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유곡동 부동산투기 혐의 건설회사 전무차량서 발견
법인카드로 술값 2억9천만원 결제…공무원 8명 “만난적도 없다”
법인카드로 술값 2억9천만원 결제…공무원 8명 “만난적도 없다”
속보 = 울산 중구 우정·유곡동 대규모 아파트 예정 지역에서 부동산 투기범 60명이 적발된 가운데 건설회사 간부가 인·허가 담당 공무원한테 금품을 건넨 뇌물 장부로 보이는 수첩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중구 우정·유곡동 4만8800평에 2377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지을 예정인 건설회사 3곳의 부동산 투기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25억1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된 ㅎ사 김아무개(55) 전무의 차량을 압수수색하다가 문제의 수첩을 발견했다.
이 수첩에는 실명이 적혀 있지는 않았지만 연필로 ‘울산시 ㅇ과장’, ‘중구 ㅇ과장’ 등의 형태로 시청과 중구청 관련 부서 8곳의 부서장 직위(과장)와 함께 각각 뇌물의 종류와 금액이 꼼꼼히 적혀 있다. 이를테면 과장 1명에게 현금 50만원과 함께 50만원짜리 쇠고기 선물세트 2개를 건넸다는 식이다. 상품권은 한 사람한테 100만~400만원어치씩 모두 1000만원어치 이상이 뿌려진 것처럼 적혀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ㅎ사 법인카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술값으로 무려 2억9000만원이 사용된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ㅎ사 관계자들이 아파트 사업 승인을 처음 신청한 지난해 1월부터 사업 승인을 받은 같은해 7월 사이에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인·허가 담당 공무원들과 룸살롱 등지에서 술자리를 함께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법인카드 사용일자를 대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ㅎ사 전무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명절 떡값으로 전달하려다 계획만 세웠을 뿐 실제 주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수첩에 부서 이름과 함께 직위(과장)가 적혀 뇌물수수 의혹을 사고 있는 간부들은 22일 〈한겨레〉와 전화 통화에서 “ㅎ사 관계자를 만난 적조차 없다”며 혐의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이 수첩과는 별개로 일부는 양복을 선물 받거나 현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며 “상품권과 선물세트는 명절에 전달되고 술집은 인·허가와 관련한 로비 장소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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