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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오보에 언론 불신 폭발…정부 성토 목소리 축소 불만도

등록 2014-05-09 20:11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유가족들이 아들과 딸의 영정을 품에 안은 채 9일 새벽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를 지나 청와대를 향해 걷고 있다. 이들이 탄 버스가 경찰의 제지로 광화문에 멈춰서자 유가족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들머리에 있는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유가족들이 아들과 딸의 영정을 품에 안은 채 9일 새벽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를 지나 청와대를 향해 걷고 있다. 이들이 탄 버스가 경찰의 제지로 광화문에 멈춰서자 유가족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들머리에 있는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유족들 영정 들고 왜 거리로
세월호 침몰사고로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유족들이 자녀들의 영정을 들고 <한국방송>(KBS)과 청와대로 찾아간 이유는 언론 보도에 대해 그동안 쌓인 불신과 불만이 김시곤 한국방송 보도국장의 발언을 계기로 폭발했기 때문이다. 사고 발생 이후 거듭된 오보에다 무책임한 정부를 성토하는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보도, 일부 현장 취재 기자들의 무례한 행동이 유족들을 길거리로 내몬 것이다.

사고 첫날인 지난달 16일부터 속보 경쟁에 나선 언론들은 오보와 상식 밖의 보도를 내보내며 유족들의 반발을 샀다. 사건 당일 오전 일부 방송 등은 ‘학생 325명 전원 구조’란 오보를 내보내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문화방송>(MBC)은 실종자 구조에 온힘을 쏟아야 할 사건 당일 희생자 등이 받을 보험금 액수를 보도해 학부모들의 분노를 샀다. <에스비에스>(SBS)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보도하며 기자의 웃는 모습을 내보내기도 했다.

“정부에서 발표한 구조 인력과 실제 투입 인력이 다르다”는 유가족들의 항의가 거센 상황에서 <연합뉴스>는 ‘사상 최대 규모 수색 총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다. 유가족들은 “언론이 정부를 보호하기 위해 사실보도를 하지 않고 진실을 가려 구조작업도 사고수습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전남 진도 등에서 취재기자들에게 항의했다.

정부가 실종자를 한명도 구조하지 못하고 실종된 학생들이 주검으로 발견됐지만 유가족들의 분노를 외면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지난달 29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경기도 안산에 있는 정부합동분향소 조문 당시 일부 방송들은 ‘조문 당시 격앙된 유가족들이 항의했다’는 내용은 아예 뺐다. 박 대통령이 유족도 아닌 할머니의 손을 잡고 위로하는 모습만 영상에 나왔고, 유가족들의 항의는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다음날 일부 신문들도 1면에 박 대통령 혼자 분향을 하고 있는 사진과 함께 ‘관피아 완전히 추방하겠다’, ‘모든 적폐 다 도려낼 것’ 등과 같이 전날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만 실었다.

현장 기자들의 무례하고 일방적인 취재 방식과 행동도 유가족들의 분노를 샀다. 일부 기자들은 사전 허락이나 양해도 얻지 않고 자녀를 잃은 슬픔에 울부짖는 유가족들의 모습을 근접 촬영했다. 사고 당일 숨지거나 실종된 학생들이 다니는 안산 단원고 2학년 교실에 들어가 학생들의 물건을 마구 뒤져 사진을 찍고, 학교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동을 했다. 등하교하거나 조문을 하러 온 단원고 학생을 붙잡아 영상이나 사진을 찍으며 “지금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을 하는 등 무리한 취재도 이어졌다. 지난달 24일 오전 11시께 정부합동분향소 기자실에는 한 생존 학생의 아버지가 찾아와 “학교 다니는 아이들 사진 찍고 인터뷰를 하기 위해 아이들을 붙잡지 말아달라. 제발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시곤 한국방송 보도국장이 세월호 사망자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를 비교하는 발언을 했다고 알려지자, ‘사실이 아니다’는 한국방송 쪽 해명에도 불구하고 성난 유가족들은 지난 8일 밤 거리로 나섰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대책위원회 유경근(44) 대변인은 “일부 언론들의 오보, 그리고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편파 보도가 계속돼 유가족들의 불만이 많이 쌓여 있는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김 국장의 발언이 도화선 구실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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