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5번째 ‘술렁’
시민단체 “새누리 공천 말라”
시민단체 “새누리 공천 말라”
윤진식(68·충주시 선거구)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3일 충북지사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히면서 ‘재·보궐선거 공화국 충주’라는 오명의 부활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윤 의원이 다음달 하순께 열릴 새누리당 당내 경선에서 충북지사 선거 후보로 결정돼 선거에 나서게 되면, 충주는 오는 7월30일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충주는 2004년 이후 10년 사이 5번째 재·보궐선거이며, 지방선거·총선·대선까지 더해 12번째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에 벌써부터 술렁이고 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새누리당 충북도당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충북에서 실천해 잘 사는 충북을 건설하겠다. 충북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을 추진하는 경제도지사가 되겠다. ‘천수답 도지사’, ‘우물 안 도지사’인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사직에서 물러나는 길만이 도민에 대한 도리”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출마 선언과 함께 여당의 유력 지사 후보로 떠올랐다. 안재헌(66) 지방자치발전위원, 이기용(70) 충북교육감, 서규용(66)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이 공천을 바라고 있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청와대 정책실장, 산업자원부 장관 등 화려한 경력에다 현역 재선의원으로 중앙당과의 인연, 조직을 두루 갖춘 윤 의원이 공천권을 쥘 것이 유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야권 후보가 유력한 이시종(67·민주) 현 충북지사와 맞대결이 점쳐지고 있다.
둘은 충주 출신이지만 충주 재·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자라는 점 때문에 충주는 착잡한 분위기다. 국회의원, 단체장(시장) 단일 선거구인 충주는 2004년 이시종 충주시장(현 충북지사)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려고 시장직을 사퇴하면서 보궐선거를 시작해 지금까지 4차례나 재·보궐선거가 있었다. 2006년과 2011년에는 시장 2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거푸 낙마하면서 2차례 재선거가 치러졌고, 2010년 지방선거 때는 국회의원이던 이시종 현 지사가 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에서 사퇴해 7월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이때 윤 의원이 금배지를 달았다.
충주 선거구는 유권자가 16만5000여명(2012년 국회의원 선거 기준)으로 선거를 치를 때마다 7억원 안팎의 선거관리비용이 든다. 지방선거 비용은 자치단체가 부담하기 때문에 충주는 그동안 헛선거로 20여억원을 허비했다.
윤 의원의 출마 선언은 시민단체의 반발로 이어졌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선거공화국’ 충주는 이미 정치 불신과 피로감이 팽배해 있다. 재·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정치인에게 선거 비용 일부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도 성명을 내어, “4대강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윤 의원은 도지사 출마가 아니라 혈세 낭비, 국토 파괴,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새누리당은 윤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라”고 촉구했다.
안형기 건국대 글로컬캠퍼스(충주) 행정학과 교수는 “충주는 혈연·지연·학연 등으로 촘촘하게 연결돼 있어 세세한 뒷말까지 흘러나오면서 선거법 위반 적발도 많지만, 이 인연에 얽혀 당락이 좌우되는 곳이다. 재·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이들을 선거로 심판할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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