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시민들이 해산물을 고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코로나19 땐 이 전염병이 언젠가 끝이 날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었제. 일본 오염수 방류는 후세까지도 이어진다고 하니 앞으로 어째요. 여기 상인들 모두 자포자기지.”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한 24일 오후 1시께 김분도(61) 목포활어회플라자 상인회장은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목포활어회플라자가 있는 전남 목포시 북항 일대는 위판장과 횟집 등이 몰려 있는 전남의 대표적인 수산물업체 밀집지역이다. 하지만 이날 손님은 보이지 않고 상인 몇몇만 주변 정리를 하고 있었다. 전남은 양식과 원양어업을 포함한 국내 어업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김 회장은 “상인들 대부분 담담한 표정이지만 속내는 업종을 바꾸던가 장사를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다”며 “당장 손님이 줄어들 판인데 우리 정부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상인은 “추석을 앞두고 제사용품으로 건어물이 한창 팔릴 시기인데 꼭 이때 방류를 해야 했느냐”고 하소연했다.
고영태(61) 북항시푸드타운 상인회장도 “정부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믿을 수 있는 조사 결과는 내놓지 않았다”며 “여야는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결국 우리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쓴소리를 냈다.
국내 수산물을 대부분 소비하는 수도권 일대 수산물 상인들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30년째 장사를 하는 유아무개(54)씨는 “아이엠에프(IMF) 사태 당시에도 이 정도로 손님이 없지는 않았다”며 “최근 경기 침체 등 불황에 오염수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작년 대비 매출이 4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29년 경력의 상인 유아무개(50)씨는 “손님들이 원산지를 보면서 ‘일본산이네’라고 반응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어 국산을 달라고 하거나 사지 않으려고 한다”며 “상인들은 (오염수 방류) 논란이 그저 사그라지기만 기다릴 뿐”이라고 했다.
평소 손님들로 북적였던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상인 최정순(60)씨는 “여기 오는 손님들도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수산물이 안전한 거 맞냐고 많이들 물어본다”며 “그럼 우리는 그동안 아직 방류도 안 해서 괜찮다고 말했는데도 손님들이 오지 않았다. 방류 이후에는 더 안 올 것 같다”고 했다.
바다가 삶의 터전인 어민과 해녀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날 제주시 도두동 도두어촌계에서 만난 어민 양영배(56)씨는 “지금이 한창 한치잡이 시기이지만 이미 제주 바다는 황폐화해 지난해 절반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오염수마저 도착하면 제주도 바다는 끝났다고 본다”고 걱정했다. 해녀 서복녀(82)씨는 “해녀들도 만나면 다들 오염수 이야기를 한다. 걱정은 되지만 정부가 막지 못하는 일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도 없다. 하지만 걱정이 되지 안 되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김영철 전국어민회총연맹 집행위원장은 “정부는 자체 비축 7만6천t에 민간 유통업자에게 저금리로 돈을 빌려줘 13만t 수준으로 수산물 수매를 유도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전체 생산량을 보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일본이 방류했더라도 우리 바다까지 오는 시간은 아직 남아 있으니 우리 정부는 국제재판소 제소 등 최대한 빨리 중지시키려고 노력하라”고 요구했다.
김용희 곽진산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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