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 현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해 6월 공사 절차 위반 등으로 인해 시민 9명을 희생시킨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의 시공사인 에이치디시(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30일 서울시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8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서울시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현대산업개발은 해체계획서와 달리 시공해 구조물 붕괴 원인을 제공했고, 과도한 살수(물 뿌림) 작업으로 지반 하중이 늘어나면서 붕괴가 우려됐지만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 건설산업기본법(제82조)는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하여 시설물이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발생시키거나 일반 공중에 인명피해를 끼친 경우 영업정지 8개월을 처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행정처분으로 현대산업개발은 앞으로 8개월 동안 입찰참가 등 건설사업자로서 행하는 영업활동이 금지된다. 다만, 행정처분을 받기 전 도급계약을 체결했거나 관계 법령에 따라 인허가 등을 받아 착공한 건설공사는 계속 시공할 수 있다.
서울시는 애초 형사판결이 나온 후 행정처분을 할 방침이었으나, 입장을 바꿔 처분시기를 앞당겼다. 전태호 서울시 건설혁신과장은 “사실관계가 (판결로)확인된 뒤 처분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인명사고를 발생시킨 건설업체에 대해 신속한 행정처분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학동 붕괴사고는 지난해 6월 9일 도로변 상가건물이 철거 중 붕괴되면서 건물 잔해가 인근을 지나던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등 17명(사망 9명, 부상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사고 발생 석 달 뒤 국토부와 관할 구청인 광주 동구청은 사업자 등록 관청인 서울시와 영등포구에 철거 공사 원청사인 현대산업개발과 하도급 업체인 한솔기업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행정 처분해 달라고 각각 요청했다.
‘학동 사고’ 관련 현대산업개발에 처분은 이번이 끝이 아니다. 전 과장은 “지난해 9월10일 국토교통부는 학동 사고의 ‘부실시공’과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에 대해 행정처분을 요청했는데, 이번 서울시가 처분한 건 ‘부실시공’ 혐의에 대한 것이다.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혐의에 대한 처분은 영등포구 처분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처분통지를 받은 뒤 4월 중 처분내용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처분은 이번 8개월 영업정지에 가산된다.
아울러 서울시는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에 대해 현대산업개발을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올 1월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는 구조물과 외벽이 무너지면서 작업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경찰 수사에서 현대산업개발은 39층 바닥면 시공법을 무단으로 변경했고, 하부층 36∼38층 3개 층 지지대를 미리 철거하는 등 복합적 과실이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28일 국토부는 서울시에 이 건과 관련해 등록말소 처분을 할 것을 요청했다. 시는 “전담 검토 조직을 구성했으며 신속하게 등록말소 등을 포함한 강력한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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