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도 “제주모항 재검토” 한목소리
국방부가 최근 ‘대양해군 전략’을 사실상 철회하는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대양해군의 모항 구실을 명분으로 추진해온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근거를 스스로 거둬들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29일 국방개혁법 입법예고를 통해 국방개혁 기본계획 수립의 핵심 내용인 합동성 발휘 목적을 ‘미래전쟁의 양상 대비’에서 ‘전장에서 승리’로 바꿨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개혁법에서 ‘미래전’이란 용어가 빠짐에 따라 90년대 중반부터 해·공군이 추구해온 ‘대양해군’ ‘항공우주군’이란 전력증강 방향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국방부는 중국·일본 등 주변국의 미래 위협과 첨단 미래전 대비가 아니라, 현존 위협인 북한의 국지도발 대비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전력증강 우선순위 변경을 밝힌 바 있다. 해군도 지난해 9월 이후 공식 문서나 행사에서 대양해군이란 용어를 쓰지 않고 있다.
역대 정부가 20년가량 추진해온 대양해군 전략을 이명박 정부가 폐기하면서, 대양해군 모항 구실을 할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방부는 “바닷길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생명선이며 ‘돈줄’이기 때문에 제주 남쪽 해상교통로를 지켜야 하고, 나날이 확장되는 주변국 해군력 견제를 위해서도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제주해군기지는 우리 해군의 대양진출을 위한 교두보 및 관문 역할을 맡게 되므로 국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해왔다. 원해에서 장기간 독립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기동전단은 이지스구축함과 잠수함 등으로 구성해 해상교통로 보호 임무를 맡도록 하는데, 제주해군기지가 완성되면 이 기동전단의 모항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제주 지역에서는 정부가 대양해군 전략을 접었으니 대양해군 전략에 기초해온 제주해군기지 필요성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 5당은 지난 4일 해군기지 진상조사단을 꾸린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방부가 대양해군 전략을 철회하는 내용의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함으로써 제주해군기지의 필요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사정 변경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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