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이 22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난간에 매어 놓은 기타를 어루만지며 사고 해역 쪽을 바라보고 있다. 진도/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생존자 많은 단원고 2학년 1반
담임선생님은 실종
구조된 19명 애타는 기다림
담임선생님은 실종
구조된 19명 애타는 기다림
‘유니나 선생님, 너무 보고 싶어요. 빨리 나오세요. 많은 제자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지난 2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 정문 옆 담벼락에는 이 학교 2학년 1반 담임을 맡고 있는 유니나(28·일본어) 교사를 애타게 찾는 한 학생의 쪽지글이 붙었다. 그는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탈출하기 가장 쉬웠던 5층 객실에 있었지만, 학생들을 구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 실종됐다.
유 교사는 세월호에 탔던 단원고 10개 반 담임교사 가운데 유일하게 아직 학생들에게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유 교사가 맡았던 1반 학생들은 모두 19명이 구조됐다. 10개 반 가운데 구조된 학생이 가장 많은 반이다. 10개 반의 평균 구조 학생수는 7.5명이다.
‘선생님! 어서 아이들 손잡고 모두 함께 올라오세요.’, ‘쌤(선생님) 사랑하고 보고 싶으니까 빨리 돌아오세요. (살아남은) 후배들은 제가 잘 보살필게요.’ 단원고 2학년 1반 교실 창문에는 유 교사를 애타게 기다리는 학생들의 쪽지글이 빼곡하다. 한 학생은 “친구 같은 선생님이었다. 제발 다시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는 말을 남겼다. 또 다른 학생은 “수업시간에 주셨던 오차즈케(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대표 음식) 진짜 맛있었어요. 다시 꼭 주셔야 해요”라고 적었다.
유 교사는 딱딱한 수업을 피하기 위해 스모(일본 씨름) 선수들의 가면을 쓰곤 했다고 학생들은 기억했다. 하지만 유 교사는 살아남은 제자들의 간절한 외침에 아직 대답하지 않고 있다. 그는 자신이 담임을 맡은 조아무개(17)양과 함께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상태다.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학생들이 묵었던 4층에서는 오른쪽 객실에 있었던 학생들의 피해가 컸다. 배가 왼쪽으로 기울어 왼쪽 객실에 있던 학생들은 창문에 물이 찰랑이는 것을 보고 서둘러 대피했다. 하지만 오른쪽 객실에 있었던 학생들은 ‘가만히 기다리라’는 방송만 믿고 있다가 위험을 늦게 알아차렸다. 그 때문에 오른쪽 객실에 있었던 2학년 7반과 8반은 상대적으로 탈출 가능성이 높은 남학생반이었는데도, 구조된 학생은 각각 1명과 2명에 불과했다. 오른쪽 객실에 있었던 여학생반 9반과 10반도 생존자는 2명과 1명에 그쳤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실종된 학생은 22일 현재 7명이다. 또 학생들을 구조하다 실종된 교사는 유 교사와 고창석(43·체육) 교사, 양승진(57·일반사회·인성생활부장) 교사 등 3명이다. 단원고 탑승 인원 339명(교사 14명 포함) 가운데 학생 243명과 교사 9명 등 252명이 숨졌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player009@hani.co.kr
정신과 전문의 천근아 교수 "세월호 유가족, 쉽게 잊힐까 봐 두려운 고통" [한겨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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