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 큰 반향
과정·협력 중시로 변화 불렀지만
대입전형 등 핵심은 교과부 손에
교육현장선 ‘체감지수 낮다’ 평가
“수평적 행정구조 만들어야” 지적
과정·협력 중시로 변화 불렀지만
대입전형 등 핵심은 교과부 손에
교육현장선 ‘체감지수 낮다’ 평가
“수평적 행정구조 만들어야” 지적
이명박 정부의 무한경쟁 교육체제 속에서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은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무상급식 등으로 교육 현장에 새바람을 불러왔다. 임기 반환점을 돈 2012년 7월 진보 교육감 6명 가운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등 3명이 재판이나 수사를 받는 ‘시련’을 겪는 가운데, 진보 교육감들은 학교폭력 대응, 학교 민주화 요구 같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진보적 교육정책의 대표격인 혁신학교는 2009년 경기도에서 13개교로 첫발을 뗀 뒤 서울 등 6개 시·도 455개교로 확대됐다. 결과와 서열 중심인 교육과정을 과정과 협력 중심으로 바꾸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혁신학교 주변 아파트값 폭등이란 풍속도를 빚은 곳도 있다.
서울에서도 서울형 혁신학교 도입과 문예체 교육 강화, 학생인권조례 공포를 통한 인권교육 도입 등으로 입시 위주 교육과 다른 흐름을 빚어내려 하고 있다. 무상급식을 초·중·고교생 모두에게 확대하려는 양상이 뚜렷하다.
그러나 뿌리 깊은 학력주의, 여전히 공고한 중앙정부와 학교 현장의 권위주의 앞에서 ‘반쪽 혁신에 머물고 있다’는 반성은 진보 교육감들한테서 먼저 나왔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최근 “초·중등 교육 혁신을 위해 혼신을 다했지만 입시제도와 대학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혁신의 성과에는 한계가 있음을 절실히 느낀다”고 털어놨다.
강창동 한경대 교수(교육사회학)는 “학력출세주의라는 엄청난 뿌리를 가진 한국 사회에서 혁신학교는 악성 종양에 감기약을 먹이는 수준의 처방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진보 교육감의 한계는 교육감 권한의 한계에도 닿아 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현장 교사들이 불만을 나타내는 교육정책을 해결하려 해도, 대개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는 것들이라 막히곤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간부는 “학급당 학생 수와 평가제도, 대입 전형, 다 누가 결정하느냐”고 했다. 교과부가 핵심 교육정책을 좌우할 권한을 틀어쥐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진보 교육감들이 펼쳐온 혁신 교육정책들의 ‘체감지수가 아직은 낮다’는 일선 교육 현장 분위기는 그들에게 위기의 징후다. 경기도의회 최창의 교육의원은 “진보 교육감이 들어서면 뭐하나? 정작 수십년간 굳어진 권위적이고 행정지시적인 교육청과 일선 학교의 의사결정 방식 등 교육 현장은 변한 게 없는데…”라고 말했다. 곽노현 교육감이 ‘교육격차를 키우는 고교선택제의 폐지’ 공약을 접은 것에도 ‘개혁 추진에 좌고우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 현장의 불만은 학교 교직원회의 의결기구화 같은 목소리로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수직적 교육행정 구조’를 ‘수평적 구조’로 바꾸자는 것이다. 서울시의회 김형태 교육의원 등이 공동발의한 ‘서울시 교권보호와 교육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가 지난달 25일 공포됐다. 교과부의 재의 요구, 시의회의 재의결이라는 곡절을 겪은 이 조례는, 유명무실하던 교직원 회의를 정기적으로 열고 교사들의 의견을 교장이 수렴해 학교 운영에 반영하는 등의 ‘협의적 민주구조’의 토대를 마련했다. 교과부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조례로써 교육 당사자들의 권리-의무 관계를 규정하는 것은 교육활동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형태 교육의원은 “학교 현장에서 교권을 강화하자는 게 어떻게 교육활동의 혼란을 빚는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지난달 15일 광주광역시에서는 76개 시민사회단체가 주민 2만3235명의 서명을 받아 ‘광주광역시 학교자치에 관한 조례안’을 주민 발의로 광주시의회에 청구했다. 서울시 조례보다 진일보한 이 조례안은 교사회, 학생회, 학부모회, 직원회 등의 근거를 마련하고 이들의 참여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민주적인 학교운영을 할 것을 규정했다.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 임추섭(70) 상임대표는 “학부모회와 학생 자치회와 별도로 교무회의를 활성화하고 교사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올바른 학교 혁신이 가능해진다”며 “진보 교육감들이 임기 후반기에 진보교육의 토대가 될 학교 민주화에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수원 춘천/홍용덕 박수혁 기자, 박수진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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