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14곳 살펴보니
서병수·김경수…안전센터 설치 공약
권선택·최홍집…대응 매뉴얼 보급
“구체성 떨어져 시민들 검증 필요”
서병수·김경수…안전센터 설치 공약
권선택·최홍집…대응 매뉴얼 보급
“구체성 떨어져 시민들 검증 필요”
6·4 지방선거의 화두는 단연 ‘안전’이다.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선거판에서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공약집에 안전이라는 말을 걸치지 않은 후보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후보들이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눈을 떴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전국민적인 애도 분위기에 편승해 설익은 공약을 남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선거 후보 등록을 마친 비수도권(14곳) 광역단체장 후보 가운데 8명이 안전 관련 공약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자신의 5대 핵심 공약에 포함시켰다. 새누리당 박성효(대전), 새정치민주연합 이시종(충북)·권선택(대전)·김경수(경남) 후보는 제1공약으로 꼽았다.
이들의 공약은 △부서·인력 등 조직 정비 △안전 관리 매뉴얼 마련 △안전 제도 개선과 장비·설비 확충 △안전 체험·교육 강화 등으로 나뉜다.
새누리당 서병수(부산)·김기현(울산), 새정치민주연합 김경수(경남) 후보 등은 위기 관리를 일원화하는 컨트롤 타워(통합안전관리센터) 설치를 공약했다. 새누리당 박성효(대전)·윤진식(충북), 새정치민주연합 권선택(대전)·이시종(충북) 후보 등은 ‘안전관리국’, ‘안전관리정책관실, ‘위기관리센터’ 등의 부서와 위기관리보좌관 도입을 약속했으며, 새정치민주연합 최문순(강원) 후보는 ‘강원안전보장회의’ 신설 공약을 내놨다. 최 후보는 “안전과 안보가 복지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다. 재난 관련 조직·예산은 지역으로 위임돼야 한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김경수(경남)·권선택(대전), 새누리당 최흥집(강원) 후보 등은 재난위험지구 지도, 재난 사고 대처 매뉴얼을 보급하기로 했고, 새누리당 서병수(부산) 후보는 자연재난(해양·기후 등), 사회재난(화재·범죄·건물붕괴 등) 등 재난 유형별 방재시스템과 복구 매뉴얼, 안전관리기준 등을 새로 만들겠다고 했다. 김경수 후보는 참여정부 때 국가위기관리센터 시스템을 만든 류희인 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의 자문을 받기로 했다.
새정치연합 이상범(울산) 후보는 시민안전을 위한 지역사회 알권리 조례, 노동당 이갑용(울산) 후보는 산업재해 은폐 근절을 위한 ‘산재은폐 중과징금제’, 정의당 조승수(울산) 후보는 산업안전 시민감시단 운영 정책을 내놓는 등 제도 개선 쪽 공약도 눈에 띈다. 새누리당 박철곤(전북)·박성효(대전) 후보는 헬기 도입 등 재난 대응 장비 확충 공약을 내놨다. 체험형 종합 소방훈련장(김기현), 재난안전학교(조승수) 설치 등 안전 체험과 교육 관련 공약도 쏟아졌다.
재난 대비용 ‘닥터 헬기’ 도입 공약 등을 내놓은 박철곤(전북) 후보는 헬기 착륙장 설치(국비 7억원 보조), 운영비(연간 30억원·국비 70%, 지방비 30%) 지원 등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권선택(대전) 후보는 재난·범죄 10% 감축, 유해환경 30% 감축 등의 목표를 제시했으며, 2014년 관련 조례 제정, 2018년 시스템 완성 등 이행 기간과 재원(300억·국비 30%, 시비 60%, 구비 10%)까지 밝혔다.
그러나 안전 관련 공약의 추정 예산과 재원 조달 방안, 공약 이행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밝힌 후보는 손에 꼽을 정도여서, 즉흥적으로 나온 공약이라는 지적과 함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후보들은 ‘타당성 검토 후 사업비 확정’, ‘임기내 예산 조정’, ‘재원은 국비, 시비’ 등 두루뭉수리로 넘어갔다.
이해평 강원대 교수(재난관리공학)는 “지금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들을 보면 안전과 재난관리에 대한 고민을 한 흔적보다 여론에 따른 ‘깜짝 공약’들이 많다. 후보들의 공약이 지역 실정에 맞는지 의문이 들고, 신뢰성·구체성·효율성이 많이 떨어져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실제 상당수 후보들은 희망제작소 재난안전연구소가 지난달 29일 내놓은 재난 안전 공약 제안을 그대로 옮겨 놨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희망제작소는 △위기관리 보좌관 신설·운용 △재난 전담 부서 설치 △재난 위험도 평가와 지도 작성 △지자체 안전 담당 공무원 전문화 등 5대 분야 37개 세부 정책 공약을 제안했다.
권기태 희망제작소 연구위원은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이 쏟아내는 안전 공약이 즉흥적인 것인지 준비된 것인지 선거 과정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당선된 이후에도 시민단체 등이 이들의 공약을 제대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전 국가위기관리센터 정책자문위원장)는 “세월호 참사 여파에 따라 갑작스레 내놓은 공약들이 더러 눈에 띄기는 하지만 안전 관리 차원에서 보면 그나마 다행이다. 점검·교육 등의 최일선인 자치단체의 안전 관련 조례·조직 등 시스템 정비와 자구노력 토대 위에 정부가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전주·창원·대전·춘천·청주/
신동명·박임근·최상원·송인걸·박수혁·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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