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휴양지로 쓰이다가 2003년 일반에게 개방된 청남대. 청남대 안에는 여러 길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자주 찾았다는 오각정길(350m),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집을 본뜬 초가정길(860m), 배밭길(180m)에 이어 최근에는 산책길이 선을 보였다.
[한겨레 특집|충청권 여행] 충북 길과 숲 여행
■ 새 명소 된 ‘옛길’
청남대 산책로·산막이 옛길
상당산성 조망 즐거운 눈길 길 위에 서면 다 나그네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이 인기다. 바다 없는 마을 충북에도 이들 못지않은 길이 나그네의 발길을 끈다. 산은 물이 가르고, 물은 산이 막았지만 사람들은 길로 서로를 이었다. 충북 사람을 닮은 충북의 길을 걸어보자. ■ 괴산 산막이 옛길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에 산막이 옛길이 있다. 산에 막혀 더이상 들어가지 못한다는 산막이 마을에 이르는 길이다. 산막이 옛길은 달천강을 따라 굽이굽이 도는 길이다. 물이 달다는 달천은 달래강, 괴강으로도 불린다. 1957년 칠성댐을 쌓고 우리 기술로 만든 최초의 수력발전소인 괴산수력발전소도 들어섰다. 바지만 걷으면 건널 수 있는 시내였지만 댐이 만들어지면서 배가 아니고서는 마을에 들 수 없게 되자 강을 따라 길을 만들었다.
넘실대는 강물결에 눈과 마음을 빼앗겨 걷다 보면 깎아지른 병풍바위, 소나무 숲, 들풀·들꽃의 향연, 앉은뱅이도 물을 마시면 일어나게 한다는 앉은뱅이 약수를 놓치기 일쑤다. 부디 느리게 걸어야 산막이 길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군데군데 정자, 전망대 등을 설치해 누구나 쉬엄쉬엄 걷기에 좋다. 산막이 옛길 맞은편 갈론마을 길도 좋다. 칡을 먹으며 숨어 사는 곳이라는 뜻의 갈은마을이었지만 지금은 갈론마을로 불리고 있다. 마을에서 갈론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다랑논 등 아기자기한 맛이 난다.
■ 청원 청남대 길 대통령 휴양지로 쓰이다가 2003년 일반에게 개방된 청남대는 보는 곳이 아니라 느끼는 곳이다. 개방 초기 ‘나라님들이 대체 얼마나 호화롭게 살았나’ 하는 호기심으로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별거 없네’라며 발걸음을 돌리곤 했다. 청남대는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단 하룻밤을 묵은 뒤 개방 약속을 지킨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들의 추억을 제대로 느끼려면 대통령들처럼 천천히 걸어보아야 한다.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을 지닌 청남대는 대통령들이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편히 쉴 수 있도록 동선이 짜여 있다. 청남대 안에는 여러 길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자주 찾았다는 오각정길(350m),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집을 본뜬 초가정길(860m), 배밭길(180m)에 이어 최근에는 산책길이 선을 보였다. 청남대 본관을 중심으로 사방을 한바퀴 도는 8㎞ 길이다. 대청호반을 따라 4㎞, 전망대에서 청남대 둘레를 도는 산책로가 4㎞ 정도다. 이곳을 걸어야 124종 11만6천그루의 나무와 143종 35만포기의 들풀 속에서 휴양했던 ‘대통령의 휴식’을 느낄 수 있다.
■ 제천 작은 동산 길 작은 동산은 제천시와 단양군의 경계인 동산(896m)에서 갈라져 나온 봉우리(545m)다. 금수산과 이웃이다. 이름처럼 작은 동산에 오르듯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산길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등산과 산책의 중간 정도로 둘 모두 맛보기에 제격인 곳이다.
완만하게 펼쳐진 정상에 이르는 내내 계곡 물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정상에 서면 청풍호반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작은 동산길을 걷다 보면 제천 토박이와 외지인이 확연하게 구분된다. 특유의 사투리도 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호반을 부르는 이름에 따라 갈린다. 1985년 충주댐이 만들어지면서 청풍호가 충주호로 바뀌었다. 지도에도 충주호라고 나온다. 하지만 고집 센 제천 사람들은 여전히 청풍호라고 부른다.
작은 동산길 주변에는 둘러볼 곳이 많다. 청풍호반길을 따라 차로 15분 정도를 달리면 정방사가 있다. 신라 문무왕 2년(662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은 병풍 같은 기암괴석과 함께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이 압권이다. 솟대 조각가 윤영호씨가 운영하는 능강 솟대 문화공간도 볼만하다.
■ 청주 상당산성 길 청주 상당산성 길은 청주 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산책길이다. 주말이면 5천~1만여명의 시민들이 찾는다. 상당산성은 청주의 어머니산으로 불리는 우암산, 것대산 등과 이어져 있다. 삼국시대 백제가 쌓은 성으로 백제의 상당현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 김유신 장군의 아버지, 김 장군의 아들이 쌓았다는 설도 있다. 화강암 성으로 둘레가 4.2㎞, 높이가 2~4m다.
성까지 3~5㎞를 1시간 남짓 걸은 뒤 성 둘레를 따라 다시 1시간 정도 걷는 길이 상당산성 길이다. 청주시내는 물론 맑은 날이면 청원지역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성곽 위에 조성된 길이 완만해 노인·어린이도 걷기에 좋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상당산성 조망 즐거운 눈길 길 위에 서면 다 나그네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이 인기다. 바다 없는 마을 충북에도 이들 못지않은 길이 나그네의 발길을 끈다. 산은 물이 가르고, 물은 산이 막았지만 사람들은 길로 서로를 이었다. 충북 사람을 닮은 충북의 길을 걸어보자. ■ 괴산 산막이 옛길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에 산막이 옛길이 있다. 산에 막혀 더이상 들어가지 못한다는 산막이 마을에 이르는 길이다. 산막이 옛길은 달천강을 따라 굽이굽이 도는 길이다. 물이 달다는 달천은 달래강, 괴강으로도 불린다. 1957년 칠성댐을 쌓고 우리 기술로 만든 최초의 수력발전소인 괴산수력발전소도 들어섰다. 바지만 걷으면 건널 수 있는 시내였지만 댐이 만들어지면서 배가 아니고서는 마을에 들 수 없게 되자 강을 따라 길을 만들었다.
넘실대는 강물결에 눈과 마음을 빼앗겨 걷다 보면 깎아지른 병풍바위, 소나무 숲, 들풀·들꽃의 향연, 앉은뱅이도 물을 마시면 일어나게 한다는 앉은뱅이 약수를 놓치기 일쑤다. 부디 느리게 걸어야 산막이 길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군데군데 정자, 전망대 등을 설치해 누구나 쉬엄쉬엄 걷기에 좋다. 산막이 옛길 맞은편 갈론마을 길도 좋다. 칡을 먹으며 숨어 사는 곳이라는 뜻의 갈은마을이었지만 지금은 갈론마을로 불리고 있다. 마을에서 갈론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다랑논 등 아기자기한 맛이 난다.
상당산성은 청주 시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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