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충남 천안에서 운전사와 선거운동원 등 2명이 숨진 국민의당 유세버스. 화물칸에 발전기와 연료통(원 안)이 실려 있다. 독자 제공
제20대 대통령선거 운동 첫날인 15일 충남 천안과 강원도 원주에서 국민의당 유세 버스 안에 있던 운전사와 선거운동원 등 3명이 질식해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진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충남경찰청은 천안과 원주 유세차량에서 동시에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발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관광버스를 외부에 대형 엘이디(LED) 전광판을 갖춘 유세버스로 개조하면서 화물칸에 전원공급용 발전기를 설치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두 차량 모두 버스좌석을 45석에서 25석으로 줄였지만, 이는 사고와는 별다른 관련이 없어 보인다.
천안동남경찰서와 원주경찰서는 16일 오전 11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한국가스공사 등과 사고가 난 유세 버스에서 합동 감식을 벌였다. 합동감식반은 버스 화물칸에 설치된 발전기가 작동하면서 발생한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의 배출 경로 등을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경찰은 사고가 난 유세 버스를 개조한 경기도 김포 한 업체를 찾아 발전기 설치 관련 설계도면과 작업일지가 있는지, 버스 외부에 설치한 대형 엘이디(LED) 화면, 45인석인 좌석을 25석으로 줄이면서 구조변경 허가를 받았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서울의 한 유세차량 개조업체 관계자는 “사고 유형으로 보면 제작자가 실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업체는 유세차(개조)를 잘한다고 알려진 전문업체다. 영세업체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사고가 난 천안 유세버스는 경남 ㄴ관광, 원주 유세버스는 창원 ㅇ고속관광 소속이다. 국민의당 유세버스는 18대로, 김포의 업체가 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세호 충남경찰청 강력계장은 “사상한 운전사와 선거운동원 등은 버스 화물칸에 설치한 발전기를 작동시킨 뒤 유세가 열리는 동안 버스 안에서 대기하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숨진 손아무개씨 등 2명 부검은 17일 예정돼 있다. 사고원인을 찾은 뒤, 과실이 드러나면 책임자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수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일 경우 원청인 국민의당과 유세차량 임대업체 모두 처벌 대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법 시행령에 일시적으로 다량의 화학물질에 노출돼 사망할 경우 중대재해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운전사 등에게 “업체 쪽에서 ‘엘이디를 작동할 때 일산화탄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고 들었다”고 발표했다.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산재예방지도과는 “15일 사고 현장에서 조사했으며, 숨진 운전사 등이 노동자인지, 도급 관계인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아직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세차 사망 사고 여파로 안철수 후보가 유세 일정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여야는 16일 전국 각지 유세 현장에서 로고송 송출과 율동을 중지하는 등 일제히 애도를 표하며 조용한 유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는 이날 “애도를 표하는 뜻으로 유세본부장 지침을 통해 전국유세단에 오늘 하루 율동과 로고송 방송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이날 서울 강남역 유세에서 유가족과 고인의 위로와 조문의 뜻으로 현장에서 묵념을 제안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도 “함께 애도하기 위해 오늘 유세활동은 로고송을 틀지 않고 율동을 하지 않는 등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는 공지를 내보냈다. 윤석열 대선 후보는 이날 오후 강원도 원주 유세를 마친 뒤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단국대병원과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을 차례로 찾아 조문할 예정이다.
정의당도 이날 아침부터 사고가 발생한 천안지역 유세를 중단하는 한편 “전국 유세단과 선거운동원들에게 오늘 하루 선거운동은 율동과 로고송을 중지하고 차분하게 유세 및 선거운동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심상정 후보도 이날 전남 목포 유세 현장에서 “가급적 조용하게 고인들을 추모하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선거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