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돈암동 한옥촌의 일부로 현재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동소문동 6가는 한옥과 다가구·다세대 주택이 뒤섞여 있는 지역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제공
성북구청, 동선3구역 한옥 보존방안 마련지시
“보존 가치 인정” 의미…‘사후약방문’ 비판도
“보존 가치 인정” 의미…‘사후약방문’ 비판도
재개발에 무너져 가던 유서 깊은 한옥들이 이젠 보존될 수 있을까? 그동안 도시·주거 환경 정비구역의 재개발사업 때 한옥은 무조건 노후·불량 건축물에 포함돼 철거 또는 훼손돼 왔다. 일반 건물은 건설된 지 20년 이상 되면 노후·불량으로 판정받는데, 대규모의 한옥 단지는 1960년대까지만 지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재개발사업을 하더라도 한옥을 보전하라는 결정이 나왔다. 서울 성북구청은 이달 중순 동소문동6가 동선 3재개발구역에 있는 한옥 40여채 가운데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이 소유한 10여채의 한옥 보존 방안을 제출하라고 재개발조합 설립추진위원회에 지시했다. 김중겸 성북구 도시개발과장은 “재개발에 반대하는 한옥 소유자들의 의견을 들어 한옥을 보존하면서 재개발을 추진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며 “구체적인 방안으로 한옥을 재개발 구역의 한곳으로 모아 이전하거나 새로 지어주는 방안을 재개발 추진위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성북구는 재개발 추진위가 보존 방안을 내야만 서울시에 재개발구역 지정을 요청할 방침이다. 이런 성북구청의 결정은 기존의 재개발 관행에 비춰 보면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송인호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한옥의 보존 가치를 인정했다는 점이나 한옥에서 살고 싶어 하는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조처”라고 평가했다. 이 지역 한옥에 사는 미국인 피터 바솔로뮤는 “한옥에서 살기를 원하는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한 점은 중요하다”면서도 “한옥을 다른 곳에 옮기거나 새로 짓는다면 소재나 풍수지리 측면에서 전혀 다른 집이 되고 만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성북구의 조처는 ‘사후약방문’ 격이라는 지적도 있다. 성북구가 처음부터 한옥의 가치를 인정했더라면 동선 3구역의 경우 애초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시·주거 환경 정비법’은 노후·불량 건축물 비율이 60% 이상이어야만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동선 3구역의 경우 한옥을 제외하면 그 비율이 60%에 못 미친다. 송인호 교수는 “한옥에 대해 일반 건물과 똑같은 기준으로 노후·불량 여부를 판단한다면 유서 깊은 한옥들이 모두 노후·불량 건물이 되고 만다”며 “실제로 노후하고 불량한지를 살펴본 뒤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옥을 새로 지으려면 일반 건물을 짓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한옥을 함부로 허무는 일은 경제적으로도 손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권문성 새건축사협의회 이사는 “한옥은 평당 건축비가 800만~1200만원으로 일반 주택 평당 건축비 400만원의 2~3배에 이른다”며 “새로 한옥을 짓는 것보다는 현재 남아 있는 한옥을 잘 보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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