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해상 여객선 참사] 단원고 기원 담은 쪽지 빼곡
2학년 교실마다 깨알같은 글
실종학생 책상엔 책 고스란히
단원구 전체가 깊은 절망감
“전쟁통이라도 이런 일은…”
2학년 교실마다 깨알같은 글
실종학생 책상엔 책 고스란히
단원구 전체가 깊은 절망감
“전쟁통이라도 이런 일은…”
“뉴스가 그리고 신문이, 이렇게 슬프고 잔인할 줄 몰랐습니다. 얘들아 제발 살아 돌아오렴….”
18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 정문에서 사고 해역으로 떠나는 버스를 어루만지던 50대 남성이 눈물을 글썽이며 간절히 기도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그는 “그저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기도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며 가슴을 쳤다.
단원고 안에서도 ‘염원’은 이어졌다. 2학년 교무실 문에는 “이해봉 쌤(선생님)! 첫 수업 때 바다 ‘해’ 봉황 ‘봉’ 바다의 킹·왕·짱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빨리 좀 돌아오세요”라는 등의 간절한 기원이 담긴 쪽지가 빼곡했다. 한 학생은 “그 추운 데서 뭐 하는 거야. 어서 빨랑 와”라며 친구의 안녕을 기원했다.
2학년 10반 교실 메모판에는 ‘과제-꼭 돌아오기, 죽지 말기’라는 글도 눈에 띄었다. 실종 학생들의 공책과 교과서, 필통 등이 책상 위에 고스란히 놓인 2학년 8반 교실 유리창에는 “선생님 이제 수업시간에 졸지 않을게요. 제발 돌아오세요. 언니·오빠들도 얼른 와서 야자(야간자습) 때 몰래 간식 좀 나눠 먹어요”라는 쪽지가 붙어 애틋함을 더했다. 2학년 9반 교실 앞에는 노르웨이 화가 뭉크가 그린 그림 <절규>가 걸려 있어 침몰 여객선에 갇힌 학생들의 공포를 대변하는 듯했다. 2학년 교실 전체가 깨알 같은 글씨로 쓴 숱한 쪽지로 도배되다시피 한 상태였다.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 지난 17일 밤, 이 학교 운동장에서는 학생과 시민 500여명이 모여 촛불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시민들은 “하늘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배 안에 갇혀 있는 어린 학생들 무사히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 한겨레 페이스북 : 조남준 발그림 댓글 달기 슬픔과 염원은 인근 단원중학교로까지 번지고 있다. 단원고 2학년 325명 가운데 104명이 단원중 출신이기 때문이다. 형제·자매가 실종된 단원중 학생도 33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이 학교는 아침저녁으로 학생들의 생환을 비는 기도를 하고 있다. 강연수 단원중 교장은 “희생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길 간절히 바라며 조금이나마 모두가 힘을 보태고 있다”고 전했다.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들 가운데 85%가 고잔동(109명), 와동(97명), 선부동(70명) 등 단원구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단원구 전체가 깊은 절망에 빠져 있다. 주민 박아무개(63·여)씨는 “전쟁 통이라도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 돌아와야 할 텐데”라며 울먹였다. 허둥대는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서 갓난아기를 둘러업고 단원고를 찾은 한혜숙(38·여)씨는 “어린 생명들이 차디찬 바다에서 숨져가는 모습을 지켜만 보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며 정부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직접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또 고려대 안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이희성(48·회사원)씨는 “100년 전 일어난 타이타닉호 침몰사고 때만도 못한 정부 대처가 한심스럽다. 이 나라에 사는 게 부끄럽다”며 눈물을 훔쳤다. 전날 오후에는 이 병원 현관에서 50대 남성이 ‘시간이 없다. 대통령은 긴급명령으로 생존자를 구출하라’는 손팻말을 든 채 “제발 우리 아이들을 차가운 바닷속에서 꺼내달라”고 호소해 방문객들을 울먹이게 했다. 한편, 단원고 현관에는 ‘장례식장 안치현황’이란 벽보에 사망 학생들의 이름이 하나둘씩 늘어나,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벽보를 바라보던 70대 노인은 “광주 5·18 때 가족의 주검을 찾아 헤맸던 기억이 난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 희생된 교사와 학생들이 안치된 고대 안산병원 등은 숨진 이들의 넋을 달래러 온 어린 학생들이 온종일 흐느껴 눈물바다로 변했다. 게다가 단원고 강아무개 교감이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까지 날아들어 비극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안산/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 한겨레 페이스북 : 조남준 발그림 댓글 달기 슬픔과 염원은 인근 단원중학교로까지 번지고 있다. 단원고 2학년 325명 가운데 104명이 단원중 출신이기 때문이다. 형제·자매가 실종된 단원중 학생도 33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이 학교는 아침저녁으로 학생들의 생환을 비는 기도를 하고 있다. 강연수 단원중 교장은 “희생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길 간절히 바라며 조금이나마 모두가 힘을 보태고 있다”고 전했다.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들 가운데 85%가 고잔동(109명), 와동(97명), 선부동(70명) 등 단원구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단원구 전체가 깊은 절망에 빠져 있다. 주민 박아무개(63·여)씨는 “전쟁 통이라도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 돌아와야 할 텐데”라며 울먹였다. 허둥대는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서 갓난아기를 둘러업고 단원고를 찾은 한혜숙(38·여)씨는 “어린 생명들이 차디찬 바다에서 숨져가는 모습을 지켜만 보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며 정부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직접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또 고려대 안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이희성(48·회사원)씨는 “100년 전 일어난 타이타닉호 침몰사고 때만도 못한 정부 대처가 한심스럽다. 이 나라에 사는 게 부끄럽다”며 눈물을 훔쳤다. 전날 오후에는 이 병원 현관에서 50대 남성이 ‘시간이 없다. 대통령은 긴급명령으로 생존자를 구출하라’는 손팻말을 든 채 “제발 우리 아이들을 차가운 바닷속에서 꺼내달라”고 호소해 방문객들을 울먹이게 했다. 한편, 단원고 현관에는 ‘장례식장 안치현황’이란 벽보에 사망 학생들의 이름이 하나둘씩 늘어나,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벽보를 바라보던 70대 노인은 “광주 5·18 때 가족의 주검을 찾아 헤맸던 기억이 난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 희생된 교사와 학생들이 안치된 고대 안산병원 등은 숨진 이들의 넋을 달래러 온 어린 학생들이 온종일 흐느껴 눈물바다로 변했다. 게다가 단원고 강아무개 교감이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까지 날아들어 비극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안산/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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