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성안고 3학년 학생의 편지
어머님, 아버님 죄송합니다. 우리만 살아 있다는 게, 저희들만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닌다는 게 정말 죄송합니다.
편지는 원래 ‘안녕하세요?’라는 말로 시작되어야 하지만, 부모님들이 안녕하지 못하기에 그저 죄송하다는 말로 글을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됐네요.
저는 안산 성안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 송수민입니다.
지금도 아이를 잃은 슬픔에 빠져 힘들어하고 계실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아직도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후배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며칠 전 안산 화랑유원지에 차려진 정부 합동분향소 어귀에서 부모님들이 마스크를 쓴 채 손팻말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얘들아, 못 지켜줘서 미안해’, ‘내 아이 보고 싶어 어찌 살아야 합니까’…. 부모님들이 적어 놓은 글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셨던 유인물에 쓰여 있던 글도 잊을 수 없습니다. 서명을 받던 부모님들의 퉁퉁 부어 있던 눈과 거친 피부도 잊을 수 없습니다.
부모님들이 너무 오래 서 계시다가 혹시나 쓰러지진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이미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을 테니까요.
자신을 무능한 부모라며, 못 해준 게 많다며 자책하고 슬퍼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부모님들의 자식으로 태어나 받은 사랑과 보살핌만으로도 분명 행복했을 겁니다. 그러니 제발 하늘에서 아이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건강 챙겨주세요. 다시 힘을 내서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제가 부모님들께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시간이 흘러도 잊지 않겠다”, “‘어른다운 어른’이 되겠다”고 말씀드리는 것뿐입니다. 제대로 된 어른으로 커서 부모님들이 겪은 슬픔과, 그런 부모님들을 괴롭히는 현실들을 바로잡겠습니다.
더 이상은 이런 비극이 없도록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하겠습니다. 힘이 되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대신 노란 리본을 달고 있어야 하는 부모님들께 다시 한번 애도를 표합니다.
이슈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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