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수산시장 매장에 국내산 원산지 표시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먹거리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학교 급식용 식재료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는 조례가 주목받고 있다. 주민들은 급식 자재에 대해 정밀검사를 원하는데, 지방의회는 유통 단계에서 방사능 검사가 이뤄지고 있어 별도의 검사는 예산 낭비라며 난색을 표하는 곳도 있다.
한겨레가 6일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서 방사능 관련 급식 안전 조례 현황을 살펴보니, 광역자치단체 8곳과 기초자치단체 20곳에서 관련 조례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1곳은 어린이집 등 영유아시설만 대상으로 지정했고, 2곳은 학교·유치원·어린이집·사회복지시설·공공기관을 포괄하는 공공급식을 대상으로 했다. 나머지는 학교와 영유아시설을 대상으로 지정했다.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식재료 공급 지원 조례는 국내 지자체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뒤 도입되기 시작했다. 서울 동대문구가 2013년 12월 처음 시행했으며, 올해도 일부 지자체가 시행했다.
조례에는 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의 방사능 검사를 전문기관에 의뢰해 어린이집별로 연 1회 또는 2회 이상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구청장이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이 담겼다. 공동구매 업체를 통해 식재료를 공급받는 어린이집은 업체의 식재료 검사로 대신할 수 있도록 했다. 방사능 등으로부터 안전한 식재료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어린이집에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연 1~2회 검사로는 안전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반론 요지다. 실제로 조례에 따라 검사를 실시하는 지자체도 드물었다. 조례가 제정된 한 기초지자체는 한겨레에 “어린이집에 급식을 제공하는 공동구매업체로부터 연 2회 방사능 검사 확인서를 받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례가 업체의 식재료 검사로도 전문기관 검사를 대신할 수 있게 허용한 탓이다. 서울처럼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는 경우, 굳이 조례대로 자치구 검사를 또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민들은 오염수 방류로 불안한 상황에서 아이들 먹거리에 대한 안전장치를 촘촘하게 만들어달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서울 강서구, 광진구, 송파구 등에서는 주민 5천~6천명의 서명을 받아 관련 조례의 주민발의 절차가 끝났다. 강서구는 구의회를 통과해 지난해 조례가 생겼지만, 올해 조례를 상정한 광진구와 송파구에서는 가결에 실패했다. 송파구의 한 어린이집 학부모는 “주변에도 김이랑 생선을 미리 사두는 등 불안해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조례가 부결되니 속상하다”며 “불안을 잠재우지 못할망정 오히려 부채질하는 태도가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부산 등에서는 학부모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조례 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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