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17년 10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원범)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조 전 수석에 대해 “원심판결 중 세월호 특조위 추진 경위 및 대응방안 문건작성 부분 등에 대해 모두 파기한다”며 징역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에게는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조 전 수석 등은 특조위 설립 준비를 방해하고 내부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게 하고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는 방안을 문건으로 만들어 실행하는 등 청와대 비서실과 해수부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됐다.
재판의 쟁점은 이들이 지시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였다.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직권남용으로 볼 가능성이 있더라도 엄격하게 따지고 있다. 상대가 된 공무원 등의 행위가 법령에 따른 통상적인 업무이고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를 위반하지 않았다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으로 보지 않기도 한다.
1심에서는 조 전 수석 등이 직권을 남용했다고 보고 조 전 수석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윤 전 차관에겐 징역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조 전 수석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청와대 비서실이나 해수부 공무원들은 조 전 수석을 보조하는 실무자에 불과해 조 전 수석 등의 직무집행을 도왔을 뿐이며 직무를 방해받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윤 전 차관이 세월호 특조위에 파견된 공무원에게 동향 파악 보고를 하게 한 부분은 유죄로 판단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원심의 무죄 판단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특조위와 특조위원의 독립성에 대한 세월호진상규명법에 근거해 특조위 설립 준비 과정에서 해수부 공무원 등이 파견공무원에 준하는 직무상 독립성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윤학배, 조윤선은 해수부 공무원들이 특조위원 내정자 등을 통해 세월호 특조위 설립준비단 활동에 개입하는 방안이 포함된 문건을 작성하게 함으로써 직무수행의 원칙과 기준 등을 위반해 업무를 수행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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