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도심 심팡 버독 캄풍에 있는 호커센터가 지난 8일 저녁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영세상인들을 위해 정부가 세운 호커센터가 100여곳 있지만, 이곳은 사회적기업 베스트 오브 아시아가 소외층을 위해 지은 첫 호커센터다.
[현장 쏙] 도시혁신, 아시아를 바꾼다 ② 싱가포르 첫 민간 영세상인 공동매장
심팡 버독 캄풍의 ‘호커센터’
싱가포르의 관문인 창이국제공항 부근 타나 메라 전철역에서 버스로 두 정거장 떨어진 심팡 버독 캄풍 호커센터는 깨끗했다. 심팡 버독 캄풍 호커센터는 심팡 버독 마을의 영세상점 밀집지역이라는 뜻이다.
버독시장 옥상에 자리잡은 이곳의 첫인상은 싱가포르 동네나 관광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100여곳의 호커센터와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작은 가게 수십곳이 모여 있는 호커센터는 중국, 인도, 이슬람 등 다양한 음식을 한자리에서 값싸게 맛볼 수 있는 싱가포르 서민들을 위한 식당가다. 서울시 1.2배 면적(697㎢)인 싱가포르에선 부동산 값이 워낙 비싸 서민층이 자기 가게를 갖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 정부는 음식점을 하려는 서민들을 위해 전국 곳곳에 노점 형태의 호커센터를 만들었다.
심팡 버독 캄풍의 호커센터에는 칸막이로 구분된 구멍가게 32곳이 늘어서 있고, 그 앞에 경계 없이 500개 좌석이 펼쳐져 있었다. 사방은 벽 없이 뚫려 있어, 섭씨 32도였던 지난 8일에도 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낮에는 한산하던 이곳에 해 질 무렵부터 손님들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몰려들어 음식과 술을 즐겼다.
사회적기업 ‘베스트 오브 아시아’가 지난해 10월 문을 연 심팡 버독 캄풍의 호커센터는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첫 사례다. 새롭고 다양한 실험이 시도되고 있다.
사회적기업 ‘베스트 오브 아시아’
칸막이 가게 32곳 제공해 운영 정부 운영 호커센터와는 달리
사회적 약자 모아 최저수입 보장
돈벌면 가게주인으로 계약 전환 라이브공연·공짜인터넷 등 차별화
서민들 저녁 모임 장소로 ‘인기’ 이슬람 전통음식점 ‘알함브라 사테 하우스’의 주인 세라마는 청각장애인이다. 가격을 적은 음식 사진들을 붙여두고 손님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음식을 만들어 제공한다. 제과점 ‘해피 베이커’ 주인 애들린 푸는 미혼모이며, 호커센터 청소 부책임자는 전과자다. 모두 30명이 일하는데 대부분 사회적 약자이거나 다른 곳에는 취업하기 어려운 이들이다. 이들이 이곳에 들어오며 베스트 오브 아시아 쪽과 맺은 계약 형태는 세 가지다. 자신의 가게를 갖고 월세를 내는 사람이 4명, 수익을 일정 비율에 따라 가져가는 이가 2명, 월급이나 주급을 받는 사람이 24명이다. 저마다 형편에 맞게 원하는 대로 정했다. 아무리 수익이 낮아도 하루 50싱가포르달러(약 4만3000원)는 보장받는다. 이곳 운영 책임자인 앨런 하딩(61)도 술가게를 운영하는데, 적자를 내는 가게에는 자신의 수익으로 메워준다. 매출이 올라 영업이 안정되면 수익을 가져가는 사람은 가게를 인수해 주인이 되고, 월급이나 주급을 받는 이들은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 이곳을 제외한 정부가 운영하는 싱가포르 모든 호커센터의 상인들은 입주할 때부터 월세를 내야 해, 이마저 감당하기 곤란한 서민은 들어가기가 어렵다. 라이오넬 라이(55) 베스트 오브 아시아 대표는 “정부가 운영하는 호커센터와는 달리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월세 내는 이들은 자신의 가게를 내어 독립하는 것을 성공으로 여긴다. 싱가포르 정부가 우리 사례를 참고해 더 나은 영세상인 지원정책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게 32곳 가운데 인형이나 기념품 등을 파는 6곳은 주인 없이 손님이 적혀 있는 값을 돈통에 넣고 물건을 가져가는 자율 가게다. 이날 한곳에선 가난한 학생들의 교통카드를 충전해주자는 모금운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음식점들은 2~3곳이 주방을 공동으로 쓴다. 바쁠 땐 음식 주문도 대신 받아주고 설거지도 거들어준다. 젊은 손님들을 끌어당기려 목~일요일 저녁엔 라이브밴드 공연을 열고 무선 인터넷도 공짜로 쓸 수 있도록 한다. 모든 의자를 옮길 수 없도록 고정한 다른 호커센터와 달리 일부 의자를 옮길 수 있도록 배치해 피로연, 생일잔치 같은 큰 행사도 치를 수 있도록 했다. 손님들의 반응을 살펴 가게 배치와 음식 종류를 바꾸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모두 여느 호커센터에선 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다. 집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인 이곳을 거의 날마다 찾는다는 손님 싱(41·공무원)은 “다른 호커센터에 견줘 값이 싸고 서비스도 좋아 친구들과 항상 이곳에서 만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음식을 먹거나 물건을 사면 사회적 약자에게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 멀리서도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제법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싱가포르 최초의 민간 호커센터에서 일한다는 것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하딩은 전했다. 이곳의 실험을 주목하는 사회적 관심은 지난 2월16일 공식 개장식에 정부의 관련 부처 장관이 참석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라이 대표는 “장사가 잘돼 돈을 많이 벌면 좋겠지만 그것만이 목표는 아니다”라고 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호커센터 같은 곳에서 일하는 걸 꺼리고 백화점처럼 번지르르한 직장을 바라는데, 모두가 그런 직장에 들어갈 수는 없기 때문에 호커센터 수준을 젊은이들도 일하고 싶어할 만큼 끌어올리는 것을 꾀한다고 했다. 그가 지난해 4월 친구 11명과 ‘사람을 돕는 데 아시아 최고가 되자’며 베스트 오브 아시아란 이름의 사회적기업을 창업한 것도 그런 포부에서였다고 했다. 싱가포르/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대학생·고등학생 모여 ‘격렬토론’
싱가포르 ‘고질병’ 해결방안 제시 ‘사회혁신 경험하기’ 대회
정부, 우승팀에 사업추진 자금 지원
올핸 ‘위기 청소년·온라인도박’ 2제 “춤과 노래에 재능이 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기업이 도와주면 어떨까요?” “용돈을 챙기려 친구들을 괴롭히는 학생들에겐 종잣돈을 줘 스스로 돈을 벌게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싱가포르 도심에 있는 싱가포르경영대학에서 지난 5~6일 대학생들과 고등학생들이 모였다. 젊은이들이 사회 공공의 문제를 풀어낼 창의적인 방안을 찾아보는 ‘사회혁신 경험하기’(SIX·Social Innovation eXperience) 대회였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인 올해 대회에선 ‘위기의 청소년’, ‘온라인 도박’ 등 두 부문에 각각 7개 팀과 6개 팀이 출전했다. 학생들은 이틀 동안 사회혁신 사례와 방법론 등을 접한 뒤 토론한 끝에 팀마다 방안을 발표했고, 심사위원 5명과 청중 앞에서 쏟아지는 질문에 답변하느라 진땀을 뺐다. 대회는 싱가포르경영대학에 설립된 비영리기구인 사회혁신을 위한 리엔센터(Lien Center for Social Innovation)가 마련했다. 제니 헉 리엔센터 부대표는 “앞으로 사회혁신의 효모 구실을 할 학생들에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분석과 직관이 균형을 이룬 사고를 익힌 뒤 혁신적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대회 취지라는 것이다. 위기의 청소년 부문에선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기업이 장기간 교육해 고용하는 방안을 제안한 ‘도제 프로그램을 실현하라’ 팀이 우승했다. 온라인 도박 부문 우승은 컴퓨터로 도박을 하면 가족 등 주변 사람들에게 자동으로 알려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보급하자고 제안한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끊는다’ 팀에 돌아갔다. 두 팀은 싱가포르경영대학 여러 학과에서 모인 학생 6명씩으로 꾸려졌다. 우승팀들엔 500싱가포르달러(약 43만원)씩의 상금이 주어졌다. 이와 별도로 싱가포르 정부는 우승팀이 자신의 제안 내용을 실제 추진하겠다면 5만싱가포르달러(약 4300만원)의 사업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민간단체와 함께 싱가포르 정부도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참신한 제안을 끌어내는 데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싱가포르/글·사진 최상원 기자
칸막이 가게 32곳 제공해 운영 정부 운영 호커센터와는 달리
사회적 약자 모아 최저수입 보장
돈벌면 가게주인으로 계약 전환 라이브공연·공짜인터넷 등 차별화
서민들 저녁 모임 장소로 ‘인기’ 이슬람 전통음식점 ‘알함브라 사테 하우스’의 주인 세라마는 청각장애인이다. 가격을 적은 음식 사진들을 붙여두고 손님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음식을 만들어 제공한다. 제과점 ‘해피 베이커’ 주인 애들린 푸는 미혼모이며, 호커센터 청소 부책임자는 전과자다. 모두 30명이 일하는데 대부분 사회적 약자이거나 다른 곳에는 취업하기 어려운 이들이다. 이들이 이곳에 들어오며 베스트 오브 아시아 쪽과 맺은 계약 형태는 세 가지다. 자신의 가게를 갖고 월세를 내는 사람이 4명, 수익을 일정 비율에 따라 가져가는 이가 2명, 월급이나 주급을 받는 사람이 24명이다. 저마다 형편에 맞게 원하는 대로 정했다. 아무리 수익이 낮아도 하루 50싱가포르달러(약 4만3000원)는 보장받는다. 이곳 운영 책임자인 앨런 하딩(61)도 술가게를 운영하는데, 적자를 내는 가게에는 자신의 수익으로 메워준다. 매출이 올라 영업이 안정되면 수익을 가져가는 사람은 가게를 인수해 주인이 되고, 월급이나 주급을 받는 이들은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 이곳을 제외한 정부가 운영하는 싱가포르 모든 호커센터의 상인들은 입주할 때부터 월세를 내야 해, 이마저 감당하기 곤란한 서민은 들어가기가 어렵다. 라이오넬 라이(55) 베스트 오브 아시아 대표는 “정부가 운영하는 호커센터와는 달리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월세 내는 이들은 자신의 가게를 내어 독립하는 것을 성공으로 여긴다. 싱가포르 정부가 우리 사례를 참고해 더 나은 영세상인 지원정책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게 32곳 가운데 인형이나 기념품 등을 파는 6곳은 주인 없이 손님이 적혀 있는 값을 돈통에 넣고 물건을 가져가는 자율 가게다. 이날 한곳에선 가난한 학생들의 교통카드를 충전해주자는 모금운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음식점들은 2~3곳이 주방을 공동으로 쓴다. 바쁠 땐 음식 주문도 대신 받아주고 설거지도 거들어준다. 젊은 손님들을 끌어당기려 목~일요일 저녁엔 라이브밴드 공연을 열고 무선 인터넷도 공짜로 쓸 수 있도록 한다. 모든 의자를 옮길 수 없도록 고정한 다른 호커센터와 달리 일부 의자를 옮길 수 있도록 배치해 피로연, 생일잔치 같은 큰 행사도 치를 수 있도록 했다. 손님들의 반응을 살펴 가게 배치와 음식 종류를 바꾸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모두 여느 호커센터에선 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다. 집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인 이곳을 거의 날마다 찾는다는 손님 싱(41·공무원)은 “다른 호커센터에 견줘 값이 싸고 서비스도 좋아 친구들과 항상 이곳에서 만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음식을 먹거나 물건을 사면 사회적 약자에게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 멀리서도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제법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싱가포르 최초의 민간 호커센터에서 일한다는 것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하딩은 전했다. 이곳의 실험을 주목하는 사회적 관심은 지난 2월16일 공식 개장식에 정부의 관련 부처 장관이 참석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라이 대표는 “장사가 잘돼 돈을 많이 벌면 좋겠지만 그것만이 목표는 아니다”라고 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호커센터 같은 곳에서 일하는 걸 꺼리고 백화점처럼 번지르르한 직장을 바라는데, 모두가 그런 직장에 들어갈 수는 없기 때문에 호커센터 수준을 젊은이들도 일하고 싶어할 만큼 끌어올리는 것을 꾀한다고 했다. 그가 지난해 4월 친구 11명과 ‘사람을 돕는 데 아시아 최고가 되자’며 베스트 오브 아시아란 이름의 사회적기업을 창업한 것도 그런 포부에서였다고 했다. 싱가포르/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싱가포르경영대학 리엔센터가 지난 5~6일 연 ‘사회혁신 경험하기’ 대회에서 대학생들이 ‘위기의 청소년’ 문제를 해결할 창의적인 방안을 심사위원들과 청중 앞에서 발표하고 있다.
싱가포르 ‘고질병’ 해결방안 제시 ‘사회혁신 경험하기’ 대회
정부, 우승팀에 사업추진 자금 지원
올핸 ‘위기 청소년·온라인도박’ 2제 “춤과 노래에 재능이 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기업이 도와주면 어떨까요?” “용돈을 챙기려 친구들을 괴롭히는 학생들에겐 종잣돈을 줘 스스로 돈을 벌게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싱가포르 도심에 있는 싱가포르경영대학에서 지난 5~6일 대학생들과 고등학생들이 모였다. 젊은이들이 사회 공공의 문제를 풀어낼 창의적인 방안을 찾아보는 ‘사회혁신 경험하기’(SIX·Social Innovation eXperience) 대회였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인 올해 대회에선 ‘위기의 청소년’, ‘온라인 도박’ 등 두 부문에 각각 7개 팀과 6개 팀이 출전했다. 학생들은 이틀 동안 사회혁신 사례와 방법론 등을 접한 뒤 토론한 끝에 팀마다 방안을 발표했고, 심사위원 5명과 청중 앞에서 쏟아지는 질문에 답변하느라 진땀을 뺐다. 대회는 싱가포르경영대학에 설립된 비영리기구인 사회혁신을 위한 리엔센터(Lien Center for Social Innovation)가 마련했다. 제니 헉 리엔센터 부대표는 “앞으로 사회혁신의 효모 구실을 할 학생들에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분석과 직관이 균형을 이룬 사고를 익힌 뒤 혁신적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대회 취지라는 것이다. 위기의 청소년 부문에선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기업이 장기간 교육해 고용하는 방안을 제안한 ‘도제 프로그램을 실현하라’ 팀이 우승했다. 온라인 도박 부문 우승은 컴퓨터로 도박을 하면 가족 등 주변 사람들에게 자동으로 알려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보급하자고 제안한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끊는다’ 팀에 돌아갔다. 두 팀은 싱가포르경영대학 여러 학과에서 모인 학생 6명씩으로 꾸려졌다. 우승팀들엔 500싱가포르달러(약 43만원)씩의 상금이 주어졌다. 이와 별도로 싱가포르 정부는 우승팀이 자신의 제안 내용을 실제 추진하겠다면 5만싱가포르달러(약 4300만원)의 사업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민간단체와 함께 싱가포르 정부도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참신한 제안을 끌어내는 데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싱가포르/글·사진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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