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두차례 점검 담당 업체 대표
돈 대출 요구에 차용증 없이 줘
“약한 처지…요청 거부 어렵다”
돈 대출 요구에 차용증 없이 줘
“약한 처지…요청 거부 어렵다”
세월호의 구명설비를 점검한 업체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안전관리담당 임원한테 500만원을 건넨 정황이 포착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 원인을 수사하는 검경합동수사본부는 29일 청해진해운과 구명설비 점검 업체인 ㅎ사 등에서 압수한 업무 일지와 거래 계좌, 점검증서 등을 분석해 관리 부실과 점검 비리 여부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특히 선사와 점검 업체 사이에 비정상적인 금전 거래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ㅎ사는 2012년 12월과 지난 2월10~19일 두차례 세월호의 구명뗏목을 점검했다. 세월호의 ‘쌍둥이 배’로 불리는 오하마나호도 2012년 4월과 지난해 5월 이 업체에서 두차례 점검을 했고, 다음달 세번째 점검을 받을 예정이었다. 구명뗏목은 1년마다 제대로 펼쳐지는지 점검을 받아야 하고, 1개당 점검 비용은 40만원 정도다. 한차례 점검할 때마다 구명뗏목 46개가 실린 세월호는 1840만원, 39개를 보유한 오하마나호는 1560만원이 들어간다.
수사본부는 지난해 6월 말 청해진해운 안전관리담당 임원 ㄱ(59)씨와 ㅎ사 대표 ㄴ(55)씨 사이에 오간 500만원의 성격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와 ㄴ씨 등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ㄱ씨는 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집을 사는데 돈이 부족하니 500만원을 빌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ㄴ대표는 ㄱ씨의 개인 통장으로 500만원을 이체해줬다. ㄴ대표는 “선주나 조선소, 한국선급 등에서 이런 요청을 받으면 약한 처지에 있는 이들이 거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무슨 대가를 바라고 빌려준 것은 아니다. 만약 뇌물이라면 계좌로 이체했겠느냐”며 “차용증은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돈을 빌린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2년 전 아파트를 분양받아 중도금을 치르고 있는데 돈이 부족했다. 빌린 돈의 이자는 올 6월에 갚을 때 1년치를 은행금리에 맞춰 줄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구명뗏목 점검은 선주 쪽에서 자격을 갖춘 업체 30~40곳 가운데 1곳을 선정해 계약한 뒤 선박에 실린 구명뗏목을 해당 업체로 보내 수리 또는 교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선주가 ‘갑’이고, 수주를 해야 하는 점검 업체가 ‘을’이 되는 구조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 탓에 점검 자체가 허술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종적인 선박 검사는 구명설비·무선설비·기관수리·선체수리 등 분야별로 작성된 점검 업체들의 의견서를 토대로 한국선급이 시행한다.
목포 인천/안관옥 김영환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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