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단체장·의원들
새누리·새정치로 흩어져
“선거때 당부터 따졌는데
당최 허전” 일부 상실감
새누리·새정치로 흩어져
“선거때 당부터 따졌는데
당최 허전” 일부 상실감
“뭔 당을 찍어야 하는겨? 우리 당은 워디 간겨?”
충청권 유권자들은 이번 지방선거가 낯설다. 처음으로 지역 기반을 둔 정당 없이 선거를 치르기 때문이다. 충청에선 1~3회 지방선거 때는 자유민주연합, 4회엔 국민중심당, 5회엔 국민중심연합과 자유선진당 등 지역 기반 정당이 있었다. 지난 5회 선거에선 대전광역시장과 기초단체장 14명(대전 3, 충남 8, 충북 3), 광역의원 38명(대전 15, 충남 19, 충북 4), 기초의원 97명(대전 23, 충남 62, 충북 12)을 배출했다. 대전과 충남에선 기초·광역의회 모두 원내 1당으로 의회를 장악할 정도였다.
하지만 2012년 대선 당시 자유선진당이 새누리당과 합당하면서 지역 기반 정당이 완전히 사라졌고, 지역 정당 당적을 지녔던 단체장·의원 등은 이번 지방선거에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대전은 염홍철 현 시장이 불출마 선언을 했고, 한현택(동구)·박용갑(중구) 구청장은 새정치연합 쪽으로 갈아탔다. 새누리당은 박환용(서구) 구청장을 받았다. 충남에서는 이시우(보령시장) 후보가 새정치연합 쪽으로 옮겼고, 유한식 세종시장을 비롯해 박동철(금산군수)·이용우(부여군수)·김석환(홍성군수)·이철환(당진시장) 후보 등은 새누리당 말을 탔다. 충북에선 자유선진당을 이끌었던 이용희 전 의원이 정계 은퇴한 뒤 김영만(옥천군수)은 새누리당, 정구복(영동군수)은 새정치연합, 정상혁(보은군수) 후보는 무소속으로 흩어졌다.
지역 정당은 사라졌지만 이들 정당에 대한 향수는 남아 있는 듯하다. 충남 부여읍 동남4리 함영성(60) 이장은 “선거하는 거 같지도 않다. 지난번 선거만 해도 당부터 따졌는데 당최 허전하다”고 전했다. 김성석(55·공주시 의당면 청룡4리)씨도 “공주에서 선진당은 부모 같았다. 지금은 선거를 말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다른 당에도 관심이 없다. 사람과 공약을 봐야 하는데 아직도 눈길이 안 간다”고 말했다.
‘제이피’(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로 상징되는 지역 정당을 흡수한 새누리당은 제이피는 물론 ‘포스트 제이피’로 불리는 지역 거물 정치인들로 지역 정당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선거 유세를 준비하고 있다. 포스트 제이피 선두주자로 불리는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서청원 국회의원은 22일 오후 충남 천안에서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섰다. 박대성 새누리당 충남도당 사무처장은 “지역 정치를 대표했던 김종필, 이회창 전 총재 등이 유세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혁 대전충남지방자치학회장(충남대 교수)은 “지방선거에서는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지역 정당이 폐단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현안이 매몰되면서 지역 유권자들의 상실감이 커졌다. 지금이라도 인물과 정책을 평가하는 선거를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인걸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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