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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나홀로 가구’가 54%…“생활·건강 악화땐 사회시스템이 해결”

등록 2023-11-30 07:00수정 2023-11-30 13:33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 ④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혼자 살고 있는 마리아 후가레가 자신의 집 소파에 앉아 있다. 손지민 기자
스톡홀름에서 혼자 살고 있는 마리아 후가레가 자신의 집 소파에 앉아 있다. 손지민 기자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 마리아 후가레(33)의 집 현관에 들어서자 텔레비전, 2인용 소파, 작은 협탁과 침대가 오밀조밀 자리잡은 37㎡ 면적의 방 한칸이 눈앞에 펼쳐졌다. 비슷한 크기의 한국 원룸과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10일 찾아간 후가레의 원룸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7층짜리 아파트에 있다.

‘자취생의 로망’처럼 깔끔하고 아늑하게 꾸며진 이곳은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후가레가 16년 전 독립생활을 시작하며 구한 소중한 안식처다. 당시 후가레는 17살이었다. 독립 전 어머니와 둘이 살던 후가레는 어느 날 ‘스웨덴이 아닌 외국으로 나가 살겠다’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결정과 맞닥뜨렸다. 후가레는 다니던 학교와 정든 친구들을 두고 타국으로 떠나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 결정을 존중하되 후가레는 혼자 스톡홀름에 남기로 했다. 어머니가 딸 때문에 어렵게 내린 결정을 포기하거나, 후가레가 어머니의 결정에 울며 겨자 먹기로 끌려가는 일은 없었다. 가족끼리도 개인의 뜻과 결정을 존중하는 스웨덴의 문화 덕이었다. 이렇게 마리아 후가레는 1인 가구가 됐다.

스웨덴은 세계에서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유럽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스웨덴의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54%나 된다. ‘청년’ 후가레처럼 이른 나이에 독립생활을 시작하는 스웨덴의 개인 중심 주거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

현지에서 한겨레와 만난 군나르 안데르손 스톡홀름대 인구학 교수는 “스웨덴에선 젊을 때 부모를 떠나 독립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19~20살이 되면 독립을 하는 게 일반적인 추세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독립 후에 친구들과 함께 사는 경우도 많은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스웨덴은 상대적으로 혼자 사는 기간이 길다”고 했다.

스톡홀름에서 1인 가구 생활을 하고 있는 지미 부시스가 자신의 원룸을 소개하고 있다. 손지민 기자
스톡홀름에서 1인 가구 생활을 하고 있는 지미 부시스가 자신의 원룸을 소개하고 있다. 손지민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웨덴에선 1인 가구가 취약계층이나 특별한 정책 대상자로 생각되지 않는다. 혼자 사는 이들이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주거 환경에 내몰리거나 정서적으로 고립되는 일도 드물다. “월세는 올랐습니다. 그러나 속도가 느리고 폭은 완만했지요. 16년 전에 4500크로나(한화 약 56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6천크로나(한화 약 75만원)입니다.”

앞서 소개한 후가레의 집도 1930~4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지만 ‘열악함’과는 거리가 멀다. 스톡홀름에서 혼자 사는 지미 부시스(39)도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튼튼하게 잘 지어져 있고, 전반적인 주거 환경이 좋은 편이다. 독립생활을 시작한 젊은이들은 대부분 작은 아파트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지미 부시스는 41㎡ 원룸에 살며 매달 6천크로나를 월세로 낸다.

한국보다 1인 가구 비율은 훨씬 높지만, 스웨덴의 합계출산율(1.54)은 한국(0.78)의 2배가량이다. ‘1인 가구를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면, 1인 가구가 많아져 결혼을 안 하게 되고 저출생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국내 일부 정책가들의 생각과 상반된 결과다. 스웨덴 현지에선 1인 가구와 높은 출생률의 공존을 “가족이란 틀을 벗어나도 경제활동이나 교육·돌봄에 지장이 없는, 개인이 중시되는 환경” 덕으로 돌린다. ‘에이징 솔로’를 쓴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유럽과 한국의 행복도 인식 데이터 분석’을 보면 북유럽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하려면 다른 이들의 행복을 필수적으로 여긴다. 그 결과 불평등 해소 등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회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반면 한국 사람들의 사고에는 ‘가족’만 있고, ‘나’와 ‘사회’가 없었다”고 썼다.

1인 가구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한국도 스웨덴처럼 개인 중심의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군나르 안데르손 교수는 말한다. “혼자 살다가 사정이 어려워지거나 혼자 살 힘이 부족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아요. 사회 시스템이 책임져주기 때문입니다.” 김진석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학)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는 “한국은 정책 설계가 가족을 전제해서 그 기능을 강화하거나 지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며 “그러나 이제 그 시기는 끝난 것 같다. 사회정책을 개인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1인가구는 ‘불완전’하거나 ‘비정상적’인 가구 형태로 인식되곤 한다. 수적으로 가장 우세한 가구 형태임에도 사회 일각에선 ‘저출생 고령화’를 초래하는 문제적 현상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10명 중 3.5명이 1인가구인 시대에, 혼자 살아가기조차 버거운 사회는 저출생에도 고령화에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혼자라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까. 한겨레는 전국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 243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1인가구 정책 전반을 진단하는 한편, 한국의 1인가구는 어떻게 살고,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들었다. 1인가구 정책의 바람직한 변화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1인가구 비율이 높은 일본·오스트레일리아(호주)·스웨덴의 정책 사례도 하나하나 짚어봤다. 편집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참고자료: ‘에이징 솔로’(김희경, 2023, 동아시아)

스톡홀름/글·사진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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