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입양된 카셀, 영남대 어학당 입학 ‘통역사 꿈’

에밀리 카셀(24)

“22년만에 만난 엄만데 언어장벽 넘어야죠”

“22년 만에 만난 엄마와 마음으로 얘기하고 싶어요.”

9일 영남대 한국어학당에 입학한 에밀리 카셀(24·사진)은 생후 3개월만에 고향인 경남 거제도를 떠나 미국에서 20여년 동안 미국인으로 살아왔다. 상대적으로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이 심한 웨스트 버지니아주에서 힘든 유년시절을 보내다 대학 졸업 직후인 2006년 5월 생모를 찾으러 한국에 왔다. 지난해 겨우 뜻은 이뤘지만 너무나 높은 언어 장벽 때문에 그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생각은 꺼내지도 못했다.

그는 “처음 엄마와 여섯 형제자매들을 부등켜 안고 하염없이 울 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지만 말이 안 통해 마음 속 이야기를 할 수 없어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하루라도 빨리 한국어를 능수능란하게 쓸 수 있도록 배워 가족들과 함께 그동안 쌓인 아픔을 나눌 생각이다.

카셀은 “말이 통하고 마음을 나누게 되면 아버지를 여의고 혼자 생계를 꾸리느라 힘들었던 엄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생모를 만난 뒤 그에겐 새로운 꿈이 생겼다. 해외 입양기관에 전문통역사로 취직해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것이다.

카렌은 “처음 엄마와 가족들을 만났을 때 입양기관 관계자가 통역을 잘못해 힘들었다”며 “입양아의 마음을 잘 아는 만큼 재회를 주선하고 도와주는 중매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영남대 한국어학당에는 모두 55명의 외국인이 입학해 1년 과정으로 한국어를 배운다.

박영률 기자 [e-mail], 사진 영남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