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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아라뱃길은 차라리 거대한 배수로였다

등록 2011-10-31 12:12수정 2011-10-31 14:58

차량으로 달리며 운하구간을 내려다 보는 것과 배를 타고 물이 가득찬 운하를 나아가는 것은 분명 감흥에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내 10∼12노트 정도의 느린 속도와 창밖의 단조로운 풍경이 조금 답답해졌다. 사진 박영률 기자
차량으로 달리며 운하구간을 내려다 보는 것과 배를 타고 물이 가득찬 운하를 나아가는 것은 분명 감흥에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내 10∼12노트 정도의 느린 속도와 창밖의 단조로운 풍경이 조금 답답해졌다. 사진 박영률 기자
[10월29일 시범운항 경인아라뱃길 유람선 타보니]
옆을 보니 깎아낸 사면 아래를 보니 탁한 녹색 물
가운데는 700t 유람선도 교행 어려운 폭
4인 가족여행 10만원 훌쩍 넘는데 “2만명 모객했다” 홍보
지방지에는 참가비 2만원 광고
 “호기심에 한번은 타볼 만 한데 아직 정비가 덜됐고 풍경이 좀 단조롭네요.”

 지난 29일 시범운항을 한 경인아라뱃길을 탑승한 장아무개씨의 소감이다.

 오랜 생태계 파괴와 경제성 논란을 불러왔던 경인아라뱃길은 1992년 방수로 사업이 시작된 지 20년,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 지 2년 반 만에 공사를 끝내고 이날 처음으로 일반 승객을 실어날랐다. 투입된 공사비만 무려 2조2458억원에 이른다.

 이날 오후 1시30분 서해 팔미도를 오가던 하모니호(693t)와 한강유람선 유쉘알파호(430t) 등 유람선 2척은 인천지역 소외계층 주민 등 500여명을 태우고 아라뱃길 인천터미널을 출발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김문수 경기지사 등 각계 인사들도 함께 탑승했다.

 배가 물살을 가르고 나아가자 상갑판에 나와 있던 참가자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차량으로 달리며 운하구간을 내려다 보는 것과 배를 타고 물이 가득찬 운하를 나아가는 것은 분명 감흥에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내 10∼12노트 정도의 느린 속도와 창밖의 단조로운 풍경이 조금 답답해졌다.

 인천항에서 막 벗어나자 콘크리트 제방 위로 촘촘히 심어진 조경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경인아라뱃길은 거대한 배수로였다. 둑너머로는 굴착기와 트럭들이 오가며 운하주변의 마무리 조경정비에 한창이었다.

 배가 계양산 줄기를 통째 잘라낸 협곡 사이로 들어가자 그나마 눈에 띄던 황량한 논밭들과 학교 등의 풍경이 사라지고 산을 깎아낸 사면이 눈에 들어왔다. 인공폭포 등 8가지 볼거리로 ‘수향8경’을 조성했다지만 아직은 어수선했고, 테마파크 같은 작위적인 느낌은 피할 수 없었다. 군데군데 콘크리트로 덧칠한 경사면도 눈에 거슬렸다.

 정진용 수공 경인아라뱃길 운영단장은 “잔디가 다 심어지고 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봄이 되면 경관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운데 지점으로 오자 폭이 좁아졌다. 700t 유람선조차 교행이 어려울 듯한 폭이었다. 물은 녹색으로 무척 탁했다. 인공수조인 수로에 보름씩 물을 가둬두면 수질이 오염된다는 환경단체들의 우려가 떠올랐다.

 3층 갑판에서는 그나마 전망이 나았지만 1층 선실에서는 바깥 풍경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선실의 지루함을 덜기 위해 러시아 무용단과 마술, 재즈연주 등 공연이 준비됐지만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다. 요금은 편도 1만6000원, 왕복 2만8000원으로 책정됐다. 4인가족이 인천터미널에 차를 주차해두고 왕복으로 다녀올 경우 1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수자원 공사 쪽은 현재 유료로 운영되는 시범운항 예약자가 2만명이나 밀려 있다고 밝혔지만 대부분이 여행사를 통한 모객이다. 지난 24일 대구지역 한 지방지에 실린 아라뱃길 유람선 관광 광고를 보면 조·중·석식과 왕복교통비 유람선비를 포함해 참가비는 불과 2만원에 불과하다. 물론 중간에 인삼판매장을 들르는 저가 관광이다. 이때문에 벌써부터 아라뱃길 관광이 단체관광객을 위한 저가관광코스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인아라뱃길은 거대한 배수로였다. 군데군데 콘크리트로 덧칠한 경사면도 눈에 거슬렸다. 사진 박영률 기자
경인아라뱃길은 거대한 배수로였다. 군데군데 콘크리트로 덧칠한 경사면도 눈에 거슬렸다. 사진 박영률 기자

 국토부는 또 내년 5월까지 아라뱃길과 세어도 등을 연결하는 서해뱃길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하지만 세어도를 가기 위해서는 인천항에 내려 배를 갈아타야 한다. 아라뱃길의 관건은 물류운송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30년에는 아라뱃길이 컨테이너 93만TEU, 모래 1천만t, 자동차 6만대, 철강재57만t을 수송하는 경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아라뱃길의 경제성이 떨어져 선박 왕래가 없고 주변생태계를 파괴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등 효용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실제 외곽순환도로에서 30분 남짓 달리면 경인항에 닿는 육로운송의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1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배의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 보였다. 이와 관련해 해운조합 관계자는 “화주들이 아직 운하보다는 육로운송을 선호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후 3시 강폭이 갑자기 넓어지더니 이내 배는 김포터미널에 도착했다. 참가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소외계층 주민들과 함께 배를 탄 사회복지사 이기화(인천시 계양구)씨는 “나름대로 운치가 있고, 첫운하라 색다른 맛이 있었다”며 “요금이 조금 내리면 더 좋을 듯 하다”고 말했다. 1시간 30분의 여행을 마친 이한나(서경대 4년)씨는 “생각보다 볼거리가 없었고 물동량도 많을 것 같지 않아 성과를 낼 지 모르겠다”며 “많은 시민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대중교통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영률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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