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 재난원인조사반장(상지대학교 교수)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토사재해 원인분석 및 인명피해 방지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올해 여름 폭우로 발생한 산사태로 경북 예천에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등 토사재해가 반복되자 정부가 산사태 예비경보를 도입하고, ‘산사태위험지도’를 다시 만드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토사재해 원인분석 및 인명피해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은 민간 전문가 6명과 행안부, 국토교통부, 산림청, 경북도청이 참여한 재난원인조사반(반장 이승호 상지대학교 교수)에서 마련했다. 이번 조사는 기후변화로 극한 호우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산사태 등 토사재해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시작됐다. 호우가 거셌던 올해 7월에만 토사재해로 26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16명이 다쳤다.
조사반은 산사태 등 토사재해로 인한 인명피해 주요 원인으로 현재 산사태 예·경보 체계에서는 경보 발령 후 대피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주민대피 명령에 강제성이 없어 실제로 이행되기 어려운 점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산사태취약지역’이 산지 중심으로 지정돼 실제 피해와 괴리가 있는 점, 미등록 급경사지 등 관리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점 등도 주요 원인이다.
먼저 정부는 현재 2단계로 구성된 산사태 주의보·경보에 예비경보를 추가해 3단계로 늘린다. 토양이 물을 머금은 정도를 의미하는 토양함수지수가 80%면 주의보, 100%면 경보였는데 이 사이에 예비경보(90%)를 추가하기로 했다. 토양함수지수가 90%에서 100%로 늘어나는데 1시간 정도가 소요되므로, 대피 시간도 현재보다 1시간 더 확보 가능하다는 것이 조사반의 설명이다. 노인이 많고 대피가 어려운 한밤중에 산사태가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해 산사태취약지역에는 기존 재난문자와 마을방송뿐 아니라 가정 내 마을방송 스피커를 보급하고, 대피훈련도 실시한다.
산사태취약지구와 산사태위험지도도 다듬는다. 토심, 지형 등 산사태 발생 원인별 영향력을 기반으로 만든 산사태위험지도는 강우량과 산사태 발생지, 피해영향 구역까지 반영해 재구축하고 기존 읍·면·동 단위 예측정보를 유역, 리단위까지 확대한다. 산지 중심으로 지정된 산사태취약지역은 산사태 발생 시 인명피해 영향이 있는 산림 연접지까지 포함해 실제 생활권 중심으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사면정보도 통합해 공유하기로 했다. 현재는 산지(산림청), 급경사지(행안부), 도로 비탈면·택지(국토부), 과수 등 농지(농식품부), 발전시설(산업부), 공원시설(환경부), 산림 내 국가유산(문화재청) 등으로 나뉘어 정보 공유와 소통이 어려운 실정이다. 급경사지와 도로 비탈면에 대한 조사도 실시해 관리 사각지대도 줄여나간다.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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