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서부 푸네 외곽에 있는 첨단 산업도시 마가르파타의 거리를 16일 오후 정보통신회사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마가르파타는 농민들이 자신들의 농지를 내놓아 첨단 혁신도시로 변모시킨 곳이다.
[현장 쏙] 도시혁신, 아시아를 바꾼다 ⑤ 인도 마가르파타 도시건설 실험
인도 중서부 정보통신(IT)도시 ‘마가르파타’는 정부나 기업이 아니라 농사짓던 123가구 농민 800여명이 공동으로 건설한 혁신도시다. 108명이 꾸린 주민위원회가 환경·교육·일자리·주거 등의 문제를 함께 논의하며 스스로 헤쳐가고 있다.
인도 뭄바이에서 동남쪽으로 160㎞쯤 떨어진 대도시 푸네에서 복잡한 거리와 빈민촌을 벗어나면 현대식 건물과 아파트들이 들어선 깨끗한 시가지가 거짓말처럼 나타난다. 마가르파타(Magarpatta city)다. 차량과 삼륜차(오토릭샤), 오토바이, 보행자들이 뒤섞인 푸네나 뭄바이와는 달리, 조용하고 오가는 이들도 여유롭다. 16일 오후 마가르파타 중앙공원에는 시민들과 외국인들이 산책하며 여가를 즐기고 있었다. 공원 주변엔 국내외 정보통신(IT)기업 100여곳 직원 6만여명이 입주한 오피스건물 20여개가 동그랗게 둘러서 있고, 그 너머에 아파트 등 주택 300여동(8400가구), 쇼핑몰, 스포츠센터 등이 둥지를 틀었다. 주민과 회사원 등 8만여명이 집과 직장, 쇼핑몰 등을 걸어서 갈 수 있게 설계됐다. 푸네 유학 4년째라는 대학생 이원석(26)씨는 “가까이 살면서도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전혀 몰랐다. 다른 나라에 온 것 같다”며 놀라워했다.
마가르파타는 농사짓던 123가구 농민 800여명이 공동으로 건설한 ‘혁신도시’다. 정부나 기업이 아니라 농민들이 주체로 나서 자신들의 땅에 첨단 산업도시를 일구기는 인도 역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주민들은 자랑했다. 1990년대까진 사탕수수 농사를 짓던 푸네 변두리의 농지에 불과했는데, 8년여 추진 끝에 정부 허가를 받아 2008년 첨단 정보통신 산업도시로 탈바꿈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농민들의 ‘생각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이들은 농업 중심에서 빠르게 도시화·산업화돼 가는 흐름을 파악하고, 자신들이 경작하던 174㏊를 팔지 않고 투자해 수익 기반을 일궜다.
이런 도시 혁신을 이끈 사티시 마가르(54)는 “푸네의 도시 확장과 인구 급성장으로 정부가 골치를 앓는 것을 보고 농지를 상업지구로 전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각난 막개발로는 인프라를 만들 수 없으므로, 농민들을 설득해 함께 제대로 된 마을 건설에 나섰다”고 말했다. 푸네 도심에 가깝다는 점과 인도 정보통신산업의 발전 속도에 주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 도시로 가꾸기로 하고 마을회의를 소집했다. 대부분의 농민들이 ‘땅을 팔아 많은 돈을 쥐어도 제대로 쓰지 못하면 빈털터리가 되기 쉽다. 땅에 투자해 미래의 수익성으로 바꾸자’는 그의 뜻에 따라줬다고 했다.
사탕수수밭 일구던 농부 800여명
농지 파는 대신 도시건설 뜻 모아
국내외 IT 기업 100여개 유치 성공
운영수익 받아 수입 수백배로 ‘껑충’ 주민위원회, 주거 등 문제해결 ‘앞장’
전체 30% 녹지로…환경보존 노력도
청결·치안 완벽…인근 대도시와 ‘대조’ 농민들은 도시 개발 지분을 쥐고 운영수익금을 나눠받거나 여러 직종에 취업할 기회를 얻었다. 그 결과 주민들의 월평균 수입이 2만~4만원(1000~2000루피)에서 지금은 400만원(20만루피) 이상 된다고 했다. 넓은 정원 있는 집, 승용차 등을 지니게 됐고, 자녀들을 유학 보낼 수 있게 됐다. 농사를 짓겠다는 이는 시가지 외곽으로 농지를 옮겨갔다. 소프트웨어 기지로 건설하되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도록 30%를 녹지로 남겼다. 태양열로 물 데우기, 쓰레기 분리 수거, 바이오가스 생산, 유기농업, 도로 청결 유지 등에 공을 들였다. 이를 이유로 푸네시는 재산세 10%를 감면했다. 마가르파타 혁신의 특징은 사회 통합, 고용 창출, 주민공동체의 도시 자치관리다. 주민 108명이 주민위원회를 꾸려 도시를 이끌어간다. 문화·스포츠·어린이·여성 등 6개 분과별로 논의하고 두 달마다 전체회의를 열어 환경·안전·교육·일자리·주거 등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핵심 가치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주민위원회 문화분과위원장 바비샤 바티는 “마을과 학교에서 스포츠와 페스티벌이 끊이지 않는 활력 넘치는 첨단도시로 성장하려 한다. 모든 주민이 이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종교·계급을 떠나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축제도 해마다 5~6차례 연다. 지난달 가네시 축제에선 2만명 넘게 패션쇼와 춤·노래 경연대회 등을 즐겼다. 마하라슈트라주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
2008년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열린 메트로폴리스 세계대회에 참가한 인구 100만명 이상 104개 대도시 대표들은 마가르파타를 ‘에코도시’로 선정했다. 리더십과 기후변화, 대중인프라 지원, 도시 개혁 등에서 뛰어난 해결책을 보여줬다는 이유에서였다.
인도 경제신문 <민트>의 아파르나 피라말 라제 기자는 “마가르파타 농민들의 작은 혁명은 인도의 산업화와 도시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작은 현상으로 보고 있지만 벤치마킹이 잇따라 새로운 도시 개발 모델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사회혁신국제회의(SIX) 2013’에서도 세계 도시혁신 사례로 마가르파타를 주목한 바 있다.
마가르파타 혁신을 주도한 사티시 마가르가 차린 마가르파타 타운개발·건설회사는 여세를 몰아 푸네 외곽에 난디드·리버뷰라는 또다른 도시 건설에 나서고 있다. 찬찰라 산디프 코드레 푸네 시장은 “마가르파타처럼 외국의 좋은 기업들이 많이 들어와 푸네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가르파타(인도)/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헌옷 모아 극빈층 돕는 NGO ‘군지’ 정부 힘만으로 빈민구제 힘들어
대도시서 버려지는 옷 모아 손질
공공근로 대가로 주며 자활 도와
인도 남동부 도시 하이데라바드 시내에 비영리단체 ‘군지’ 사무실이 있다. 지난 18일 오후 이곳 직원 4명이 기증받은 많은 옷들을 분류하느라 바삐 손을 놀리고 있었다. 대학생들은 친구들의 옷을 모아 오고, 교사들은 학생들에게서 모은 옷을 가져왔다.
군지(GOONJ·‘메아리’라는 뜻)는 안슈 굽타 부부가 1998년 델리에서 닻을 올린 단체다. 헐벗은 극빈층에게 옷부터 챙겨주자는 취지였다. 의식주 가운데 먹을 것, 머무를 곳을 지원하는 단체는 있었지만, 입을 옷에 주목하는 단체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군지 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인도에서 지진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로 숨지는 이보다 옷이 없어 겨울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숨지는 이가 더 많다. 추위가 아니라 옷이 없어서다”라고 말했다.
군지의 접근법은 독특하다. 단순히 옷을 건네주고 마는 게 아니다. 공짜가 아니라, 노동의 대가로 옷을 주는(Cloth For Work) 방식이다. 받는 사람의 품위를 염두에 둔 것이다.
옷이 필요한 이들에게 일자리로는 바로 그들이 사는 마을,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공공사업을 제안한다. 다리나 도로를 건설하거나, 우물을 파거나, 학교를 짓거나, 강둑을 정비하는 등 군지가 최근 2년 동안 전국에서 벌인 사업만도 900개를 넘었다. 2004년 대형 쓰나미가 휩쓸었던 지역에선 복구작업에 참가한 이들에게 화물차 100대 분량의 옷을 건네기도 했다.
이런 활동은 인도의 경제 발전에도 도움을 주지만, 무엇보다 사회 변화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곧 도시에서 시골로 물건(예컨대 옷)의 이동을 통해 사회 격차를 줄이며, 시민들의 자원봉사 참여를 북돋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군지는 출범 15년째인 오늘날 델리, 뭄바이, 콜카타, 하이데라바드 등 대도시 9곳에 옷 수집센터를 운영하고, 전국 21개 주에서 지역사회에 필요한 공공사업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연간 55만달러에 이르는 예산의 절반은 개인과 기업들의 기부, 엔지오 단체의 도움 등으로 마련한다.
공공사업 프로그램은 정부나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인데도, 역부족이고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는 게 군지 쪽 진단이다. 인도의 빈부 격차, 도시·농촌 격차는 짧은 방문에도 쉽게 관찰됐다. 지난 21일 뭄바이 도심에 있는 인도 굴지의 재벌 회장의 1조1000억원 초호화 저택의 담장 밑에는 집 없는 주민 10여명이 헐벗은 채 거리에 누워 있었다.
빈민층을 돌보는 정부의 손길이 닿지 못하자 비영리단체들이 먼저 나서서 빈틈을 메우고 있는 것이다.
하이데라바드·뭄바이/글·사진 박경만 기자
마가르파타 주거지역 인근에 있는 쇼핑몰.
농지 파는 대신 도시건설 뜻 모아
국내외 IT 기업 100여개 유치 성공
운영수익 받아 수입 수백배로 ‘껑충’ 주민위원회, 주거 등 문제해결 ‘앞장’
전체 30% 녹지로…환경보존 노력도
청결·치안 완벽…인근 대도시와 ‘대조’ 농민들은 도시 개발 지분을 쥐고 운영수익금을 나눠받거나 여러 직종에 취업할 기회를 얻었다. 그 결과 주민들의 월평균 수입이 2만~4만원(1000~2000루피)에서 지금은 400만원(20만루피) 이상 된다고 했다. 넓은 정원 있는 집, 승용차 등을 지니게 됐고, 자녀들을 유학 보낼 수 있게 됐다. 농사를 짓겠다는 이는 시가지 외곽으로 농지를 옮겨갔다. 소프트웨어 기지로 건설하되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도록 30%를 녹지로 남겼다. 태양열로 물 데우기, 쓰레기 분리 수거, 바이오가스 생산, 유기농업, 도로 청결 유지 등에 공을 들였다. 이를 이유로 푸네시는 재산세 10%를 감면했다. 마가르파타 혁신의 특징은 사회 통합, 고용 창출, 주민공동체의 도시 자치관리다. 주민 108명이 주민위원회를 꾸려 도시를 이끌어간다. 문화·스포츠·어린이·여성 등 6개 분과별로 논의하고 두 달마다 전체회의를 열어 환경·안전·교육·일자리·주거 등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핵심 가치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마가르파타 중앙공원에서 주민들과 정보통신회사 외국인 직원 가족들이 16일 여가를 즐기고 있다.
헌옷 모아 극빈층 돕는 NGO ‘군지’ 정부 힘만으로 빈민구제 힘들어
대도시서 버려지는 옷 모아 손질
공공근로 대가로 주며 자활 도와
인도 비영리단체 군지 직원들이 지난 18일 인도 동남부 하이데라바드의 군지 사무실에서 기증받은 옷들을 분류하고 있다.
30·31일 아시아미래포럼 열려
아시아와 국내의 도시 혁신을 조명하고 탐색하는 제4회 아시아 미래포럼이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오는 30~3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다.
‘포용성장 시대: 기업과 사회의 혁신’을 주제로 한국·중국·일본의 정부·지방정부 관계자와 학자들이 여럿 참가해 논의한다. 30일 종합세션에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좌장을 맡아 정루 중국 칭화대 교수, 일본 오히사마 진보에너지㈜ 하라 아키히로 대표, 임정엽 전북 완주군수(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장)와 열띤 토론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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