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해녀와 어민들이 7월6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해상시위를 벌였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24일 오후 1시부터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는 가운데, 바다에 직접 뛰어들어 해산물을 채취하는 제주 해녀가 “오염수가 방류되면 물질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올해로 53년째 해녀로 일하고 있는 김계숙 제주해녀협회장은 이날 오전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같이 말했다. 소라, 성게, 해삼, 전복, 문어 등을 주로 채취하는 김 회장은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제주 해녀들 분위기는 죽을 맛”이라며 “(해녀들이) 모이면 오염수가 방류되면 물질은 다 했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해녀들의 걱정은 크게 두 가지다. 김 회장은 “당장은 해산물 소비가 안 되면 그게 제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해녀들이 숨을 참고 바닷속에 있다가 (수면) 위에 나오면 숨을 쉬려고 입을 벌린다. 그러면 바닷물이 바람을 타고 입에 팍 들어온다. 어쩔 수 없이 하루에 다섯 여섯 번 (바닷물을) 먹게 되는데 (오염수가 방류된 이후) 그게 누적이 되면 얼마나 우리 몸에 해롭겠나”라고 우려했다.
6월13일 오후 제주시 노형오거리에서 열린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제주 범도민대회'에서 제주도해녀협회 고송자 사무국장이 항의 표시로 테왁(해녀 물질 기구)을 태우고 있다. 연합뉴스
젊은 해녀들을 중심으로 직종 전환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김 회장은 전날 저녁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나와 “새내기 해녀들 가운데 벌써 아르바이트를 2~3개씩 하는 해녀들이 있다”며 “바다만 믿고 살다가 가만히 있다가 오염수 방류되고 수산물은 잡아와도 누구(도) 사 먹지 않고 하면 잡으러도 못 가고 가만히 앉아서 손가락만 빨 수는 없으니 어디 아무 데라도 가서 일하고 벌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해녀, 어업인, 수산업자, 외국인, 임신부, 일반시민 등 4만 명은 윤석열 대통령, 국무총리, 외교부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 등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각종 조처를 할 수 있는 국가기관을 피청구인으로 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이 오염수를 방류하려는 일본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외교적 조처를 취하지 않았고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적절한 정보제공과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아 청구인들의 생명권, 건강(보건)권, 안전권 등을 침해했다는 취지다.
이날 전국어민회총연맹 쪽은 일본 어민들과 함께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일본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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