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전 6승’
서병수(62) 부산시장 당선자의 선거 성적표다. 서 당선자는 부산 해운대구청장 선거를 시작으로 국회의원 선거(4선)와 이번 부산시장 선거까지 진 적이 없다. 그러나 그는 “선거일 사흘 전까지 ‘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거돈 무소속 후보한테 계속 밀렸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서 당선자를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마련된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그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중앙정치와 관련한 질문에 스스럼없이 대답했다.
-부산은 1995년 광역단체장을 직선으로 뽑기 시작한 뒤 20여년 동안 한 번도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후보가 패배하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이번에 오거돈 무소속 후보를 2만여표(1.3%포인트) 차로 겨우 이겼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부산의 기질은 개방적이고 진취적이며 화끈하다. 시민들 마음속에 뭔가 바꾸고 싶은 욕망이 있었던 것 같다. 울산, 창원 지역은 발전해 왔는데, 부산은 상대적으로 정체된 상황이 그런 현상을 부추긴 것 같다. 게다가 저도 부족한 게 많았고, 오거돈 후보가 비록 패했지만 앞서 두 차례나 부산시장 선거에 나와 인지도에서 저보다 앞선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승리한 요인은?
“‘세월호 책임론’이 부상하면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민들이 그래도 박근혜 정부에 신뢰를 주신 것 같다. 막판에 50대 이상이 결집한 것은 그런 결과다.”
-안대희·문창극 후보자 낙마를 계기로 박근혜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께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인재풀을 충분히 넓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고사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다. 신상털기식 인사청문 절차 때문에 후보자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선거기간 동남권 신공항을 유치하지 않으면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했다. 절차에 따라 부산 가덕도가 신공항 위치로 결정된다 하더라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구와 경북 등이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빌미를 준 것 아닌가?
“박 대통령께서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주무부처에 말씀하신 걸로 알고 있다. 부산 입장에선 지방공항 하나 더 만들자는 게 아니다. 국제공항이 필요한 거다. 부산에 신공항이 만들어지면 환동해권과 환태평양권 중심도시가 될 수 있다. 부산·울산·경남의 경제가 시너지효과를 내 대한민국 발전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세계적인 추세도 바다에 공항을 만드는 것이 대세다.”
-만약 신공항 위치가 부산이 아닌 다른 곳으로 결정된다면 어찌할 것인가?
“부산·대구·울산·경남·경북 등 5개 시·도가 지난해 6월 항공수요조사와 타당성 조사 등에 서명해 현재 정부가 5억원을 들여 항공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신공항 건설의 경제성 분석을 위해 20억원을 들여 내년 9월까지 예비타당성 조사를 끌낼 예정이다. 나중에 결과가 어떻게 나온다고 해도 승복해야 한다. 설령 승복하지 않는다고 해도 중앙정부는 계속 절차를 밟아나가야 한다.”
-원전과 관련한 모든 권한은 정부에 있다. 만약 정부가 2017년까지 수명이 연장된 고리원전 1호기의 수명을 재연장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원전을 사고날 때까지 사용해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고리원전 1호기의 수명 재연장은 그만둬야 한다. 정부권한이라 해서 마음대로 행사할수 있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정부는 위임받은 권한이라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거나 시민들이 강력하게 요구한다면 법과 제도에 관계없이 (고리원전 1호기의 폐쇄는) 이뤄져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대전에 둘 게 아니라 원전이 가장 밀집돼 있는 부산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국 광역단체 17곳 가운데 10곳에서 중학교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부산보다 재정 여건이 어려운 지역도 중학교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당선자는 중학교 무상급식을 위해 부산시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겠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중학교까지 무상 의무교육이다. 재원만 허락한다면 무상급식을 하는 게 맞다. 다만 아이들 교육을 위해 먼저 투자할 곳이 많은데 그런 것을 희생하면서 무상급식을 먼저 하자고 하면 찬성할 수 없다. 시급한 것부터 하면서 무상급식도 여건이 허락한다면 하겠다.”
-4대강 후속 사업으로 불리는 서낙동강 에코델타시티 조성사업과 해운대 수영만요트경기장 재개발 등 부산시가 추진중인 개발사업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계속 추진할 것인가?
“에코델타시티는 김해공항 근처 낙동강 안의 삼각주에 들어서기 때문에 부산 사상·사하 등 서부산권 발전 방향과 연계해야 한다. 또 김해공항이 가덕도로 옮겨지면 공군비행장도 가덕도로 옮겨야 한다. 또 에코델타시티는 주거·교통·여가가 같이 어우러지는 도시가 돼야 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에코델타시티를 재검토하겠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요트경기가 열렸던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천천히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호텔 높이와 크기가 근처 주민들한테 불편을 주는 것 같지만 유흥주점 등이 들어서지 않은 일반 호텔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선거에서 20만개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숫자보다 양질의 일자리가 더 중요한 것 같은데 방안이 있나?
“제 공약 1호인 일자리 창출은 양질의 일자리를 말하는 것이다. 하나는 인재양성과 기술혁신을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이고 다른 하나는 국내외 대기업을 부산에 유치하는 것이다. 부산시의 행정조직을 일자리 창출에 가장 적합한 체제로 개편하고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을 유치하겠다. 지난 19일 서울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제임스 킴 대표와 조찬 대화를 가진 데 이어 삼성·현대·에스케이(SK)·엘지(LG) 등 대기업들을 방문할 예정이다.”
부산/김광수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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