과 화해의 숲’이 들어서면 다시 옮겨져 안장될 예정이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진실화해위원회가 전국 지자체를 통해 파악해보니 한국전쟁 전후에 집단 희생된 민간인들의 유해는 260개 지역, 304개 장소에 이른다”며 “권위주의 시기 희생자 유해 매장지를 포함해 새롭게 발굴 종합계획이 필요해 이에 관한 조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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