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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노동자 힘모아 회사차려…‘사회적 기업’ 자활 실험

등록 2013-10-20 20:35수정 2013-10-29 13:59

타이 방콕 근교에 있는 속옷 제조업체 ‘트라이암’에서 8일 노동자들이 재봉틀을 돌리며 봉제작업을 하고 있다. 트라이암은 의류 대기업에서 해고된 이들이 스스로 꾸린 사회적 기업으로,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운영한다.
타이 방콕 근교에 있는 속옷 제조업체 ‘트라이암’에서 8일 노동자들이 재봉틀을 돌리며 봉제작업을 하고 있다. 트라이암은 의류 대기업에서 해고된 이들이 스스로 꾸린 사회적 기업으로,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운영한다.
[현장 쏙] 도시혁신, 아시아를 바꾼다 ④ 타이 방콕 속옷업체 ‘트라이암’
4년전 회사서 집단해고 당한뒤
외국 노조지원 받아 회사 창업
회사운영 노동자들이 논의 결정
벌어들인 이윤은 공평하게 분배
작년엔 수익금 일부 사회환원도

 타이 방콕 도심에서 동쪽 근교에 있는 속옷 제조업체 트라이암의 노동자들은 ‘우리 직장은 모두가 주인’이란 자부심이 가득했다. 사회적 기업 트라이암(tryarm.org)은 해고된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꾸린 회사다.

 8일 오전 허름한 4층 건물을 빌려 쓰는 트라이암 공장을 찾아가자 작업장 벽에 붙은 회사 로고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분홍색 바탕에 ‘Try Arm’이란 영문 표기와 함께 불끈 쥔 한쪽 손 모습을 담았다. 우리나라 노동자 집회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이 회사 로고는 두가지 뜻을 담았다. 섬세한 여성의 손으로 직접 수제품을 만든다는 뜻과 자본과 맞선다는 뜻이다.

 공장 안에 들어서니 여성들이 재봉틀 앞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1970~80년대 우리나라 봉제공장 같은 느낌이었다. 공장에서는 노동자 12명이 재단, 재봉, 포장, 판매, 디자인 등을 나눠 일한다. 1층에서 재봉틀을 돌려 완성품을 만들고, 2층 재단실에서 옷감을 자른다. 3~4층은 사무실과 창고로 쓴다. 노동자들은 교통체증을 고려해 조금 이른 아침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까지 일한다. 중년 여성이 대부분인 이들은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고 한다.

 4년 전인 2009년 6월 의류 대기업인 타이 트라이엄프에서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던 노동자 1959명이 한꺼번에 해고됐다. 타이 트라이엄프 노동조합(TITLU) 소속인 해고 노동자들은 8개월 동안 해고에 맞섰다. 그들이 가진 것은 옷 만드는 기술뿐이었다. 투쟁하면서도 생계를 위해 장비 등을 빌려 틈틈이 옷을 만들었다. 이들과 연대한 스위스 노조가 속옷 2000장을 1장에 10유로(1만4500원)에 사줘서 종잣돈을 마련했다. 타이 트라이엄프 노조는 재봉틀을 제공했다.

 복직이 어렵게 되자 2010년 3월1일 트라이암 회사를 창업했다. 코디네이터로서 실질적 대표인 찟뜨라 코차뎃(41) 등이 주도했다. 회사 이름을 트라이암이라고 한 것은 트라이엄프의 지명도를 판매에 활용하려는 뜻이었다.

 트라이암 노동자들은 하루 400밧(약 1만3600원)을 받는다. 동종 다른 업체보다 조금 많은 액수다. 한달 매출액은 30만밧(약 1020만원)쯤이라고 했다. 총무인 위파(38)는 “제품의 질은 유명 브랜드와 차이가 없다. 우리 제품은 1장당 평균 3달러(약 3200원)로, 대기업 유명 브랜드 10달러(약 1만700원)에 견줘 3배 이상 싸다. 트라이엄프 제품은 비싸 우리가 만들고도 살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지금 우리 제품 가격은 너무나 공정하고 적당하다”고 말했다. 트라이암은 북부 치앙마이, 관광도시 푸껫에도 작은 매장이 1곳씩 있다. 주로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는다.

 트라이암은 노동자들이 함께 논의해 회사의 모든 결정을 내리는 평등한 공동체라고 했다. 이윤도 똑같이 나눈다. 그래서 구성원들의 주인의식이 높다고 했다. 재봉사로 일하는 통푼(39)은 “과거 회사에 다닐 때엔 고용된 종업원 처지였지만, 지금은 수익을 서로 똑같이 나누고 공동체 정신으로 가족처럼 일하니까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대표 격인 코차뎃은 “하루 속옷 200장가량을 생산하는데, 지금 공장이 생산에 적합한 공간은 아니고 제대로 된 매장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우리는 기술을 활용해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트라이암은 지난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1만5000밧(약 51만원)을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부했다. 앞으로도 이익금을 조금이라도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해고 노동자들의 이런 자구 노력이 알려지면서 타이 시민사회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방콕 시내에서 열린 ‘더 나은 타이를 위한 우리의 손’이란 사회혁신투자 행사에서 트라이암 사례는 이목을 끌었다. 타이에서 사회혁신을 주도하는 단체 ‘체인지퓨전’은 지난해 공동모금(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통해 20만밧(약 680만원)을 모아 트라이암에 빌려줬다. 2년 전 타이 대홍수 이후 속옷 소비가 줄면서 트라이암 경영 상황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타이 정부도 사회적 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9일 방콕에서 열린 4회 아시아엔지오 혁신대회(ANIS·Asia NGO Innovation Summit)에서 만난 나타퐁 짜루완나퐁(40) 타이 사회적기업청장은 “타이에서 사회적 기업과 사회혁신은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타이 정부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사회적 기업 10만개를 만든다는 구상 아래 사회적기업청을 만들었고 구상을 실현하려고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방콕/글·사진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타이 방콕 도심에 있는 매팔루앙 재단 건물 밖에선 저소득층 주민들이 정성 들여 가꾼 화초를 도시민들에게 판다.
타이 방콕 도심에 있는 매팔루앙 재단 건물 밖에선 저소득층 주민들이 정성 들여 가꾼 화초를 도시민들에게 판다.

아편 대신 커피 심으니 주민소득도 12배 껑충

빈민지역 바꿔낸 매팔루앙 재단

80년대까지 마약 키우던 도이뚱
재단 건강·소득증대 사업 벌이니
빈곤층 줄어들고 관광지로 변모

타이 방콕 도심에 있는 매팔루앙 재단 건물 1층 ‘도이뚱’ 브랜드 판매장에는 가방, 인형 등 수제품이 진열돼 있고, 1층 밖 거리 쪽에는 화초 전시 판매장이 있다.

‘도이뚱’(Doitung)은 타이에선 커피 브랜드로 널리 이름나 있다. 도이뚱 카페는 방콕에만 20곳, 유명 관광지 치앙마이에 2곳 등 전국에 25곳이 들어서 있다. 모두 매팔루앙 재단이 직영한다. 커피콩, 머그컵, 가방 등 도이뚱 주민들이 생산한 상품들이다.

이 커피의 타이 커피시장 점유율은 2%도 안 되는데, 인지도는 높은 편이다. 독특한 사연 때문이다. 도이뚱은 타이 최북단의 가난한 지역을 가리키는 지명이다. 타이, 미얀마, 라오스의 3개국이 메콩강에서 접하는 산악지대인데, 마약 생산으로 이름난 ‘황금 삼각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농사짓기엔 척박한 지역에서 주민들은 생계 수단으로 양귀비(아편) 같은 마약을 재배했다. 그러나 마약 중독, 범죄, 가난이란 굴레에서 헤어나기 어려웠다.

1980년대 중반 세 나라 정부가 마약 단속에 나섰다. 1987년 매팔루앙 재단은 도이뚱 마을 주민들에게 마약 대신 커피를 재배하도록 돕기 시작했다. 타이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국왕의 어머니가 헬리콥터를 타고서 현지를 찾아 자선활동을 벌였다. 매팔루앙은 ‘하늘의 어머니’란 뜻으로 국왕 어머니를 빗대어 부른 것이다.

재단은 ‘건강 회복-소득 향상-주민 교육’이란 3단계 접근법을 적용했다. 도이뚱 지역 27개 마을 주민 1만1000여명에게 말라리아 등 전염병 예방 백신부터 접종했다. 그러고는 마약 대신 커피, 마카다미아(땅콩과 비슷한 견과류) 같은 대체작물을 심도록 이끌었다. 커피가 열매를 맺기까진 생계 걱정을 덜어줬다. 1991년부터 수익이 생기고 일자리가 늘기 시작했다. 마지막 단계로 2006년부턴 주민 교육 사업을 본격 펼치고 있다.

도이뚱 커피는 타이에서 ‘가난한 이들의 빈곤과 무지로부터의 탈출’을 상징한다. 매팔루앙 재단의 디스빠나다 디스꾼 최고개발책임자는 “재단의 정신은 인간의 존엄을 지켜주자는 것이다. 우리는 주민들을 돕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존재한다. 커피는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타벅스보다 커피시장 점유율은 낮지만 그들과 상업적으로 경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이뚱 커피는 그 지역에서만 재배하기 때문에 물량이 한정돼 있다.

이제 도이뚱 주민들은 커피뿐 아니라 카펫·도자기 같은 수공예품도 생산한다. 도이뚱 현지에는 ‘매팔루앙 정원’을 꾸며 연 60만명 넘는 관광객의 발길을 당기고 있다.

주민들의 소득도 늘었다. 초기엔 연 3000밧(약 10만2000원)에 그쳤지만, 지금은 1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방콕에서 8~10일 열린 4차 아시아엔지오 혁신대회(ANIS)에 참가한 한국 희망제작소 등 각국 시민단체 회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은 9일 타이의 대표적 사회혁신 사례로 꼽히는 도이뚱 변신의 비결을 탐색하러 매팔루앙 재단을 찾았다.

동포 박지현(37)씨는 “타이에선 국왕에 대한 존경심이 커 왕실과 인연이 있는 매팔루앙 재단이 좋은 일을 한다는 게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방콕/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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