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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우리 아이 이젠 빗물도 무서울거야”
영정 껴안은 유족들 울고 또 울었다

등록 2014-04-29 20:34수정 2014-04-30 12:58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9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로 희생자들의 위패와 영정을 옮기고 있다. 안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9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로 희생자들의 위패와 영정을 옮기고 있다. 안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부 합동분향소로 159위 옮기던 날…
“침몰선에 갇혔던 우리 아이 이젠 빗물도 무서울 거야….”

새벽녘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서 아이들의 영정을 안은 유족들은 또다시 울었다.

29일 오전 6시8분께 임시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던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 체육관. 한 희생자의 아버지가 아이의 영정과 위패를 안고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금세라도 ‘엄마’ 하며 사진 속에서 걸어 나올 듯한 아들을 옮기던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냈다. 대기하고 있던 택시 운전기사도 고개를 숙인 채 흰 장갑으로 눈물을 훔쳤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는 앞좌석에, 오열하는 어머니는 뒷좌석에 태운 택시는 서서히 출발했다. 이를 지켜보던 단원고 교사들도 숨죽여 흐느꼈다.

임시 합동분향소 안에는 하얀 천으로 덮인 테이블 위에 앳된 얼굴의 영정이 셀 수 없이 놓여 있었다. 차례로 건네지는 어린 꽃들의 영정을 받아든 유족들은 저마다 가슴에 안았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학생들의 영정이 안치됐던 임시 합동분향소는 28일 자정 폐쇄됐다. 이곳에서 2㎞가량 떨어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 정부 합동분향소로 옮겨졌다. 안산시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운전기사 40여명이 유족들을 실어 날랐다. 택시 손잡이마다 달린 검은색과 노란색 리본이 비바람에 애처롭게 흔들렸다.

임시 합동분향소를 나선 한 어머니는 아이의 위패와 영정을 품속에 넣어 가렸다. 행여 빗물이 튀기라도 하면 아이가 또다시 두려움에 떨 것을 걱정하는 듯했다. 꽃다운 청춘이 정식 분향소로 옮겨지던 날, 굵은 빗물은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지켜보던 한 주민은 “이젠 나올 눈물도 없어 마를 때도 됐건만…”이라며 착잡하게 혼잣말을 했지만, 영정을 든 유족들은 서럽게 울고 또 울었다. 오전 8시30분께까지 159위(학생 152, 교사 4, 일반인 3)의 영정과 위패는 모두 정부 합동분향소로 옮겨졌다. 오전 10시부터 조문을 받은 이 분향소에는 평일에 비까지 내리는데도 조문 행렬은 온종일 수백m 늘어섰다. 29일 현재 단원고 학생과 교사 160명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침몰선에서 구조돼 입원·치료 중인 단원고 학생 75명은 30일 퇴원한 뒤 작별 인사도 없이 세상을 등진 친구들을 단체 조문할 예정이다.

한편, 주검이 뒤바뀌는 바람에 텅 빈 빈소를 6일 동안 지켜오던 단원고 2학년 이아무개(17)군의 부모는 이날 자식의 주검을 되찾아 오열했다. 이군 부모는 지난 21일 아들의 장례를 치르다 주검이 바뀐 것을 알고 다른 부모에게 돌려준 뒤 사고 현장으로 내려가 28일 밤 아들로 추정되는 주검을 발견했고 29일 오전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아들을 찾았다.

안산/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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